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컬러풀 인도의 모노톤
인도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더럽고 비위만 상하던 인도의 껍데기가 조금 벗겨지고 인도의 모습에 정이
들기 시작한다. 인도는 중간이 잘 없다. 가장 표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풍경과 건물이다. 늘 말하지만
인도는 시끄럽다. 다들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며 도로의 경적 소리에는 자비가 없다. 갠지스 강에서 말했듯이
자기주장이 강하다. 그것이 건물이든 사람이든 길거리의 소든 개들 이건 그렇다. 그 것들의 모습을 멀리서
보자면 다 같이 시끄러워 커다란 까만 톤을 만들어 낸다. 인도의 자기주장 강한 도시를 둘러보면 필요한 곳에
건물이 있으며 건물의 계단은 계획보다는 삶의 패턴을 고스란히 닮아 있다. 건물의 요소들은 살다 보니 필요한 곳에 만들어져 때로는 미로 같은 복도를 지나야 나타나기도 하며, 예상하지 못하는 위치에 계단이 존재하고
그 곳에서 조금만 지나면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비밀의 방 같이 건물이 또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이런 곳에 사람이 살수 있을 지 의심스러운 장소에서 사람이 걸어 나오기도 한다. 즉 건물의 모양은 지극히 삶에 충실
해서 정갈함에 익숙하던 삶을 살았다면 익숙하지 않은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삶의 모습에 충실한
모습이 밉지 않아 낯가림보다는 숨어있던 삶의 본성이 낯섬에 붙는다.
그들의 시끌벅적한 자기주장 사이를 걷다 보면 시간은 금방 흐르고 그 복닥거림에 익숙해진다. 인도는 원래
이런가 보다 할 때쯤 다시 낯선 인도를 만나게 된다. 익숙해진 구역 사이사이로 보이는 사이로 고요한 적막이
흐른다. 자기주장들의 밀도로 만들어진 생동감 사이에 인도의 적막이 숨어있다. 그리고 그 곳에 인도의 여백이 펼쳐진다. 인도에서 느낄 수 있는 밀도와 여백은 조금이라도 건물 위로 올라가 밖을 바라 볼 때 극명하게
나타난다. 인도의 건물은 아무리 제 멋대로 지어졌다 한들 높이가 고만고만하다. 땅이 넓어서 일 수도 있고 돈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유를 떠나서, 고만고만한 건물들의 높이는 하나로 합쳐져 수평선을 이룬다. 건물로 일정하게 구성된 밀도 높은 바닥은 하늘과 마주하는 수평의 선을 그려낸다. 그 수평의 선은 밀도 높은 바닥과 하늘이 대조되며 또 다른 매력의 인도를 만들어 낸다. 즉 밀도로 가득 찬 수평의 선을 넘어서는 빈 공간에는
소리가 침범하지 않아 인도 전체에 커다란 강약의 리듬을 구성한다. 역설적이게도 시끄러움으로 만들어진 인도의 리듬은 빈 공간과 합쳐져 강과 약으로 만들어진 모노톤의 인도를 만들어 낸다. 컬러풀 인디아를 기대했던
나에게 여행 초반의 인도는 강약의 모노톤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