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남편과 대화를 하다 그냥 나의 결혼생활이 힘들었다는 걸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본인도 힘들었다며 한술 더 뜨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아무런 진전 없이 그냥 상처만 받고 대화를 끝냈다. 그래서 뒤뜰에서 잡초를 뽑으며 생각을 해봤다. 내가 과거에 상처받은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남편은 수용적인 스타일이 아니다. 아마도 자라온 환경에서 충분하게 수용적 경험을 하지 못해서 그러하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그나마 내가 남편보다는 정서적, 경제적으로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온 거 같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평생 부모님을 원망했는데, 남편과 비교해보니 난 우리 엄마 말마따나 호강에 겨워서 똥 싸는 상황이었다.
흠... 내가 너 정말 별로 였어라고 계속 말한다면 남편은 계속 방어적인 태도를 고수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 더 열이 받고 상처를 받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도돌이표 대화를 이어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내가 여기서 끊고 새롭게 대화를 시작할 것인가 결정의 순간이다. 이때 몇 해전 할머니 장례식 때 친척 할머니께서 해주시던 말씀이 생각이 났다. 그 친척 할머니는 우리 할머니의 올케셨다. 그분도 할아버지께서 몇 해 전 돌아가시고 혼자되셨는데, 우리 모두를 모아놓고 살아 있을 때 '사랑하며 살아요'라고 하셨다. 자신은 뭐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나 후회된다며 같이 살아 있을 때 사랑하며 살라는 그 말씀이 몇 년이 지나 지금 크게 느껴진다. 우리 같이 있을 때 사랑하며 지내자...그래서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지난 간 일은 그냥 과거에 묻어버리고 현재의 우리 관계에 집중하기로 말이다.
때때로 억울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지만 난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 그를 잡고 미주알고주알 해봐야 아픈 가슴이 더 시려올 뿐이다. 내가 완벽하지 않듯이, 상대도 그러하고 어디까지나 우린 각자의 입장에서 그냥 말을 해댈 뿐이다. 예전에 내가 읽었던 하지만 내용은 이해 못 하고 한 문장만 건진 바로 그 책(무의미의 축제)에서 말했듯, 우린 서로가 절대 결코 같은 이야기를 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살면서 서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하고, 다투고 그러지, 서로 다른 시간의 지점에 놓인 전망대에서 저 멀리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는 건 알지 못한 채 말이야.
From 무의미의 축제 by 밀란 쿤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