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갠지스강과 인도

갠지스 강과 인도가 사는 방법

by 이재구

1. 갠지스와 서울역

갠지스강 첫인상은 더럽고, 흥겹고 사람이 많다. 갠지스 강에 관광객이 발을 담그면 피부병에 걸린다는 소문이 있다. 그럼에도 유명한 강물이니 조금이라도 느껴보자는 생각에 강에 다가갔다. 강 가까이 내려다보니 도무지 손가락 하나 담가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것들이 떠다니며 저 멀리에서는 장례를 치룬 사람의 재가 뿌려진다고 했다. 그리고 소들도 그 안에 들어 간다고 했다.


하지만 그 곳에서 갠지스 강을 찾아온 인도 사람들은 목욕을 하고 수영을 하며 소원을 빈다. 해가 지면 강물에 촛불이 하나씩 떠다닌다. 주문 같은 노랫소리와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종교의식의 소리를 듣고 있자니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때 가짜 수도승이 다가와 이마 가운데 붉은 점을 찍어준다. 얼떨결에 당한 호의에 고개를 숙여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다. 그러면 그 수도승처럼 생긴 사람이 정색을 하며 돈을 달라고 한다. 얼마 되진 않지만 얼떨결에 돈을 쥐어준다.



원화로 약 2000원 정도 되는 돈이 그렇게 사라졌다. 돈을 뜯기고 나니 뒤에 인도 사람 둘이 다가와 가짜 수도승에게 화를 내며 돈을 돌려주라며 소리쳤다. 신기하고 감사한 상황이다. 수도승은 도망갔다. 인도 사람 둘이 나에게 다시는 돈을 주지 말라면서 혼을 내고 갔다. 잠시 동안 돈을 잃었고 혼이 났다. 혼이 났지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초등학생 때였다. 지방에서 서울에 혼자 올라 갔었다. 누가 봐도 시골에서 갓 상경한 초등학생이었다. 얼떨결에 서울역 한복판에서 구걸하는 사람에게 5만 원을 빌려준 적이 있었다. 집 번호를 적어주며 꼭 돌려주겠다 말했었다. 그 사람의 집 번호는 '062'로 시작되는 지역번호였고 사는 곳은 부산이라고했다. 그때 '062'로 시작되는 지역에 살고 있었는데 한심하게도 그걸 믿고 돈을 줬다. 물론 그 돈은 돌려받지 못했다.


그리고 10여 년 뒤 낯선 이국 땅에서 비슷한 느낌의 한심한 나를 다시 발견했다. 배낭여행의 매력은 불쑥 나타난다.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거나 잊고 살던 나의 멍청함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10년 뒤 다시 나타난 멍청함은 한심하면서도 반가운 10년 전 나의 모습이었다.




2. 인도가 사는 법

기둥에는 사람을 닮은 신이 춤을 추는 그림이 크고 화려하게 그려져 있었고 그 아래에는 형형색색의 사람들이 신나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뒤에 건물 역시 '내가 여기 서 있소'라는 화려한 색감으로 서있었다.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색의 질서는 너무나 무질서하다. 계획 없는 구조물이 서로 자신이 주인공인양 떠들고 있다.


예뻐 보이고 화려한 색은 모조리 바른 듯한 느낌이다. 갠지스 강에서는 가장 극단적인 인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쪽에서는 너무 신나 축제의 밤을 보낸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삶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다. 아이가 태어나도 갠지스에서 축복을 한다. 인도가 사실 그랬다. 갠지스 강의 모습은 인도가 규칙을

만들어 내는 방식을 축약해서 보여준다. 주변의 모습과 관계없이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 그렇게 규칙을 만드는 것 같다.



계획과 질서는 없어 보이며 모두 자신이 주인인 양 떠들어댄다. 그래서 도로건 사람이건 상인이든 질서와

규율은 없어 보인다. 심지어 종교도 여러 개여서 여행하는 동안 경험한 종교 문화권이 4개나 된다. 하지만 그

뒤엉킨 부조화 속에 서로 엉켜 조화를 만드는 것이 인도의 매력이다. 색은 너무 시끄러운 덕분에 조용하며

도로의 무질서는 너무나 복잡해 어느덧 흐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시장의 무질서해 보이는 상인들의 모습은 익숙한 세상에서 느끼기 힘든 살아있는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각자 자리에서 자신의 길을 간다.



*참고 : 1)갠지스 강, 2)인도의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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