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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에나 있는 리 Apr 05. 2016

해외일기 #050416


오늘은 내가 일을 쉬는 화요일. 딱히 매주 화요일마다 쉬는 것은 아닌데 평일에 한 번, 주말에 한 번을 쉬는 스켸쥴을 가지고 있다. 일할 날이 한달 약간 넘게 남았으므로 매니저 알렉스는 슬슬 주말에 다른 사람을 넣고 나는 평일에만 시프트를 받는 방향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이게 가만 보니 생각처럼 쉽게 되지는 않는 듯. 아무튼 나는 이번 주 주말에도 일을 하게 되었으니. 


새 집에서 어제부터 제대로 지내기 시작했는데 방이 어둡고 창문이 없어서 불편할 뿐 아니라 인터넷 연결도 아직 되어있지가 않다. 온통 불편한 기색을 가득 띄고 있었는데, 오늘은 나 말고는 다들 '중요한 볼일'들이 있어서(뭐 일을 한다거나 하는) 내가 집에서 머물러야 인터넷을 설치하는 분들께 문을 열어줄 수 있다고. 집에서 그 웽 하는 소리를 들으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뒷목) 다들 돈 벌러 다녀서 좋겠수.


작은 집으로 이사오고 나니 새삼스럽게 느끼는 짐의 크기들. 쓸 건 빨리 쓰고 버리고 음식은 얼른 먹어서 없애 버려야지 정말 눈엣가시다 이건ㅋㅋㅋㅋㅋㅋ 텅텅 빈 냉장고와 수납장을 봐야 속이 다 시원하겠소. 안 그래도 왜 비행기도 다 결제를 했고 한국에서의 숙소도 한 달을 예약을 해 놓았는데 돈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느낌이 들까? 생각을 했었는데 한국통장에서 어제 한국에서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표 결제한 것이 빠져나가면서 그제서야 뭔가의 공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뉴질랜드 통장에 돈이 있기는 하지만 환율이 낮으니 이걸 잘 바꿔도 한국돈으로 바꾸면 돈이 훅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_- 


뉴질랜드 통장은 이율이 좋아서 (기본 세이빙 계좌가 2.75%, 시리어스 세이빙이 3.05%정도) 한 달에 한 $7-8 달러 정도의 이자가 들어와서 한국을 가고 영국을 가게 되더라도 뉴질랜드 계좌는 열어놓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비자데빗 카드가 좀 걸린다. 1년에 $10씩은 카드비를 내야 해서(인터넷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비자 딱지가 붙은 대신에 내는 거란다) 뉴질랜드 통장에서 결제할 수 있는 이 옵션을 그대로 유지하고 가야 할까 아니면 그냥 데빗카드(체크카드)로 바꾸고 돈은 출금하거나 이체해서 사용이 가능한 식으로 바꿔야 할까. 돈도 많이 없고 또 영국을 갈 때 즈음이 되면 돈없다고 허덕일 텐데 그래도 계속 이체따위를 해 가며 그 얼마 안 되는 돈 받겠다고 뉴질랜드 통장을 유지해야 하는걸까(뭐 이런 생각들이 가득하다) 


서머타임이 지난 주 일요일로 끝나면서 본격 '겨울'로 접어들었다(뭐, 가을이라고 하자) 날씨가 어느순간 갑자기 확 변하지는 않지만 이게 이스터 롱위캔이 끝나면서 일하는 곳이 급 한가해졌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한가해졌다 -_- 그 말인 즉슨 내 시프트도 줄어든다는 이야기. 게다가 새로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에게도 시프트를 줘야 한다고. 난 풀타임으로 계약하긴 했지만 이미 노티스를 준 상황에서 풀타임을 기대하면 안 되겠지... 일주일에 약 30시간 정도를 받는 것 같은데 세금을 제하고 매 주 나가는 렌트(집세)를 제하면 그다지 돈이 모일 법한 모양이 나질 않는다. 그에 비해 남자친구는 쉬는날 다 쉬고 일 더 하면 다른날 쉬거나 일찍 마칠 수 있고, 게다가 홀리데이 리브도 착착 쌓여가고 있어서 일찍 그만두더라도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유급휴가(약 2주 정도란다)는 돈으로 땡겨 받고 마칠 수 있다고. 늘 일이 귀찮고 재미없다고 입이 삐쭉 나와 있지만 부럽다 -_-


난 과연 언제쯤 그쪽(오피스)으로 입성할 수 있게 될까. 즐겁게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모든 면에서 200%만족하고 있는 건 아니다.... 물론 200%만족하고 일하는 사람은 없겠지마는. 삶에 익숙해지고 또 반복되면 지루해지고 위를 바라보며 불만을 가지고 걱정하고 고민하고 다른 것을 생각해 보고 하는 것이 그냥 꿈을 가지고 나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야지 별 수 없다(...)


시프트가 줄겠지만 그 남은 시간에 나는 또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다. 얼기설기 코스만 몇 개 끝내고 끝!이라고 이름 붙였던 코딩이라던가, 포트폴리오라던가 뭐라던가. 남은 시간을 활용해서 뭔가를 할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해야겠다. 주30시간은 그냥 입에 풀칠하고 가진 돈을 쓰지는 않는 정도의 돈이고 한달 남짓 남지도 않은 이 시점에 구지 다른 단기 일을 찾아서 열심히 돈을 더 모아봤자(얼마나 더 모을 수 있겠냐는거다) 


정말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내 블로그, 그리고 요리밖에 없는 것 같은데 뭐가 더 있나 

(연애도, 있다<-장족의 발전이다 이건) 

그러고보니 어딘가에 정착하질 않고 계속 돌아다니며 사는 삶도 계속되고 있구나(...) 이제는 어딘가에 정착한다는 게 두렵다.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눈앞에 닥친 일도 즐겁게 헤쳐나갈 수 있는데 어떤 일을 하게 되고 어떤 트러블이 생기고 그 트러블을 언제쯤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감도 오지 않는다면 난 정말이지 깊은 늪에 빠져버릴 게 분명해(....)

개럿과는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게 지내고 있고, 그래 이런 사람이라면 같이 쭉 지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여전히 이게 마지막! 연애! 그리고! 결혼!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앞이 캄캄하다. 난 여전히 잘생긴 남자가 판도로에 오면 같이 일하는 친구들하고 꺆꺆거리며 호들갑 떨고 있고 그냥 그렇게 살고 싶다(...)


뭐 내가 이렇게 살게될 줄은 몰랐으니 아마도 언젠가 이제 그만 정착하고 싶다, 자리를 잡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 때도 있겠지? 스스로에게 정착을 강요하진 않겠다(어차피 난 그럴 사람도 아니고) 그냥 시기가 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지. 좋아하는 일이 생기고 그 일을 계속해서 할 수 있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계속해서 같이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너무 완벽하지 않아도 즐겁고 행복하고 시간도 적당히 빠르게 흘러가고 건강에 안 좋은 삶만 안 살면 행복할 것 같은데,


뉴질랜드에 와서 느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어차피 같은 장소에서 일한다면 지금 일하고 있는 판도로에서 계속 일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가 이 업계가 좋고 이렇게 평생 일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말이죠... 사람을 잘 뽑고, 대우가 좋고, 바쁘고, 인지도 있고. 그냥 이 정도. 난 그냥 스쳐지나갈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크게 미련을 두고 있지는 않긴 하지만, 영국에 가서 바리스타 일을 구해야 한다면 판도로를 그냥 들고가서 영국에 놓고 싶고 그렇..


영국에 대한 두려움도, 막막함도 있지만 내 옆에는 개럿도 있고 뭐, 어떻게든 될거라는 믿음이 있다. 그 동안 해왔던 것처럼 시간은 어떻게 해도 흘러가고 경험은 자신감을 만들어 주니깐 :)



도서관에 자리가 없어서 대충 아무데나 앉았더니 배터리가 신경쓰여 뭘 못하겠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충전하고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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