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이직. UI 디자이너가 되다

*같은 회사 내에서!

by 어디에나 있는 리


블로그가 점검 시간이 겹쳐서(...) 오랜만에 브런치를 열었다. 블로그는 데일리용으로 사용하고 있고 브런치는 그냥 말하고 싶은 주제가 있을 때 적는 편인데 그냥 하루하루 적어놓고 지나가다 보니 손을 안 댄 지 오래 되었네. 커리어 업데이트를 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적어본다.


미드웨잇 디자이너 몇명이 줄줄이 나가면서 위로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주니어(신입) 타이틀을 떼고 싶다는 욕심과 한편으로는 나 정말 아는거 1도 없는데(...) 라는 마음이 들어 휘청거렸지만 결국은 같은 일을 같은 시간 하는 거라면 돈을 더 받는게 낫겠다 싶어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늘 곧장 CD에게 달려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었다. 내가 사적인 대화는 잘 못 이어나가더라도 이런건 원하는 게 있거나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을 때에는 가서 이야기를 잘 하는 편이다. 답답해서 혼자 끙끙대고는 못 있겠더라..... 아무튼 나도 미드웨잇으로 올라가고 싶다 이야기를 했고, 한달 정도 뒤에 프로모션이 이루어졌는데 따로 불러내서 다음번 프로모션에 네가 올라갈 거야.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약속이야 누구나 할 수 있다. 사실 여러가지 이유로 약속을 깨는 것은 쉽다.. 그렇지만 나는 CD를 믿고 있긴 했다. 생각에 나는 일단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고 나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올려 주겠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아마도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내가 문제였다. 우리 회사에서는 브랜딩/그래픽/뭐 이것저것을 다 합쳐서 2D 디자이너라고 불렀고, 쓰리디를 다루는 디자이너들은 3D 디자이너라고 불리웠다. 2D 디자이너란 결국은 그래픽 디자이너인데 약간 내가 정말 이쪽에 100% 맞는 디자이너인가 생각을 했을 때에는 좀 의문이 들긴 했다. 내 전공은 공업디자인이었고 아무래도 사고도 좀 그렇게 하는 편이라. 그냥 예쁜거 보고 아 예쁘네- 가 아니고 왜 이걸 여기에 이렇게 썼는지와 같은 근거를 곁들여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뭔가 사용자경험, 웹디자인 모바일 디자인. 이런것에 더 끌렸다. 하지만 딱히 답이 없었다. 그렇다고 뭘 어쩔건데?


그렇게 생각하다 정말 그냥 문득, 아마 스트레티지 팀 인턴십 뭐를 보려고 했었는데 무심코 커리어(잡)을 클릭했고 거기에 있었다. 주니어 디지털 디자이너라는 구인공고가! 우리 회사에서 인수한 디지털 디자인 에이전시가 있었고 (아주 규모는 작지만) 그 회사가 이제 통합이 되려는 시기에 와 있었다. 퍼머넌트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었던 것. 잠시 혼돈에 휩싸였다. 난 곧 주니어 타이틀을 떼려는 시기에 있었고 이 팀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주니어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어쩔까... 좀 막연하긴 했지만 나는 30이 되기 전에 주니어 타이틀은 꼭 떼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걸 지원해 버리면 어떻게 되는건가 싶었다. 뭐 엄청나게 타이틀을 떼는 것이 30의 목표였고 그런 건 아니었고 정말 그냥 막연하게. 아 30이 되기 전에 미드웨잇으로 올라가고 싶고 30K는 받고 싶다. 정말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했었다. 또 하나 내 마음을 흔들리게 했던 건 샐러리 라인이 나보다 높았다(...) 뭐야 이거 돈 잘 주잖아!?


아주 짧게나마 고민을 했었던 것 같다. 주니어를 달고 디지털쪽으로 본격 커리어 방향을 틀 것인지 아니면 미드웨잇 그래픽 디자이너로 올라갈 것인지... 여기저기 물어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 물어보고 다녔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마음은 정해져 있었다. CD에게 가서 나 이거 잡 공고 봤는데 지원하고 싶다 이야기했고 CD는 자기가 그쪽 팀하고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거 기다릴 내가 아니었다(...) 회사 키친에서 디지털 팀 디렉터를 만났고 공고를 봤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 어디 좋은 사람 있어? 응 그게 바로 나야ㅋ 그랬더니 !?ㅋ 너야?ㅋ 그래 그럼 포폴들고 와 함 보자. 라고 하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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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폴이라니. 이 회사에 주니어로 입사한 이후로 포폴은 1도 만진 적이 없었다. 공고는 정말 연이었던지 공고가 올라간 첫날 내가 바로 발견한 거였다(...) 아무한테도 말을 안 했다고. 정말 운명인가 싶게 그냥 떡하니 확인을 했던 것. 아무튼 그래 그럼 포폴을 준비해야겠다 생각을 했다. 우선 내가 해왔던 프로젝트를 나열해 보고 그 중 디지털과 관련있는 것들을 추려냈다. (혹은 사용자경험) 이 중에서도 내가 도맡아 했던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어서 그렇게 초점을 잡고 크게 스케치를 해 나갔다. 평일에는 바쁘고 피곤해서 준비할 시간이 없었고 주말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그때부터 약 2주 간 머릿속에는 포폴 생각밖에 없었다(...) 주말마다 회사에 나가서 포폴을 만들었다. 난 그때 주말에도 사람들이 회사에 뭐 놓고간 것 때문에 방문하고 이런다는 걸 처음 알았다(...) 아무튼 그렇게 한번의 주말을 보내고 났는데 디지털 디렉터가 와서 그래 인터뷰 시간을 언제로 잡을까. 너무 늦어지면 또 좀 그러니까. 라고 하길래 음..그럼...다음주로 합시다...ㅋㅋㅋㅋㅋㅋ 라고 결론을 내렸음. 너무 늦어지면 안되니까. 그래..... 그러고 나서 그 주말도 회사로 출근해서 폭풍 포폴을 만들었다. 그런데 마지막 주말의 일요일에 보니 뭔가 내가 정말 디지털적인 걸 해놓은 게 없는 것 같아서 그냥 정말 후다닥 인터렉션 디자인을 만들었는데 이게 꽤 괜찮게 나와서(...) 그걸 넣기로 하고 인트로도 만들어서 정말 겨우겨우 완성했다. 인터뷰가 목요일이었나 그랬는데 월요일부터 내가 잘 하는(...) 폭풍 적어놓고 싸그리 다 외워놓기 시전을 했다. 월요일 밤에 한 3-4시간 정도를 그냥 뭐라고 이야기를 할 지 처음부터 끝까지 줄줄줄줄 적고 그걸 그냥 입에 붙을 때까지 외운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거 순서를 바꿔야겠네 이거 이쪽이 좀 말이 안되네 그런것들을 잡아낼 수 있고 아무튼 내 스스로가 충분히 준비가 되는지라 인터뷰는 그래도 잘 하고 넘어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수요일은 목이 살짝 안 좋았는데 아싸 잘됐다 싶어서 그냥 병가를 내고 그날은 그냥 인터뷰 연습에 올인했다. 포폴을 어떻게 보여줄까 생각했는데 예전에는 아이패드에 보여줬었는데 이 아이패드가 하도 오래되서 버벅거리고 자꾸 튕기더라. 어쩔 수 없이 내 낡은 맥북에어를 들고가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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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보여줄 수 있는 자료들을 챙기고 미팅시간 한시간 전에 미리 미팅룸에 가서 온도를 적당하게 맞추어 놓고 앉는 자리를 고려해서 세팅까지 했다(..) 연장선이 필요해서 연장선도 빌렸다(..) 만들었던 롤, 프린트해 놓은 것들 등등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건 다 보여줄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준비를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준비를 하고 포폴을 만들고 하면서 내가 가장 느끼고 싶었던 건 그 자리에 대한 욕망(...)이었다. 이게 이만큼 공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보고 싶었다. 정말 괜찮겠어? 주니어 타이틀을 뗄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이걸 놓치고 30에 다시 주니어로 돌아가고 싶은거야? 결론은 지금 돌아가는 게 가장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고 아무튼 돈을 그 정도 받는다면 주니어라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주니어라면 좀 더 마음 편하게 일들을 배울 수 있겠지.


약 40분 정도의 인터뷰를 했었고 결과는 아주 좋았다. 좀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런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서 들고와서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라는 이야기도 듣고! 돈은 공고에 적어놓았던 것 중 최상을 불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회사가 큰 그룹에 속해있는지라 결제? 가 상부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와야 하는 구조라 아마 바로 업데이트를 받긴 어렵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계약서를 받을 때까지는 모르는 거지만 아무튼.


그런데 그 업데이트를 받은 날 스튜디오에서 깜짝 프로모션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 헐..... 아무튼 나는 100% 아니었으니 뭔가 모두의 앞에서 축하를 받을 수 있는 날이었을 텐데 좀 아쉽기도 하고 아무튼 다른 사람들이 승진하는 장면을 보며 뭔가 속이 좀 쓰렸다(...) 나보다 늦게 들어온 주니어 디자이너가 미드웨잇으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으아아악 부럽다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얘는 워낙 잘하는 얘니까 상관없긴 하지만(...) 아무튼 뭐 나는 따로 소식을 듣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디렉터들끼리 소곤소곤 거리더니 디지털 디렉터가 앞으로 나가서 내 프로모션을 발표하는 거다. 어라? 그런데 주니어 타이틀이 없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디지털 팀에서 나를 미드웨잇 디지털 디자이너로 뽑은거였다 ㅠㅠㅠㅠㅠㅠㅠ 어쩐지 내가 주니어 기준선의 최고가(미드웨잇 디자이너들의 중간선) 를 불렀는데 순순히 ㅇㅇ한다 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어떻게 미드웨잇 디지털 디자이너가 될 수 있죠!? 했는데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뽑았다고 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그 날은 정말 기쁜 날이었다. 회사에서 팀을 바꾸는 사례가 아주 드물었는데 나는 심지어 계약서 상 계약만료를 하고 새 계약서에 싸인을 하기까지 했다(...) 자리를 옮기고 세팅을 다시 하고 본격 디지털 팀에서의 디자이너로 일을 하기 시작한 지 2개월 남짓 되어가는 것 같다.


이제는 돈도 살 만큼 받고 (예전에는 적금계좌를 하나만 만들 수 있었다면 이제는 두세 개 만들 수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그 정도의 차이) 미드웨잇이고. 서른도 지난 달에 되었고 묘하게 다 막연히 바라던 것들이 다 이루어져서 좀 얼떨떨하기도 하고 그래도 뭔가 이루어 나가는구나 싶어서 기쁘기도 하고 그랬었다. 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지나가고 일상을 살고 있긴 하지만 이렇게 한번 되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네. 말은 디지털 디자이너라고 하는데 디지털 팀 내에 UX 디자이너들이 있어서 결국 나는 UI디자이너였다(...)


일단 지금 가장 되었으면 하는 게 되고나서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그 다음이 보인다. -_- 그 다음은....난 내가 구글 디자이너가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쪽으로 안 가고... 내 사업을 하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지금 버는만큼의 돈을 한달에 벌려면 얼마나 걸릴까 싶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천성이 100% 디자이너는 아닌지라 평생 디자인 하면서 먹고살 것 같지는 않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디자인이 비즈니스의 큰 부분을 차지하긴 하겠지만... 한국가서 사업자 등록하고 올 생각에 참 여러가지 만감이 교차한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랬다! 같은 회사에서 승진하고 이직해서 이제는 UI 디자이너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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