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인서 Jul 18. 2018

디자인과 자격증| 자격증 권하는 사회

디자인 취업에 자격증은 스펙이 될 수 있을까?

오래전 대학을 다닐 때를 제외하고 다시 "자격증"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된 것은 대학에 첫 강의를 나가게 되면서였다. 학기말, 여름방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방학 계획을 물었는데, 취업준비를 위해서 "자격증"준비를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나는 학생들을 만나고 수업을 하면서 자격증을 딴 학생들과 자격증을 따려고 준비 중인 학생을 자주 만나게 되었다. 


자격증을 왜 따냐는 질문에 학생들의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 이력서 빈칸을 채우기 위해서...라는 아주 단순한 답을 했다. 아니면 아주 순수하게 프로그램을 잘 다루고 싶어서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이런 두 가지 목적으로 자격증을 따려고 준비 중이라면 선택은 잘못되었다.




자격증은 스펙이 될 수 없다.


디자인 관련 자격증을 통해 스펙을 쌓을 생각이라면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자격증은 스펙으로써 역할을 할 수 없다. SNS를 통해 자격증의 불필요성을 몇 차례 언급을 했는데, 매우 특이한 댓글이 달렸었다.


"대기업 서류 자격증란에 빈칸으로 남겨두면 서류전형에서부터 걸러지는데 왜 자꾸 자격증을 따지 말라고 말하느냐.."라는 댓글이었다.


이 글을 작성한 사람이 적어도 대기업 인사팀의 직원은 아닐 것 같다는 확신과 함께, 분명 취업을 준비하는 디자인 전공 학생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만약 대기업 취업준비를 한다면 자격증은 더욱더 불필요하다.

스펙이라는 것은 기업에서 제공하는 템플릿을 모두 채운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스펙이 될 수 없다. 다른 지원자들과의 차별화를 줄 수 있는 포인트,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요건을 갖췄을 때 스펙이 될 수 있다. 


요즘은 작은 디자인 회사라도 1000여 명의 지원자의 서류를 받는다고 한다. 물론 대기업같이 양질의 일자리는 더 많은 지원자들이 몰릴 것이다. 1000명의 지원자가 서류 지원을 했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럼 그중에서 2차 면접까지 가게 되는 경우는 많아야 30여 명? 혹은 그보다 적게 10여 명 정도가 될 것이다. 이렇게 적은 확률을 뚫고 면접까지 가게 되는 것이 과연 자격증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

 

이력서 탬플릿의 빈칸을 모두 채우면 만점을 주고, 빈칸이 남겨지면 점수가 깎이는 시스템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일까? 회사 경영에서 중요한 인사를 빈칸 모두 채워서 만점을 주고, 빈칸이 있으면 점수가 낮아지는 것으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자동 프로그램에 의해 걸러진다는 소문도 있다. 그것의 사실여부는 나도 인사팀 직원으로 근무한 경험은 없어서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자동시스템에 디자인 관련 자격증이 없어서 떨어뜨리는 내용은 없을 것이다.


이력서의 자격증란은 디자이너 채용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자격증이 꼭 필요한 직종을 채용하기 위해 작성하도록 만들어지는 것이다. 디자인을 중요하게 보는 회사일수록 디자인 자격증의 무용론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다. 


만약 자격증이 변호사나 회계사 자격시험처럼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없는 자격증이라면 자격증의 가치는 높아질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자격증은 스펙이 될 것이고, 정부 인증 디자이너가 되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디자인 분야에서 딸 수 있는 자격증은 초등학생도 딸 수 있을 정도로 너무 대중적이다. 


자격증의 무용론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자격증을 통해 그 사람의 능력을 검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자격증은 가지고 있지만, 그래픽 프로그램을 잘 다루지 못하고 디자인 능력도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컬러리스트 자격증이 있다고 디자인 작업에서 컬러사용이 자유자재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자격증을 딴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자격증을 통해 디자인 능력을 보여주긴 어렵다.


자격증을 따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이 프로그램을 잘 다루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스펙을 위해서 자격증을 딴다는 학생보다는 순수하고 나름 성실한 이유를 갖고 있다. 그래픽 툴을 이용해서 디자인을 하다 보면 천편일률적으로 움직일 수가 없다. 디자인 툴의 사용 방식은 작업자의 창의력에 기반이 되어야 하고, 초기 사용 툴보다는 나름대로의 작업방식이 생긴다.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은 다른 툴에 비해서 기초적인 편이다. 쉽게 배울 수 있고, 사용자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무한 확장되는 엄청난 능력이 보이기도 한다. 쉽게 배울 수 있지만, 쉽지 않게 다양한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참 좋은 프로그램이다.


자격증은 그 대단한 프로그램의 엄청난 사용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기초적인 버튼 사용방법을 측정하는 단순한 기능을 한다. 그래서 디자인을 잘하는 회사에서는 디자인 자격증을 채용 고려 사항으로 넣지 않는다. 프로그램의 기초적인 버튼 누르기 방식 확인을 통해 그 사람의 디자인 능력을 체크하기는 너무 역부족이다.


자격증 유무로 디자이너의 능력을 측정하는 것보다 차라리 실기시험을 보는 것이 지원자의 능력을 확인하기가 용이하다.


전공 학생들보다 비전공 학생들이 더 자격증을 많이 가지고 있다. 아마 디자인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학원을 선택했을 것이다. 컴퓨터 학원에서는 당연히 그래픽 관련 자격증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것이다. 별다른 정보가 없는 비전공 학생들은 자격증이 없으면 취업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고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첫 도전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자격증을 소지한 학생들은 곧 알게 된다. 자격증 공부를 통해 디자인을 잘하게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또래의 학생보다 출발이 늦은 비전공 학생들은 자격증은 따로 공부하고 디자인 공부를 다시 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 것이다.


자격증 공부는 디자인 공부가 되지 않는다. 디자인 공부를 겸사겸사하고 싶다면 그냥 디자인 작업을 많이 해보는 것이 더 좋은 공부가 된다. 취업준비를 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굳이 애써서 구시대의 유물인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시간과 노력을 허비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격증은 일자리의 질이 낮을수록 필요성이 강조된다. 디자인 업무를 하는 회사는 모두 같은 질의 일자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비교적 일자리의 질이 낮은 오퍼레이팅 업무가 주를 이루는 곳의 취업을 준비한다면 자격증은 필요하다. 하지만 대기업 혹은 디자인 완성도가 좋은 프로젝트를 하는 회사일수록 자격증은 필요하지 않으니, 자신이 가려고 하는 곳에 맞춰서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구시대의 유물, 자격증


디자인 관련 자격증을 따야 한다는 이야기는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도 있었다. 그때는 벌써 20년 전이다. 믿을 수 없겠지만, 내가 대학을 입학하던 당시에는 인터넷이 막 대중화되던 시기였다. 지금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은 유치원 때부터 컴퓨터를 사용했지만, 난 대학을 처음 들어가서 수강신청을 할 때, 컴퓨터를 처음 만져봤다.


물론 당시에 빠른 사람들은 컴퓨터를 고등학교 때 사용하기도 했지만, 난 워낙 컴퓨터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키보드 자판조차도 칠 줄 몰랐다. 수강신청을 혼자 하지 못할 정도로 컴퓨터를 두려운 존재로 생각했던 학생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당시에 과 선배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잘 다뤄야지 수업을 쫓아갈 수 있다고 컴퓨터를 얼른 배우라고 충고를 했었다. 그래서 나도 친구들과 함께 OO컴퓨터 아트 학원을 다녔다. 일러스트의 버튼을 하나씩 알려주며 사용방법을 알려줬고, 일러스트를 다 배우고 나서는 포토샵도 같은 방식으로 배웠다. 어디에 써먹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배우라고 해서 배웠는데.... 컴퓨터가 무서웠던 당시에 우리는 그것을 배운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생각했다. 당시 학원에서는 자격증을 따지 않으면 취업이 되지 않는다는 충고를 했었다. 학원의 제안에 많은 고민이 되었지만 일단 학교 수업에 충실하기로 결정을 하고 자격증 준비는 뒤로 미뤘다. 하지만 그 뒤로 난 자격증은 따지 않았다.


내가 자격증 준비를 위해 학원을 다시 찾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당시에 아무것도 몰랐지만, 학원에서 배운 버튼으로 학교 과제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버튼만 배우는 방식으로 작품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려웠고 이후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작업을 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은 선배들에게 물어보거나, 동기들과 함께 고민을 해보거나, 아니면 책을 보면서 미리 필요한 스킬을 익히는 것이었다. 


이후 더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었고, 자격증이 얼마나 불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기에 자격증은 따지 않았다.


옛날 옛적에 같은 이야기지만, 나도 나보다 10년 정도 위인 분들께 들은 이야기를 잠깐 이야기를 풀어놓는다면,

우리나라에 처음 매킨토시가 들어오고 업계에서는 많은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 

(지금은 애플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당시에는 매킨토시라는 단어가 더 일반적이었다.)


매킨토시가 국내에 도입되기 전에는 손으로 조판을 하고 에어브러시를 뿌려서 인쇄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나도 상상이 되지는 않지만, 암튼 당시 교수님들께 들은 이야기는 그렇다. 


이후 매킨토시가 들어오고 시각디자인업계는 혼돈을 겪었다고 한다.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디자이너와 그렇지 못한 디자이너로 나뉘고, 컴퓨터 사용능력은 디자이너 채용의 중요한 스펙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 이때쯤에 컴퓨터 프로그램 자격증을 가진 디자이너가 있다면 엄청 취업이 잘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아는 선배님께서는 초기 컴퓨터 그래픽을 다뤘고 자신은 굉장히 주목을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 들은 적이 있다.

그 뒤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오지 못한 컴퓨터를 다루지 못한 디자이너는 자리를 잃게 되었고 컴퓨터 사용능력은 매우 중요한 디자이너채용의 포인트가 되었다. 아마 이때를 계기로 컴퓨터 자격증이 생기지 않았을까..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본다.


그렇게 벌써 3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지금 우리는 컴퓨터 사용이 보편화된 시대를 살고 있다.

인터넷 검색을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초등학생들조차도 포토샵으로 합성을 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림을 그리는 시대이다. 30년 전의 기준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을 증명하려고 하는 것은 너무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그래픽 프로그램은 점점 더 사용하기 편리해졌고, 더 쉽게 배울 수 있고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도록 진화되고 있다. 단순히 내가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고 없고의 문제로 채용이 결정되지는 않다.


:D


취업준비를 하는데 많은 스트레스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불필요한 스펙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신의 디자인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집중할 것을 권한다.




+

일대일 디자인과외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통해 디자인 공부를 원하는 분들은 아래 게시물을 확인해주세요.

https://blog.naver.com/inmayde/223114659115


+

진로상담, 디자인컨펌 등 모든 상담은 무료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아래 링크를 확인하고 정식 상담 요청을 해주셔야 상담이 진행됩니다.

무료 상담은 진행하지 않습니다. 카톡을 통해 개인적인 질문은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inmayde/222373053299 


매거진의 이전글 디자이너의 감각은 타고나는 것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