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이 포카칩 같은 너

솔직히 말해봐 모르지?!

by 따뜻한 불꽃 소예

회사에 한결같이 협조가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업무 협조 메일을 보내면 항상 반사를 외치는 분이다. 맨 처음에는 이 사람이 지금 나를 골탕 먹이려고 하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가 괘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그가 보였다. 그에게 어떤 질문을 했을 때 그는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 경향이 있다. 일단 원론적인 이야기들을 막 늘어놓고, 본인 무용담 등을 양념으로 넣은 뒤 끝에는 규정 찾아보세요라고 한다. 그래 찾아보면 되지, 내가 그럴 수 있으면 왜 너에게 물어봤겠니... 맨 처음에는 화가 났다가 깨달았다. 그가 실무를 잘 모른다는 것을... 그리고 SAP T-code를 이거 아냐, 저거 아냐며 마무리한다. 무안하니깐..


실무를 해본 사람은 그리고 실제 아는 사람은 이야기가 구체적이고 동시에 간결하다. 즉, 어떤 두리뭉실한 원론적인 이야기, 포장이 없다. 하지만 알맹이가 없는 사람은 과자봉지처럼 부풀어져 있다. 포테이토칩 알맹이보다 질소가 더 많이 차 있는 상태이다. 무튼 그러라 그래. 내 맘대로 하면 되지 뭐~~ 후훗


회사 생활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이 작은 조직에서도 뼛속 깊이 깨닫는다. 때로는 나에게 맞는 사람을 만나 감사하게도 편안한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때론 나와 결이 다른 사람을 만나 업무 진행에 불편함을 겪기도 한다. 이제는 요령이 생겨 저 사람이 왜 저럴까 하고 생각해 보는 여유가 생겼다.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가진 내적 취약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낮은 자존감..뭐 그게 그 사람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모두의 문제일 수 도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 체면과 같은 거추장스러운 껍데기로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남이 나를 우습게 보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으로 어려운 용어를 쓰면서 아는 척한다. 그러하기에 지금 이 순간부터 그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가 매일 반사를 외쳤던 건 정말 몰라서이다. 모른다고 말하면 쪽팔리니깐 규정 찾아보세요라고 한 거고... 그러니, 괜히 이게 일부러 나한테 그렇게 한거라고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그를 보며,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용기를 내어,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고 내가 해줄 수 있는 도움을 따로 제공할 수 있는 선배가 되어야지. 핵심, 본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여유롭고 무엇보다도 간결하다고 한다. 나도 그런 본질적인 담백한 사람이 되고 싶다. 콩국수처럼 말이다. 인생에서도, 직장생활에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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