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마땅히 마땅히
마땅히 생의 아름다움을 누리며 살아야 한다. - 황석영, 바리데기
"마땅히"라는 단어가 가슴에 꽂혔다. 월요일 아침, 남편의 검진 날이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남편의 통증, 끝없는 집안일 속에서 나는 운명을 원망했다. 하지만 문득 떠오른 소설 속 한 구절. "마땅히 생의 아름다움을 누리며 살아야 한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이 순간을 지나고 있는가?
모두가 각자의 고난 속을 건넌다. 친구는 직장에서의 배신으로, 동료는 가족의 병으로 흔들린다. 나 또한 남편의 아픔과 일상의 무게에 지쳐있다. 시간이 많이 지난 듯 하지만 치유는 더디기만 하다. 그러나 고난 또한 삶의 일부다. 어쩌면 이 고통 한가운데에도 아름다움은 깃들어 있는지 모른다.
오늘 아침, 절 마당에서 본 본 통일신라 시대의 석조 부도가 떠오른다. 비바람에 닳아 석갓은 부서졌지만, 묵묵히 세월을 견디며 제 자리를 지켜온 돌덩이. 나는 그 부도처럼 살 수 있을까. 고난에 흔들리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제 자리를 잃지 않고, 다시 햇살을 맞이할 수 있을까. 아침 햇살 속 아이의 잠든 얼굴을 뒤로 하고 다녀온 새벽 절, 그리고 지금 이렇게 쓰고 있는 한 줄의 문장이 나를 일으키는 힘이 된다.
마땅히 나는 이 고난을 이겨내고, 생의 아름다움을 누릴 것이다. 폭우가 몰아쳐도, 언젠가 햇살은 다시 비춘다. 나는 오늘도 한 발짝 나아간다. 빛을 부르며. 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