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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서 Nov 21. 2018

디자이너의 감각은 타고나는 것일까?

디자인은 감각만으로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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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는 "감각"이라는 단어이다. 어린 시절 우리 부모님은 내가 감각이 좋아서 그림을 잘 그린다는 표현을 자주 했었다. 그 뒤로 "감각"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감각"이라는 단어는 "디자인"과 상관관계가 많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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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진학하고, 각 과별로 구호를 만들어서 외치는 기회가 있었는데, 우리과 앞에는 "감각"이라는 단어가 붙여졌었다. "감각 산디",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기고, 어설프고 어이가 없는 구호이지만, 당시에는 과명칭 앞에 "감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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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입사해서, 디자인팀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내가 선택한 그날의 의상이나 수첩, 혹은 펜을 보면서 다른 부서의 직원들이 역시 디자이너라서 "감각"이 좋다고 칭찬해줬었다. 왠지 모르지만, 내가 선택하는 제품이나 브랜드를 보고 타 부서 사람들의 칭찬에는 "감각"이라는 단어가 함께 했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공부를 하는 다수는 나처럼 "감각"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했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도 "감각"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민을 하지 않았겠지만, 자신이 감각이 있어서 디자인을 잘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할 것이고, 혹은 감각이 없어서 디자인을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내가 "감각"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깊이 고민을 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지난 시간 동안 강의를 하면서 꽤 많은 학생들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제가 감각이 없어서 디자인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감각이라는 단어의 뜻이 정확하게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전을 찾아보니, 우리가 감각이 부족해서 디자인이 어렵다는 의미는 두 번째 의미-사물에서 받는 인상이나 느낌-에 대한 것이다.


네이버 사전


하지만 학생들이 내게 이야기하는 감각이 부족하다는 것은 타고난 재능이라는 의미가 더 많다는 생각을 했다. 감각은 과연 타고난 재능일까?





감각은 타고나는 것일까?


학생들이 이야기하는 "감각이 좋지 못해서 디자인이 어렵다"라는 말에는 재능이 없어서 디자인이 힘들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디자인은 정말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만이 잘할 수 있는 것일까?


디자인을 시작한 사람들은 재능이 있기 때문에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고 디자인을 자신의 진로로 결정하는 것이다. 디자인이 너무 싫고, 하기 싫은데 자신의 진로로 결정하는 바보는 없다.


예를 들어,

난 수학에 재능이 없다. 그리고 수학을 정말 못한다. 그래서 수학 강사나 수학교사가 되고 싶은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다.


나는 음악에 재능이 전혀 없다. 노래도 못 부르고, 피아노도 잘 못 친다. 박치에 음치까지 있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무섭다. 그래서 나는 가수가 되고 싶은 생각을 하거나, 피아니스트가 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디자인에 재능이 아주 적게라도 있다면, 그 업종에 관심을 갖게 되고 꿈을 꾸게 되는 것이다. 내가 디자이너가 되려고 생각을 했다면 이쪽 분야에 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유추해본다면, 디자인을 하고 있는 우리는 모두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만을 가지고 프로가 되려고 하니,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타고난 재능으로는 취미활동 정도가 적당하다.

아마추어의 세계에서는 타고난 적당한 재능으로 기분 좋게 작업을 즐길 수는 있다. 하지만 프로가 되려고 한다면 자신의 재능을 기반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실력을 다듬어 내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디자인 감각이라는 것을 키워내야 한다.


감각이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할 때, 흔히 감각이 타고난 재능이라고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감각은 재능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스스로가 갈고 다듬은 능력이다.


감각이 없다고 하거나 혹은 좋다는 이야기를 할 때, 그 사람의 디자인 능력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프로인 디자이너에게 감각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갈고닦은 자신의 능력인 것이다.




디자이너와 감각


이제, 나는 감각이라는 단어를 타고난 재능이 아닌 디자이너가 갈고닦은 능력치라고 정의하고 이야기를 하겠다. 사전적 의미를 그대로 다시 가져와서, "사물에서 받는 인상이나 느낌"이라는 의미를 보면, 디자이너에게 감각은 중요하긴 하다.


나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관찰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왔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 세상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브랜드, 너무나도 다양한 제품들, 미디어를 통해 생산되는 스토리.. 등등 디자이너에게 세상 속의 모든 것은 관찰 대상이 되고, 그것은 영감이 될 수 있으며 비주얼로 풀어내는 좋은 소재가 된다. 이런 것들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느낌을 통해 비주얼로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을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감각이 좋다는 말에는 센스가 좋다는 이야기도 맥락을 같이 하는데, 이것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것들을 보고, 익히고 느끼는 과정을 통해서 감각이라는 것이 좋아지는 것이다. 감각은 그냥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작은 요소들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시작해야 한다.


수업시간에 함께 작품 하기 힘든 학생은 NO Idea인 학생이다. 자신은 아무 생각이 없고,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으며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내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그것을 받아서 비주얼로 만들어낸다. 당연히 좋은 결과물이 완성될 수 없다.


반면에 신나는 경우가 있다. 작품 하나에 수많은 아이디어 노트를 들고 와서 어떤 것을 작품으로 완성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라는 학생이 있다. 빼곡히 적혀 있는 아이디어 노트에는 정말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그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과정까지 수많은 고민들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것을 보자면 이 학생이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가 될지.. 많이 기대가 된다. 이런 경우, 텍스트가 정리되어 비주얼로 어떻게 완성될지 너무 기대가 많이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을 통해 완성된 포트폴리오는 당연히 좋은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감각이 좋은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잘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감각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감각을 재능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감각이 좋으니 디자인을 잘하지만, 나는 감각이 없어서 디자인을 못한다고 이야기를 한다면 내가 얼마나 자기 개발에 게을렀는지에 대해서 반성을 해야 한다.


감각이라는 단어로 모든 디자인의 결과를 대변할 수는 없다. 나는 감각만으로 디자인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학습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는 힘을 길러야 하고, 대상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전략적으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해 설계를 잘 해내야 한다. 이렇게 복잡한 디자인의 요소를 단순히 감각이 좋다. 나쁘다 라는 것으로 정리될 수는 없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감각이 좋다 나쁘다는 평을 좋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랜 시간 고민 끝에 완성된 디자인 결과물을 보고 클라이언트가 이런 칭찬을 한다. "감각이 좋으셔서 디자인이 좋네요."

나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팀원들의 긴 시간 고민과 노고를 단순히 감각이 좋기 때문에 결과물이 잘 나왔다고 폄하한다는 생각이 들어 썩 기분이 좋지 못했다.


감각이 좋지 못해 디자인이 안된다는 것은 노력하지 않는 자의 핑계일 뿐이다. 내가 작업이 잘 되지 않는 이유를 감각이라는 단어로 이유를 찾기보다는 나의 공부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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