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디자인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이나, 자료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댓글이나 이메일, 혹은 톡을 통해서 요청을 하시는데, 그 요청에는 답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오랫동안 제 블로그의 글을 보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저는 특정 책이 좋다고 해서 그것을 추천하고 있지 않습니다. 어떤 것을 공부할 때는 무슨 책을 봐야 하고, 뭘 공부할 때는 뭐가 좋고.. 이런 식의 족집게 방식으로 일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에 대한 글이 있기는 하지만, 아주 기본적인 내용을 이야기했고, 누구나 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쉽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있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책이나 자료 등은 추천하고 있지 않으니, 요청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진로를 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을 알려달라고 요청하시는 분이 있는데, 한 권의 책을 읽고 진로를 결정할 만큼 명확한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진로선택은 다양한 경험과 공부, 자료조사를 통해 확신을 가지고 선택을 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지금부터는 내가 디자인 책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학교에서 꼭 교재를 지정해야 한다고 하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지정을 하기도 하지만,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꼭 구매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합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때를 회상해보면, 당시 교수님들이 수업시간에 지정했던 책들은 대부분 잘 읽지 않게 됩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디자인 공부를 막 시작하는 학부생 입장에서 교수님의 시각에서 지정한 책들은 다 너무 학문적이고 번역서가 많아 텍스트에 익숙하지 않은 제게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책꽂이에 그대로 꽂혀 있는 책들은 다시 펴보지 않았고, 시간이 지난 뒤에 그냥 여기가 디자이너의 방이구나.. 정도를 입증하는 정도의 역할밖에 못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교수님께서 지정한 교재들 중에는 교수님과 상업적으로 관계가 있어서, 특정 회사의 책을 별다른 책임감 없이 혹은 자신이 쓴 책을 무조건 구입하라고 말씀하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교재니까... 구입을 했지만, 어떤 책은 내게 필요하지 않았고, 읽기조차 힘든 것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 굳이 교재를 사라고 하지 않습니다. 교재에서 필요한 내용은 내가 수업시간에 이야기를 해주고, 인터넷이나 기타 자료를 통해서 간단히 찾아보라고 이야기를 하는 정도에서 마무리를 합니다.
왜냐하면 학부생이 두꺼운 책 한 권을 소화하기에는 너무 어렵고, 실기에 익숙한 어린 친구들에게 너무 어려운 이론을 강요하게 되면 디자인에 대한 흥미가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첫 학기가 시작되면 많은 학생들이 묻습니다. 디자인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이 있으면 추천해달라고요.
저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어차피 사면 읽지 않을 책, 책부터 사지 말고,
도서관 가서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그냥 시간 될 때 가서 읽어보고, 정말 좋다고 생각되면
그때 구입을 하도록!"
어렸을 때, 내가 책을 구입하는 기준은 베스트셀러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는 것은 좋은 책이라고 생각을 했고, 시대의 베스트셀러를 접하지 않는다는 것은 동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베스트셀러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그것은 어쩌면 마케팅에 의해서 혹은 유명인의 네임벨류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유명한 책이 좋을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베스트셀러의 폭력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어느 순간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책을 추천하거나, 베스트셀러를 읽어보라고 권하는 것이 편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책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고 개인의 생각과 배경지식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유명인이 좋다고 한 책이 반드시 내게도 좋은 책이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이에게 매우 쉽고 유익한 책이 누군가에게는 쓰레기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누구나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디자인 분야에서 베스트셀러라고 꼽히는 책 중에는 내용이 별로 좋지 못한 것도 많습니다.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 디자이너의 책이거나, 혹은 출판사에서 마케팅을 잘하는 경우.. 우리는 그 책을 쉽게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의견을 이야기하면 어떤 책이 좋지 못한 지 알려달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꼭 있습니다. :D 그냥 자신의 가치관대로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됩니다.
우리는 SNS상에 많이 언급이 되고, 인플루언스가 추천하는 제품에 많이 주목합니다. 그리고 실제 그것을 많이 구매를 하기도 합니다. 쉽게 좋은 제품을 추천받고, 재미있는 영화는 어떤 것인지.. 전문가의 리뷰를 꼼꼼히 챙겨봅니다. 물론 책을 선택할 때도 다른 누군가의 추천이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을 하게 됩니다. 리뷰나 추천을 보는 것도 개인의 선택이기는 하지만, 저에게 추천을 요청하시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책 중에서 좋은 책도 많이 있고, 유명하고 많은 사람이 본 책이라고 내게 꼭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을 여러분에게 추천한다면 어떤 사람은 크게 공감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너무 쉬워서 읽는 것을 중단할 수도 있고, 관심사가 아니기에 흥미를 못 느낄 수도 있습니다.
나의 배경지식과 사고하는 방향이 잘 맞는 책을 찾아보고, 그것을 통해 꼼꼼히 공부를 해보는 즐거움을 여러분들도 알길 바랍니다. 당연히 봐야 하는 책이라는 것은 세상에 없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교에서 지정해주는 교과서를 봤지만, 이제 꼭 봐야 하는 필수 서적은 없습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배경지식, 그리고 지금 내게 필요한 지식을 충전할 수 있는 책을 찾는 즐거움을 느껴보길 바랍니다.
디자인 초보라서 뭘 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일단 가장 큰 서점에 가보길 권합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대충 리뷰를 읽거나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찾지 말고, 직접 서점에 나가서 미리 읽어보고 선택하길 바랍니다.
디자인 관련 서적을 뒤적거리면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을 펼쳐서 읽어봅니다. 한 시간 정도 그곳에서 책을 읽어보세요. 만약 집중이 잘되고, 한 챕터 정도를 내가 집중해서 잘 봤다면 그 책을 구매해도 좋습니다.
디자인 서적 중에 많은 책들은 쉽지가 않습니다. 유난히 번역서가 많은 디자인 서적은 특히나 용어 정리가 잘 안되어 있는 것들도 많아서 글을 읽는 것조차 쉽지 않은 책들이 많습니다. 또한 제목은 흥미롭지만, 막상 책을 열어서 읽어보면 지나치게 학문적인 내용이 많아서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들도 있습니다.
잘 읽히지 않는 책을 억지로 보면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나와 맞지 않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좀 더 쉽고, 내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책을 먼저 읽고 배경지식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디자인 책 중에는 유명한 분들이나 해외에서 공부하신 분들이 쓰신 책들이 많습니다. 유명한 분들이 쓴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린 학생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써주시면 좋을 텐데, 그렇게 친절한 책이 생각보다 많지가 않습니다. 제가 학부 다닐 때 샀던 유명 교수님의 책을 석사과정 때 겨우 끝까지 읽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책이 어렵거나 아니면 제가 텍스트와 너무 친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디자인 전공하는 많은 학생들이 텍스트를 읽고 해석하는데 익숙하지 못합니다. 물론 책 읽기와 글쓰기는 디자이너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 것이 불편하니.. 읽지 말라는 뜻이 아니고, 유명한 분이 썼다고 무조건 구입하거나, 디자인 분야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선택하는 것보다는 나와 잘 맞는지를 먼저 판단하고 책을 선택하길 바랍니다.
디자인 초보라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자료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꽤 있습니다. 누군가에게서 쉽게 얻은 자료를 소중히 다루는 사람을 거의 못 봤습니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디자인에 도움이 되는 많은 자료를 제공하고 있지만,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혹은 그냥 제공받은 자료라고 생각해서인지, 꼼꼼하게 살펴보는 학생들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어렵게 수집한 자료라면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분야에 대한 관심의 시작은 자료수집입니다. 한 번에 누군가에게서 정보 하나 얻어서 진로를 선택하기에는 그 주제가 너무 무겁습니다.
자신이 진로를 결정할 수 있게 자료를 추천해달라고 하는데, 그런 자료는 저도 없습니다. 앞으로 평생 해야 할 일을 결정하는데 책 한 권 읽고 어찌 결정을 할 수 있을까요? 관심은 있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깊은 관심으로 자료수집을 시작하세요. 그리고 그 분야에 대해서 깊이 있게 살펴보세요.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더 살펴봐야 합니다. 그냥 전망이 좋을 거 같아서, 해보려고 한다는 말은 너무 무책임하게 들립니다.
검색어 하나만 누르면 유명 맛집을 찾을 수 있고, 데이터 명소를 쉽게 추천받을 수 있는 참 편리한 세상입니다. 그래서인지, 가장 좋은 것,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습니다.
제 학생들 중에서도 공부하기에 좋은 책을 추천해달라고 요청을 하는데, 미안하지만 저는 거절합니다.
섭섭한 마음이 들겠지만, 나에게 잘 맞는 책을 찾아서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을 하고 많은 자료들을 경험해 나가길 바랍니다. 내가 예전에 공부할 때 봤던 책이 지금도 좋을 수 있지만, 더 좋은 책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실시간으로 디자인 분야의 책을 모니터링을 할 수 없기에 지금 공부하기 좋은 책을 선뜻 알려주기에는 저도 고민이 됩니다.
공부는 자신에게 잘 맞은 책을 찾아서 읽어보고, 고민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너무 쉽게 누군가에게 자료를 요청하기보다는 스스로 수집을 하는 것이 좋은 공부의 과정이라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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