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일간은 다크한 기운이 가득 찼었다. 감당하기 힘들었던 업무와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나는 스스로 우리 집 벽에 차를 박아버리는 신공을 발휘하기까지 했다. 내 일기에 자주 등장하는 그 매니저와 한바탕 하고 그를 증오하는 마음으로 집에 들어오다가 그만 그 사단을 내버렸다. 막상 가장인 내가 무책임하게 우리 아이의 학원비는 생각 못하고, 그렇게 어리석고 경솔하게 행동한 것은 아닌지 나를 자책하며 잠을 설쳤다. 그러다 허탈한 마음으로 108배 기도를 시작했다. 맨 처음에는 '참회합니다'라고 말을 하면서도 그를 향한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았다. 하지만 108배를 끝내고 나서는 그 요동치던 분노가 가라앉았다. 나를 힘들게 했던 모든 사람들과 그 순간으로부터 나는 결국에는 빠져나올 수 있었다.
참회합니다. 내가 틀릴 수 있음을 받아들이니 마음은 더 홀가분해지고, 편안해졌다. 가만히 절을 하면서, 무엇이 나를 괴롭게 하고 두렵게 하나 찬찬히 생각해봤다. 내안의 불안을 먼저 관찰하며 알아채는 연습을 해보기로 한거다.
1. 미움, 그것은 결국 내 아집과 편견 때문일 수도 있다. 내가 옳다는 그 아집
거듭 생각하지만, 누군가를 선악의 관점에서 대하다 보면 나는 루저가 될 수밖에 없다. 알면서도 그 프래임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내가 싫다고 그것이 틀린 것이 아니며, 그렇게 믿는 것 자체가 나의 편견이자 내 아집임을 깨닫는다. 수행자가 된다는 것은 아상을 버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그래, 나 역시 나름의 수행자가 되어 내가 가진 그 아상, 한계를 깨트리고 버리기로 해본다.
2. 두려움,
내가 그에게 오버슈팅을 날린 이유는 아마도 지금보다 상황이 더 어려워지고 괴로워지면 어떡하나라는 큰 두려움 때문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이겨낼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재를 살지 못하는 것은 바보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바보 같은 일을 어떻게 하면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두려움에 빠지지 않고 일상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까?
3. 일단 참회합니다.
나는 108배를 하면서 그 해답을 얻었다. 다시 일어나면 된다. 참회합니다. 참회합니다. 참회합니다. 내가 왜 그렇게 화가 나는지,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냥 절을 계속 이어 나갔다. 미칠 것 같던 미움도 그리고 두려움도 서서히 사라졌다.
4. 나는 다시 일어선다.
108배란 무릎을 꿇고 두 손바닥을 위로한 채 기도를 드리고 또다시 일어나야 하는 동작을 반복해야 한다. 나는그 108배를 통해 나를 낮추고 미움과 아집을 버리는 동시에, 힘듦을 극복하는 연습을 한다고 생각한다. 때론 무릎이 아프고 허벅지가 당기기도 하지만 나는 또 일어난다. 힘을 내어 일어나서 내 아집과 두려움,미움을 비워내고, 나는 끝내 해낸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해 낸다.
설령 더 힘든 일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용기를 가지고 무서운 기세로 그 시련을 이겨내면 된다. 다시 일어나게 되면 내 허벅지 근육이 이전보다 더 강해졌듯이, 나 또한 분명 한층 더 강해지고 그 과정에서 지혜와 기술을 얻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실은 지금 내가 겪는 일들은 인생에서 말하는 위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위기란 이것이 위기인지도 모르는 그 순간이 더 심각한 위기인 것이다. 위기라고 생각되면 모든 인간은 저 내면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생존 본능이 깨어나, 온몸으로 그 힘듦을 이겨낸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기본적으로 강력한 생존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단지 나의 그 생존본능을 믿으면 되고, 그놈이 작동하는 한 지금과 같은 일들은 나를 한층 더 단단하게 단련시켜주고 새로운 지혜를 얻게 해 주는 계기가 될 뿐이다. 나는 다시 일어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