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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에나 있는 리 Feb 28. 2016

해외일기 #280216

오클랜드,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 하루일기 


어제 로토루아에서 오클랜드로 돌아왔습니다. 로토루아Rotorua 는 뉴질랜드 북섬에 있는 곳인데 오클랜드에서 버스로 한 3~4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 로토루아에서는 날씨가, 구름 한 점 없이 쨍쨍했었고.. 살이 타는 냄새인지 어디서 바베큐를 하고 있는건지 모를 정도였는데 버스가 오클랜드로 다가갈 수록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더니 도착하니 비가 막...막 내리고 막... 로토루아로 가기 전에 발코니에 빨래들 말려 놓았던 게 불현듯 기억나서 어쩌지 어쩌지 하면서 내렸는데 막, 엄청 습하고 덥고...비가오니 공기에 물의 기운이 가득하여... 떼르메스 생각이 막 나고 끈적이고 (이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다.)

아무튼 오늘(일요일)은, 그런 약간 습한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는 이야기. 저는 오클랜드 시티에 있는 판도로 라는 빵집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습니다. 오클랜드에 파넬이라는 동네가 있는데 여기가 좀, 이탈리아 사람들이나 프랑스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임. 오클랜드에서 타운이 처음 형성된 곳이기도 하구요 (참고로 오클랜드에는 언덕이 많아요 */그래도 샌프란시스코를 따라갈 수 없다/*) 그곳에서 시작한 이탈리안 빵집이 유명해져서 여기저기 지점을 낸 경우가 바로 이 경우여.. 오클랜드 시티의 중심가는 퀸 스트릿Queen street 을 따라서 이루어져 있는데 그 길가에 판도로가 위치해 있어서, 이 곳을 판도로 퀸스트릿 Pandoro Queenstreet 이라고 부릅니다. 판도로는 빵을 만들어서 판도로 가게에서 팔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홀세일Wholesale 손님들이 더 많지라. 카페같은 곳에서 만드는 샌드위치라던지 머핀같은 것들 말이죠. 빵을 매일매일 구울 여건이 안 되는 카페들이 샌드위치나 스콘 등을 가져다놓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매일매일 빵을 공급해 주는(그것도 질이 늘 일정하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는) 빵공장(?)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제가 가게문을 열 때에는 6시에 도착해서 일을 시작하는데, 빵은 늘 그 전에 도착해 있단 말입니다.. 빵은 대체 언제 구워지는 것이고, 그리고, 배달은 대체 누가 해주는거야... 배달해주시는 분들은 대체 언제 주무시는 거예뇨. 


제가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 지는 사실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어요. 한달 정도 됐을까... 딱 한달 채운 것 같네요 가만 보니. 그런데 왜 이렇게 책임감이 막중한 업무들을 척척 넘겨주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감. 가게 키를 어느 날 문득 매니저가 주면서 키를 받았다는 문서에 싸인하라고 해서 아임 낫 레디 낫 레디(나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엉) 막 그랬는데 이게 언어가 안 통했다는 걸로 믿어야지 안 그러면 그냥 무시하고 됐고 키나 받아 라고 하고 건네준 것 같은데... 여하간 그동안 일하면서 가게문을 직접 열고 와서 혼자 시작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오늘은 드디어 혼자 7시에 와서 한시간 동안 문 열 준비를 하고 8시에 같이 일하는 친구 한 명이 더 와서 둘이서 문 열고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대체 어쩌자고 나를 이렇게 믿고 그냥 덜렁 가게에 던져놓는 것인지, 내가 뭐라도 말아먹고 막 날려먹고 그러면 어쩌려고 하는 것인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허둥지둥 파이 워머부터 스위치 온 하고, 그릴 데우고 빵 체크하고 손님들이 따로 주문한 것은 없는지 체크하고 둥둥둥

어쩌지 어쩌지 하다 보니 같이 일할 친구가 왔고요, 그렇게 그냥 문을 열었다..... 그래도 한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혼자 다 할수 있기는 하네요....


일요일은 사실 한가하기도 하고(도시자체가 좀 심심^,*) 대부분의 곳이 문을 닫거나 늦게 열어서, 그걸 아는 사람들은 아예 아침에 일찍 나가거나 하질 않습니다. 브런치를 먹으러 간다면 모를까... 그래서 일요일에 문을 열면 대부분의 손님들은 그야말로,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시작하려는 관광갴분들이 대부분입니다. 특히나 프랑스 분들이 아침 일찍 커피하고 뺑 오 쇼콜라(초콜릿 데니쉬Choc denish))혹은 치아바타 같은 것들을 사서 집으로 들고가기도 하고 그래요. 

주말의 판도로는 두명이서 일하고, 두명이서 시작하고 두명이서 마감을 하는데 한 7~8시간 정도 된단 말이죠 (주말이라 문을 짧게 열고요) 그래서 둘이 번갈아가면서 10분씩 쉬고, 30분씩 점심시간을 가지고 그러고 나면 마감준비를 살랑살랑 하고 문 닫으면 와다다다다 청소하고 끝내면 그게 내 일요일의 전부여... 

10분 쉬는 건 돈 주는 브레이크(급여에 포함), 점심시간 30분은 돈 안 주는 브레이크(총 일한 시간에서 빼요. 칼같이 쉰다 돈 안 주면) 인데, 캐나다에서는 이게 좀 지켜지는 듯 지켜지지 않는 듯 했거든요(거의 없다고 봤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한번 일하러 가서 한 7~8시간을 와다다다 일하면 일 끝나면 정말 술 한잔 해야할 것 같고 피곤하고 그런데 그래도 중간에 한번씩 앉아서 다리도 쉬어주고 점심 시간에는 런치 들고 밖으로 나가서 햇볕 쬐면서 시야정화도 하고 그러면 같이 일해도 삶이 좀 더 윤택해지는 것 같달까 그래요... 커피 사진은 제 런치타임에 만들어 마신 컾ㅂ푸1. 


뭐 대단하게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진짜, 런치 브레이크만 딱 지나고 나면 와다다다다다 하고 정신차리면 가게 문 잠그고 있음. 어쩜 이래... 


오늘은 저도 일했지만 남자친구도 일하는 날이기도 해요. 걔는 사무직인데 이번 3주만 드물게 금,토를 쉬고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일하는 스켸쥴이었구요 다음주부턴 다시 정상(월-금)으로 돌아감. 일을 먼저 끝내서 집에 도착하는 사람이 저녁을 만들고요, 일을 늦게 끝내고 오는 사람은 설거지를 함. 오늘은 제가 남자친구보다 한시간 일찍 끝났으니 저녁을 뭘 만들지를 고민해야할 시간임. 어제부터 실온에 해동시켜 두었던 소고기 민스가 있는데, 이걸로 칠리를 만들어 볼까 하다가, 이거 너무 단골메뉴이기도 하고요, 좀 색다르게 만들어 보고 싶은데 뭔가 좋은 게 없을까 하면서 카운트다운CountDown(슈퍼마켓) 에 들어가서, 요근래 허브를 잘 안 썼었는데 막 오레가노나 바질이라던가 로즈마리라던가. 생잎을 사서 팬에 오일 두르고 로즈마리 튀겨주면 그 오일이 아주 기가 막히다고 막 쉐프쇼 같은 데서 그러던데... 하고 보는데 싱싱한 것이 가격도 비싸고. 널 몇번 쓰다 보면 제대로 쓰기도 전에 시들어버릴 것 같고 그리고 내 잔고도 시들 것 같ㅇ

그러다 발견한 이 두 가지. 믹스허브는 과연 다양한 허브들이 잘 섞여 있고, 너무 가루가 아니고 눈에 보이는 입자라서 더 좋네요. 허브는 허브허브한 맛이 있어야지 + 그리고 처트니Chutney. 처트니는 새콤달콤한 잼 같은 건데 말이죠..뭐라고 설명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음. 그런데 막 잼이라고 하면 초콜릿 잼이라던가 딸기 잼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있는 반면 처트니는 이것저것 많이 섞었고 단맛이 나는 파스타 소스 같은 거라고 하면 좋을까요. 양파맛도 있고 라임맛도 있고... 아무튼 보통 이런 처트니의 경우는 소금도 팍팍 설탕도 팍팍! 들어간 게 대부분인데 이 처음 보는 브랜드의 처트니는(정말 처음 봤음. 카운트다운에서 들여온 지 얼마 안 된듯) 소금함량하고 설탕함유량이 낮고 성분도 꽤 괜찮아 보여서 시도해 볼까? 하고 구입해 왔답니다. 가격은 $4.4 정도 했던 것 같구녀



사진은 총 네장밖에 올리질 않았는데 왜 다들 화질이 이래 달라여....라고 한다면, 첫 커피 사진은 판도로의 조명이고 두번째 사진은 수퍼마켓의 조명이고 세번째는 좀 어둑한 데서 찍은 사진이라, 화질이 훅훅 날아가서 그렇슴. 해동이 잘 된 민스에 허브를 팍팍 넣고 발사믹도 팟팟 섞어서 조물조물해주고 잠시 한켠에 놓구요, 판도로에서 들고 온 샌드위치 두어 개를 런치박스에 나눠담고 냉장고에 넣어요. 이걸로 남자친구 이틀 치 점심은 해결되었다! 아가 여자친구가 빵집에서 일하면 이런 점심 샌드위치 같은 것에 돈쓰지 말거라.. 그리고 나서 얼른 샤워하러 뛰어듬. 제가 처음에 말했죠 오늘 날씨 아주 습하고... 몸이 끈끈이가 된 것처럼 서로 달라붙고 땀은 왜 흘리고 앉았나 나는, 왜.... 


고기 볶고 나온 기름에 허브를 넣어서 튀겨주다 적 양배추도 넣어서 볶아주고, 시금치 잘게 썰어서 넣고 오늘 구입해 온 처트니도 한스푼 크게 넣어주고 후추 뿌려서 마무리!

남자친구가 밥솥에다 밥을 만들면, 꼭 물을 넘치게 부어서, 밥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밥이 죽이 되지라... 하지만 뭐 식감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죽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좋은 결과이지 않냐며. 그리고 현미의 식감이 퍼져서, 일반 쌀 식감처럼 됩니다....*/이것도 나름대로 좋다/* 아무튼 그래서 죽같은 것을 보관용기에 보관했다가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그릇에 얹고 체다치즈를 잘라서 얹으니 황제의 밥상(생략)


이 처트니 황금 맛있네요... 내일중이면 다 없어지겠군...

오늘 왜 이렇게 쌩쌩하지, 커피를 두잔 마셔서 그런가...불안불안하군여 내일은 10시간 일하는 날이예여 바짝 차리고 잠을 일찍 자지 않으면 노노해. 


오늘의 일기는 여기서 끗.


28/02/2016 일요일. 오클랜드, 뉴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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