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휴가

휴가기간중에 만난 더 큰 번뇌

by 따뜻한 불꽃 소예

결혼 후 처음으로 휴가를 떠났다. 사실 휴가라고 말하기도 뭐한 그냥 근교 나들이였다. 나와 아들은 신났지만, 남편의 얼굴은 어두웠다. 암환자에게 이런 신체적 활동이 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2주간의 아이 방학 동안 너무 실내에만 있을 거만 같아서 한번 나와봤다. 그는 연신 식은땀을 흘려대며 우리와 보폭을 맞추었다. 나들이를 나간 동안에는 나도 순간 들떠서 그를 지켜보지 못하였는데 저녁에 사진을 보다 보니 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눈물이 핑 돌았다. 돈 번다고 이런 나들이도 잘 나가지 못했는데, 이제는 몸이 아파서도 이런 나들이도 힘들구나. 넌 참 불쌍하고 그리고 난 참 불운하다...


회사 휴가가 짧아서 아이의 긴 방학기간 동안 남편을 보조해주기 위해 시어머니께서 잠시 집에 왔다. 나는 어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는 것이 불편하다. 왜냐하면 그녀는 나를 전혀 배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녀는 집에 오자마자 융단 폭격기 같은 수다를 막 늘어놓는다. 그리곤 화단에 나가 내가 심어둔 꽃 구근은 무참히 뽑아내고 본인이 원하는 채소를 심는다. 처음에는 그냥 괜찮다고 생각하려 했지만, 생각할수록 그녀가 내 공간으로 와서 자기 맘대로 하는 것이 참으로 싫다. 내가 용기를 내어 '어머니 그렇게 좀 하지 마세요, 이 집은 제 집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 말을 내뱉기가 참 쉽지 않다. 무튼, 나의 시어머니는 본인 몸을 끔찍이 챙긴다. 말기암 아들을 두고도 우리 집 화단에 핀 약초들을 보고 뽑아가야겠다고 말씀하신다. 쇠비름은 방광에 좋고, 까만중은 어디에 좋고 하면서 말이다. 나는 정말 속으로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자기 아들이 저런데 과연 그런 생각이 정말 떠오르는 걸까? 어머니는 불행히도 타인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된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뭐라고 해봐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화가 난다. 그녀가 우리 집에 다녀간 후엔 내 마음에 여러 파동이 일어났다. 그 파동을 잠재우기 위해서 나는 또 한동안 씨름해야 한다. 아버지는 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못난 사람을 다독거리고 품을 수 있는 그런데, 나는 그런 큰 사람이 될 그릇이 아니다. 그래서 이토록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이다.


어찌 되었든 나는 그 일렁이는 마음의 파도를 잠재우기 위해 그 순간에서 벗어나야지 하고 마음에 주문을 외우고 있다. 그녀가 아무 생각없이 내뱉은 문장들을 내 머리속에서 모두 떠내려 보내야 하고 그 말을 들은 순간에서 나는 벗어나야 한다. 과연 마음의 평화가 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 하기에 휴우~호흡을 크게 내쉬면서 내 마음속의 번뇌를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 들어오는 숨으로 새롭고 맑은 기운이 나에게 오는 상상을 하며 연습을 해본다.

분명 내 삶에도 저 태양처럼 붉은 해가 강렬하게 솟아오르는 아침이 올 것이다.

이것은 나의 아침이다. 나의 낮이 시작된다.
솟아올라라, 솟아올라라, 너 위대한 정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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