발버둥 치다 보면 다시 수면 위로 오른단다!!!
남쪽나라에서는 벌써 벚꽃이 지고 있다.
봉긋봉긋 맺혔던 꽃봉오리가 팝콥처럼 파아악 터져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어느새 우수수 꽃잎을 흘리기 시작했다. 벚꽃나무의 절정은 단지 벚꽃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흐드러지게 만개한 벚꽃을 바라보다 보면 문득 생각이 든다. 내 인생도 저렇게 한 번쯤은 화사하게 필 수 있을까? 내 봄날은 언제쯤 올까?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건강하시다고 믿었던 아버지가, 아마도 암일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밀검사를 기다리며 온 가족이 가슴을 졸이고 있는데, 정작 아버지는 담담하게 말씀하신다.
'이 나이에 가면 호상이지, 괜찮다.' 그 말씀이 오히려 더 가슴 아팠다.
나는 아직 못 해드린 게 많다.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것들이 많다. 괜히 죄송하고 서글픈 마음이 올라온다.
40대 중후반,
모두가 각자의 인생에서 이런 부침을 맞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빠도 요즘 회사 일이 힘들다고 한다.
아파트 대출이며, 아버지의 병환까지... 모든 짐이 한꺼번에 어깨 위로 쏟아진 듯 버거워 보였다.
나 역시 정신이 없다. 인생이 항상 꽃밭일 수는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올 때는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발버둥 쳐야 한다. 드라마 대사처럼,
계속 발버둥 치다 보면, 언젠가 물 위로 올라온다. 숨이 쉬어지고, 다시 크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온다고 했다. 나는 오빠에게 수영을 배우자고 말했다. 정말로 발버둥 치다 보면, 수면 위로 쑤욱 고개를 내밀고 고래처럼 숨을 크게 내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남매는 인생의 사춘기를 아주 찐하게, 깊게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믿는다. 모든 문제들은 결국 우리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아픔과 굴욕과 슬픔을 겪더라도, 언젠가 우리는 다시 웃게 될 것이다.
봄날의 꽃나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꽃을 피워내듯, 우리도 그렇게 다시 웃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때까지 밥 잘 먹고, 서로 토닥토닥 다독여주며, 잠도 잘 자야겠다.
부디, 우리의 봄도 다시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