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인서 Apr 23. 2019

디자인 평가에 대해 평정심 잃지 않기

디자인 크리틱을 나에 대한 비난으로 착각하지 말자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 중에 하나를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전문가나 대중에게 디자인 결과물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가 객관적으로 납득이 가능할만한 평가일 수도 있지만, 납득이 어려운 것들도 사실 많다. 당신은 디자인 평가를 받게 될 때,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평가를 수용하는가? 아니면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디자인을 왜 이렇게 하게 되었는지, 열심히 설명하는 편인가? 혹은 감정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내는가?


디자인 전문가에게 받는 평가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혹은 비전문가의 이야기는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도 되는 것일까?


디자이너라면 모두들 누군가의 평가에 대해서 편안한 마음만을 갖기는 쉽지가 않을 것이다. 디자인을 하기 위해 대학에서 전공할 때부터 현업에서 일을 하게 되는 모든 순간까지 우리는 결과물에 대한 다른 이의 의견을 수용해야 하고, 그것을 통해서 결과물을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누군가를 통해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를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그 평가자가 비전문가일 경우에는 그들이 몰라서 그런다고 생각하고, 무시하기도 한다.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시안을 제시하고,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 순간이다. 의뢰자와 디자이너가 의견이 잘 맞아서 만족하는 결과물로 상호 간에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의 미스나 디자이너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서 제안한 결과물에 대해서 재 시안 요구를 하거나, 안 좋은 평가를 받게 되면 표정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이 난관을 어떻게 잘 해결할지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게 된다. 경험이 많지 않은 디자이너일수록 이런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더 힘들다. 그리고, 그들을 설득하려고 하는 노력이 오히려 변명만 늘어놓는 사람으로 오해를 받기도 좋다.


물론 클라이언트와 바로 프로젝트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우리는 디자인에 대한 냉혹한 평가를 자주 받게 된다. 같은 팀 내의 선배들이나 디렉터를 통해 디렉션을 받기도 하고,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는 다른 부서의 사람들 의견에 대해서 프로젝트의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마케팅 담당자나 영업 담당자의 의견이 다수 반영되는 디자인 안으로 수정되기도 하고, 지극히 일방적인 회사 대표의 취향에 맞춰서 디자인이 결정되기도 한다. 


디자인의 올바른 방향이나 완성도에 대한 정량화된 수치가 있다면, 이렇게 많은 의견을 들어야 하고 이것들을 수용할 것인지, 설득할 것인지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소비자가 완벽하게 원하는 방향을 알지 못하는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내면서 가장 최선의 것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디자이너가 이해하기 힘든 디자인 수정 요구도 있고, 처음 계획했던 내용과는 완벽히 다른 방향으로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기도 한다. 회사 내부에서 디자인에 대한 경험이 많고, 디자인 성공사례를 다수 가지고 있는 회사라면 우왕좌왕하지 않지만, 경험이 많지 않은 회사이거나, 디렉터가 의사결정을 확실히 내리지 못할 때, 혹은 디자인팀의 의견이 회사 내부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 많은 시련을 겪게 된다.





당신은 다른 이의 의견을 잘 수용하는 디자이너인가?


이런 질문에 다수의 사람들은 다른 이의 평가를 잘 받아들인다고 이야기를 할 것이다. 면접에서 가끔 이런 질문을 하기도 하는데... 타 부서나 다른 팀원들 간의 의견 대립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대부분은 자신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듣는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디자이너를 더 많이 만나게 된다.


수업시간에 학생들 중, 학교에서 진행했던 과제를 보면서 질문을 한다.


"이 작업은 왜 이렇게 하게 되었니?" 

"그냥, 교수님이 이렇게 하라고 해서, 했을 뿐이에요. 전 이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럼 교수님에게 여러 안을 보여주고, 설득을 좀 해보지 그랬니?"

"아니요. 그분은 원래 자기 마음대로 하는 사람이에요.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속편 해요. 전 그래서 이 작업은 포폴에 넣고 싶지 않아요."

"...."


누구나 학교를 다니면서 교수와 마찰을 여러 번 경험한 일이 있을 것이다. 이런 대화는 나를 찾아온 많은 학생들과 하게 된다. 이런 학생은 다른 이의 의견을 잘 수용하는 디자이너에 해당되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의견을 수용하고, 그것의 발전된 방향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 내 수업에도 이렇게 말하는 학생들이 물론 있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요..."

"그럼 네 생각은?"

"전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디자이너에게 자신이 만든 작업물은 자신의 모든 것이다. 고집을 부려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른 이의 의견을 수용한다는 것은 그 방향으로 더 고민해보고, 다른 이의 의견을 받아들여 가장 최선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클라이언트를 만나게 되더라도 이런 일들은 너무 많다. 설득이 되지 않는 이들은 나도 역시 많이 만나게 된다. 그래도 그들이 시키는 대로 했다..라는 표현은 하지 않는다. 원하는 방향에서 최선을 다해 베스트를 찾기 위해 노력을 한다.


디자인은 퍼즐 맞추기와 같다고 생각한다. 퍼즐의 한 부분이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계속하다 보면, 다른 한 부분이 안 맞는다. 그렇게 되면, 기존에 했던 것들을 버리고 재 배치를 시도해야 한다. 그러다가 누군가의 의견을 통해 솔루션을 찾기도 한다. 완성으로 가는 길이 정답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맞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이의 생각이 모두  맞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누군가의 의견에 대해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고, 가장 좋은 방향성을 찾아가는 동료라고 생각을 하고 함께 해야 한다. 의견을 제시한 사람이 학교 교수이든, 선배이든, 디자인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영업 담당자의 의견이든... 


결국은 다른 의견을 통해 도출된 결과물은 디자이너의 것이다. 그러니 누가 시켜서 했다는 무책임한 발언은 삼가자. 의견을 통해서 최선의 결과로 도출하고...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작업을 진행을 해야 한다.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일을 할 때 일이다. 디자이너 2년 차도 채 되지 못했던 때이다. 클라이언트는 디자이너가 아니었다. 다된 디자인에 뜬금없이 전화가 와서, 텍스트를 더 키우고, 설명글을 넣어달라는 것이다. 이미 완벽하다고 느껴지는 디자인에 재를 뿌리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왜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지, 설명을 했다.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다 완성된 작업에 텍스트를 추가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니, 그 의견을 수용하기가 싫었다. 하지만, 마케팅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정보를 더 쉽게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으니,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요구인 것을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선배에게 불평을 늘어놨을 때, 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심미성을 유지한 채, 정보전달이 더 잘 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하는데, 그저 감정적으로 볼멘소리만 늘어놨던 것이다. 이후, 포스터는 2가지로 수정이 되었고, 소비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정보 중심의 디자인이 더 추가되어 진행이 되었다.


디자인은 전문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어찌 보면, 소비자와 더 쉽게 만나는 담당자들이 소비자의 니즈를 더 잘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전문가의 의견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소비자의 의견이나 다른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디자인적으로 어떻게 더 좋게 완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디자인에 대한 크리틱이 디자이너에 대한 비난이 아니다.


전 직장에서는 프로젝트 하나를 전체 디자이너가 시안을 잡고, 모든 디자이너가 모여서 크리틱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경쟁이 아니고, 프로젝트에 대한 가장 좋은 안을 보고,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디자이너들에게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고, 또한 다른 디자이너보다 못한 시안을 공개적으로 오픈한다는 것은 참 부담스러웠다. 모든 프로젝트가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시간이 꽤 지났어도 공개 크리틱은 적응하기 어려웠다.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 시안을 내어야 하는 자리이기에 직급이 어느 정도 있는 디자이너에게는 더 부담이 되기도 했다. 작업물에 대해서 좋은 평가가 나올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들도 많다. 시간 내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했을 때, 스스로가 매우 부끄럽고... 그 자리가 낯 뜨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물에 대한 크리틱은 그저 디자인에 대한 비판일 뿐이다. 디자이너에 대한 비난은 아니다. 가끔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은 디자이너들 중에는 화장실에 가서 눈물을 흘리고 오는 일도 있었고, 자신의 기분이 나쁨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다.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기분이 일단 나쁘다. 하지만, 같은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들이기에, 하나의 공동체이기에.. 불편한 이야기까지도 꺼내는 것이다. 멘탈이 무너졌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디자인에 대해서 더 자신감이 없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선배가 무섭다고 엄살을 부리기도 한다. 무서운 것은 그만큼 디자인에 대해서 꼼꼼하게 확인하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준다는 것이다. 

후배의 자존감을 세워주기 위해서 마냥 칭찬만을 해줄 수는 없다. 한번 정도 같이 일하고 말 정도의 상대라면 불편한 이야기는 서로 하지 않는다.


디자인에 대한 크리틱을 디자인한 사람에 대한 비난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자신의 작업 상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에는  받아들이고, 그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 생각을 깊이 해야 한다.  감정적인 부분이 앞서서 눈물을 흘리거나 변명을 하기보다는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디자인 평가에 대한 변명과 설득의 한 끗 차이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변명을 많이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의견은 팀을 이끄는 리더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변명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변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뿐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나는 후배 디자이너나 나의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데 소극적인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서로 간의 의견이 자유롭게 오고 가면서 가장 좋은 방향을 찾아갈 수 있으니, 윗사람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르는 것도 좋지 않다.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상대가 설득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디자인 의도를 누군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의견을 내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럴 때는 작업 의도에 대해서 다시 설명을 하면서 작업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변명처럼 들려서는 곤란하다.


작품에 대한 설명과 설득 과정은 공감을 끌어내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디자인에 대해서 설득이 질문에 대한 방어처럼 느껴지는 것은 좋지 못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토론문화가 그렇게 익숙하지가 않다. 일방적으로 누군가 나와서 강의를 하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 적는다. 그렇게 시험을 보고, 결과를 얻는 과정에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 서로 간의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가 익숙하지 않다. 작업물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을 하고, 최선의 방향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생각으로 크리틱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의견에 바로 맞받아치는 방식으로 변명을 늘어놓게 되면, 더 좋은 방향으로 프로젝트는 흘러가기 힘들고 상호 간에 감정까지 상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수업에서도 작업물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 받아들이고 자신의 의견을 잘 이야기하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에 작품에 대한 평가에 대해  변명이나 논리적이지 못한 말을 반복하는 학생들이 있다. 스스로가 크리틱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수업에서 프로젝트에 대한 개선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 공부를 하러 온 자리에서 작품에 대한 크리틱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면서 "시키는 대로" 하면 되냐.. 는 식의 태도로는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작품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때는 그 순간 상황 대처를 하기 위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혹은 무조건 상대의 의견에 대해서 반박하는 식의 의견을 내는 것도 옳지 않다. 상대방의 의견을 들었을 때는 깊이 있게 고민하고, 그 문제를 함께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토론을 해야 한다. 작품에 대한 크리틱이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닌데, 그것을 오해하고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피해야 한다.





디자인 평가에 대해서 평정심 잃지 않기


얼마 전 내가 들은 인터뷰에서 김영하 작가는 좋은 작가가 되려면 "깡"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가 말하는 "깡"이라는 것은 작가라는 직업은 다른 사람의 평가를 많이 듣게 되는 직업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평가를 듣고, 그것을 성장의 발판으로 마련해야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작가와 디자이너는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유명 작가만큼 디자이너는 대중 앞에 나 설일이 많지 않지만, 누구나 쉽게 평가를 할 수 있고,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일이기에 그만큼 누군가의 평가를 쉽게 듣게 된다. 수업을 하다 보면, 날 선 평가에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 평가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대해서는 디자인을 하기는 참 힘들다. 누군가의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서는 절대 평정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개선을 할 방향에 대해서 깊게 고민을 해야 한다. 안 좋은 평가로 인해서 자존감이 낮아졌다든지, 혹은 디자인이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따위의 말은 어린아이의 철없는 핑계에 불과하다. 


아무리 유명 디자이너이거나 작가라고 하더라도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그리고 어설프고 부족한 때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그때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고 자신에 대한 자책과 감정적으로만 대한다면 그들 모두 잘 성장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평가에 대해서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이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찾아서 근성으로 험난한 디자인업계에서 잘 버티는 힘을 가져야 한다.


:D


+

일대일 디자인과외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통해 디자인 공부를 원하는 분들은 아래 게시물을 확인해주세요.

https://blog.naver.com/inmayde/223114659115


+

진로상담, 디자인컨펌 등 모든 상담은 무료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아래 링크를 확인하고 정식 상담 요청을 해주셔야 상담이 진행됩니다.

무료 상담은 진행하지 않습니다. 카톡을 통해 개인적인 질문은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inmayde/222373053299













매거진의 이전글 인하우스 디자인팀 디자이너로 일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