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인서 Jan 27. 2020

디자인에서 콘셉트의 의미

콘셉트가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다음 디자인은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디자인을 하는 우리가 자주 쓰는 단어 중에 하나가 아마도 콘셉트(concept)라는 단어일 것이다. 내가 어린 시절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던 때, 대중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온 디자이너는 단연 "앙드레김"님이셨다.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이기에 요즘 어린 학생들은 그분을 잘 모르겠지만, 나는 콘셉트이라는 단어를 "앙드레김"님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되었고, 디자이너들이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에 하나라고 인식을 하면서 성장을 했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봤던 앙드레김 님께서는 자신의 패션쇼가 끝난 뒤, 콘셉트 설명을 늘 하시곤 했었는데..  "이번 패션쇼의 콘셉트는 퓨어한 화이트 소재를 사용하여 엘레강스하고,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볼륨감을...."

이런 인터뷰는 많은 예능에서 희화되어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학생들에게 콘셉트의 개념을 설명할 때, 예시로 많이 하게 되는 옛이야기가 되었다.





브랜드 정의를 통해 바로 시각화가 진행되긴 어렵다


"선생님, 콘셉트는 잡았는데, 그다음 작업을 못하겠어요.. ㅠㅠ"

"그래? 콘셉트가 뭔데?"

"20대가 좋아하는 깔끔하고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예요."


아마도 클라이언트를 만나 본 사람들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나에게 디자인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자신이 의뢰할 브랜드에 대해서 콘셉트를 설명한다. 뭐 그게 콘셉트라고 한다면.. 콘셉트가 될 수 있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20대가 좋아하는 깔끔하고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라는 말을 듣고, 혹시 디자인적인 영감이 마구 떠오른다거나, 그래픽 프로그램을 켜고 마구 작업을 하고 있다면 당신은 천재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위의 브랜드에 대한 정의를 마친 뒤에 바로 시각화할 요소가 떠오른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자신이 정의 내린 것을 그다음 어떻게 시각화할 것인가에 대해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학교에서 보통 수업을 진행하면, 아이템을 정하고 시장조사를 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실제 회사에서 시장조사를 하는 과정은 매우 간단히 끝난다. 하지만, 학교에서 습관적으로 시장조사에 시간을 많이 보내다 보니, 내 수업시간에서나 회사에서 일을 할 때, 많은 디자이너들이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들을 그대로 정리해서 보고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내가 원했던 것은 자료조사를 통해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어떤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할 것인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방향성을 정해서 논리적으로 브랜드 스토리를 풀어내는 것이었다.

 리서치를 하라고 오더를 주는 것은 내가 인터넷 검색을 할 줄 몰라서가 아니다. 팩트를 기반으로 한 디자이너의 아이디어 도출과정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정의를 통해 제품의 특징을 이해하거나, 타제품과의 차별점을 찾을 수 있을까? 브랜드에 대한 정의를 하려고 한다면, 타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자신이 디자인할 제품을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제품에서 큰 장점을 찾을 수 없다면, 디자이너는 스토리나, 디자인적인 특징을 통해 제품을 구매할 다른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디자이너가 그런 것까지 해야 한다는 말인가?라는 의문을 품는다면, 디자이너의 역할은 단순히 그래픽 툴을 이용해서 이미지를 만들어주는데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시작과 끝을 모두 함께해야 하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클라이언트가 정말 뻔하고 재미없는 제품을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디자이너는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제품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시장에는 매우 다양한 커피의 종류가 있다. 프리미엄 급부터 편의점에서 1000원이면 마실 수 있는 커피, 캔커피부터 고가 커피까지... 대체 이 학생이 디자인을 하려고 하는 커피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타깃은 단순히 연령대를 구분 짓는 것이 아닌, 정확한 구매자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제품에 대해서 구체적인 스토리를 만들면서 정의가 된다.


디자인을 잘하는 유명 디자인 회사의 결과물을 살펴보면, 브랜드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과정이 탄탄한 논리로 잘 풀어낸 것을 볼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을 클라이언트 단에서 제공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진정한 디자인의 가치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논리적으로 비주얼까지 풀어내 과정에서 나타난다.




타깃(target)은 구매 연령대를 정하는 것만이 아니다.


학생들 중에는 타깃을 단순히 구매 연령 층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고, 20대에서 30대, 혹은 40대 남성 등으로 타깃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20대에서 30대 여성, 그렇다면 21살의 여자와 39살의 여자는 라이프스타일이 같을까? 소비를 하는 패턴은 어떨까? 20대에서 30대의 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타깃이라는 것은 기업에서 브랜드를 어필할 정확한 대상을 이야기한다. 최근에는 대상의 라이프스타일을 정확하게 정의하고, 어떤 사람이 구매를 할 것인지 페르소나(persona)를 정의하고 브랜드 사용자를 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은 즉, 구매 대상에 대해서 더 정확한 정의를 진행하고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이다. 20대 여성이라는 구체적이지 못한 대상을 통해서는 브랜드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특히, 대부분의 브랜드는 SNS를 통해 타깃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SNS 광고의 장점은 구매를 할만한 정확한 타깃을 중심으로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술이나 패션에 관심이 많고, 특정 전공을 하며,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20-25살 여자... 심지어는 사는 지역까지 지정해서 광고가 가능하다.


매체는 이렇게 세부적인 타깃을 중심으로 광고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브랜드를 만드는 디자이너의 타깃 설정이 90년대 방식으로 설정된다면, 당연히 시대에 뒤떨어지는 디자인을 할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많은 학교에서 이런 식의 타깃 설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물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크다.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학교의 교육은 아직도 90년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비주얼화 어떻게 아이디어를 정리할까?


예시를 든 주제를 가지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브랜드에 대한 구체화가 되어야 한다.

편의점 판매용인지, 고가 정책을 펼치는지,.. 등등 다양한 커피 판매 방식의 특징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20대 여자라면,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지 정해야 한다. 대상이 주로 이 커피를 언제 마시게 될 것인지.. 브랜드에 대한 구체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구체화가 진행되었다면, 이제 이미지 리서치를 시작해보자.


1. 20대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고 있는 이미지

2. 깔끔하다는 것을 표현할 이미지, 

3. 편안함을 표현할 이미지

그리고 또 다른 구체성을 가진 주제에 맞춰 이미지 수집이 이루어져야 한다.


디자인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이미지 리서치 예시


제품에 대한 콘셉트는 팩트를 기반으로 하여 정의가 우선 진행이 되어야 한다. 내가 디자인을 할 때, 나는 제품의 콘셉트와 디자인 콘셉트를 구분하여 정의를 한다. 제품의 콘셉트는 제품의 핵심가치, 소구 유형이나 타깃에 대한 내용, 더 깊게는 페르소나를 정의하기도 한다. 제품의 지향점과 차별화 포인트를 중심으로 아이디어가 잘 정의되어야 한다. 이때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는 텍스트로 정리를 하고, 이를 구조화하여 내가 시각화로 풀어내고자 하는 내용이 잘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한다.


꼭 포스트잇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텍스트를 통한 구조화 작업은 꼭 필요하다.


그렇게 팩트를 기반으로 제품 콘셉트에 대한 구조가 모두 정의가 되었다면, 디자인 콘셉트로 확장을 해보자.

대상을 표현할 은유적으로 표현할 형용사를 중심으로 브랜드의 스타일과 무드를 정의하고, LOOK&FEEL을 이미지 서치를 통해 정리를 해보면, 브랜드를 시각화할 방향성에 대해서 구체화가 된다.

제품 콘셉트와 디자인 콘셉트를 구분을 한다면, 조금 이해가 쉬울 것이다. 디자인 콘셉트는 은유적 표현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디자인은 결국 스타일을 정의하는 것이다.


이미지 리서치를  했는데도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디자인은 결국 문제 해결을 통한 스타일을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유 패키지 디자인을 한다고 가정을 해보자. 우유를 디자인할 때, 꼭 "소"의 이미지가 들어갈 필요가 없을 수도 있지만, "소"의 이미지를 넣기로 결정을 했다면, 우리가 소를 표현하는 방식은 100만 가지가 넘을 것이다. 빈티지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펜으로 정밀하게 묘사가 된 이미지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귀여운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단순화하거나 희화화해서 표현을 할 수도 있다. 

한 가지 주제를 표현하는데, 다양한 표현방법이 있다.


이 스타일을 정의하는 기준은 제품의 특징을 정의하는데서 시작되고, 이런 정의는 논리적으로 시각화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수업시간에 무턱대로 "빈티지하게 만들래요" "심플하게 그려볼래요" 이런 식의 "~하고 싶어요"는 내게는 통하지 않는다. 디자인 결과물은 내 만족을 위한 자화상이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산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일러스트의 스타일이 있다. 하단의 그림은 핀터레스트의 검색을 통해서 보면 자주 접할 수 있는  간결하게 정리가 잘된 스타일의 일러스트이다. 학생들은 하나의 스타일이 유행을 하면, 자신이 디자인하려고 하는 브랜드의 성격과는 무관하게 유행하는 스타일의 그림을 자신의 작품에 담고 싶어 한다. 물론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를 완성하는 과정에 대해서 무조건 비난을 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의 콘셉트와 일치하고, 시각화까지 가는데 그 방법이 논리적이라면 무엇을 한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행하는 스타일을 무조건 따라서 만들어 보려고 한다거나, 잘 팔리는 브랜드의 형태를 유사하게 카피하는 방법은 디자이너로써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최근 유행하는 일러스트 스타일이다.(좋은 작품의 스타일에 대한 예시로 사용되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디자인에서 콘셉트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디자인을 설명하는데 콘셉트를 빼놓고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다른 잘 나가는 제품의 카피를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디자이너는 누군가의 결과물을 그대로 보고 베끼는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된다. 학교에서 빨리 결과물을 만들어서 성적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좋은 작업물들의 그림을 베끼는 것이 습관이 된 학생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언뜻 보면 작품의 완성도가 좋아 보이지만, 어디서 본 듯한 카피 제품이 가득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디자이너를 환영할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이 논리적으로 잘 진행됨을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는 매우 중요하다. 나는 결과물보다는 디자이너가 어떻게 사고를 했고, 사고의 과정이 논리적으로 잘 시각화까지 이루어졌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인터넷에서 시장조사만 하고, 다른 이들의 작업물을 몇 가지 수집하여 디자인을 하는 것을 반복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빠른 시간 내에 고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디자인에 의해 제품의 판매가 결정되고, 브랜드의 성장과 실패가 좌우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클라이언트에서 재미없는 프로젝트를 제공한다고 불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 스스로 브랜드의 스토리를 탄탄하게 만들어내 확장시키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회사에서 하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는 디자이너들을 만나곤 하는데, 재미있는 프로젝트, 그렇지 않은 프로젝트는 클라이언트가 제공하는 것이 아닌 디자이너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D


+

일대일 디자인과외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통해 디자인 공부를 원하는 분들은 아래 게시물을 확인해주세요.

https://blog.naver.com/inmayde/223114659115


카카오톡 : Sunnyside07up

카톡은 수강신청과 상담 신청용으로 만 사용됩니다. 

무료상담은 진행하지 않습니다. 정식 상담을 신청 후, 상담 시간에 문의를 해주세요.



+

진로상담, 디자인컨펌 등 모든 상담은 무료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아래 링크를 확인하고 정식 상담 요청을 해주셔야 상담이 진행됩니다.

무료 상담은 진행하지 않습니다. 카톡을 통해 개인적인 질문은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inmayde/222373053299


매거진의 이전글 디자인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