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잔잔했던 내 일상이 많은 사건들로 인해 굉장히 거칠게 변했다. 그래서 불안과 동요가 수시로 찾아왔고 그럴수록 점, 사주에 빠져들곤 했다. 여전히 그 마음을 다 떨쳐내지는 못했지만, 며칠 전 사주를 보고 돌아와서 나를 잔잔히 들여다봤다. 나는 사주에 관이 없는 여자이다. 그래서 내 남편 자리가 이토록 흔들리는 것일까? 수없이 만세력을 꺼내어 고민을 하고 내 인생/팔자를 저주해봐야 남는 것은 번뇌였다. 예전에 큰 시누이가 다니는 절의 스님이 집안 어른들의 임종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그리고 아버님께서 병원에 계실 때나, 요양원에 계실 때 그 상태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보다는 항상 임종을 준비하려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굉장히 실망했었는데 그 모습이나 내 미래를 자꾸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 미래를 안다고 해서 어떤 점이 달라질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미리 안다고 해서 내가 도대체 뭘 더 할 수 있고 그리고 무엇이 더 달라질 수 있을까? 이렇게 계속해서 미래를 걱정하면서 과연 내가 현재 속에 잘 살 수 있을까?
미래를 알고 싶어 하는 이 마음조차 성욕, 식욕과 같은 욕망의 한 종류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 욕망이 지나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 불안일 것이다. 그리고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여러 비방이 나올지도 모르고 어떤 헛한 것에 미혹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 욕망으로 인해 내 일상이 절대로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했다. 명상을 하는 것도 종교를 가지는 것도 결국엔 현재를 잘 살아가기 위함이다. 하지만, 점과 사주를 통해서 내 불안함을 해소할 수 없고 오히려, 불운한 점쾌를 받아 현재를 원망하고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해야 한다면 나에게 그 정보는 백해무익한 것이다. 내려놓기로 하자, 다른 욕망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허한 내 마음을 다른 것으로 채우려 하지 말고, 空 그 마음 그대로인채로 그냥 내게 허락된 이 일상을 차분히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어쩌면 내 운명이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미래를 모두 알고 싶지는 않다. 그냥 그때가 오면, 오롯이 그 미래가 담고 있는 그 기쁨과 아픔을 담담히 받아들이자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단지, 오늘의 아름다움과 오늘의 감사함으로 하루를 살아가자고 결정했다.마크툽, 운명이 정해져 있을지라도 나는 내게 허락된 이 하루를 잘 살아가기로 선택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선업을 쌓고 남편의 건강과 우리 가족 그리고 이웃을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할 계획이다. 내가 이렇게 남을 위해 기도를 하고 애를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분명 더 나은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일 거라고 믿는다. 그냥 그거면 된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