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릭샤, (4)망고, 릭샤 할아버지
공을 차던 아이들 도움으로, 신림동에 거주했던 인도인 삐끼(?)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왔다. 길거리에서 밥 대신 먹을 참외만한 망고 3개를 샀다. 그리고 자전거 릭샤 꾼들이 나를 둘러쌌다. 왔던 가격에 릭샤를 타려 했고, 흥정을 시작했다. 많은 릭샤 꾼들이 있었지만 곧 쓰러질 것 같은 할아버지의 릭샤가 나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내가 묶고 있는 호텔 위치를 모르는 것 같았지만 좀 돌아가거나, 천천히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릭샤와 다르게 어떤 장식도 없는 할아버지의 릭샤에 올랐다. 자전거는 녹이 슬어 부서질 것 같은 발판과, 모서리가 다 썩어 없어진 나무의자를 끌고 가고 있었다. 당시 내 나이 3배 정도 되는 할아버지가 끌고 다니는 릭샤의 승차감은 아무리 편하게 앉아 있어도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무엇보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거칠어지는 숨소리의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 가장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내가 운전을 하는 것이 편할 것도 같았다. 어두운 바라나시를 달리는 릭샤의 앞은 점점 어두워졌고, 릭샤가 달리면 달릴수록 처음 보는 골목을 향하고 있었다. 숙소의 위치를 모르고 달리던 그는 결국 같은 자리를 돌고 돌아 길을 물어가며 숙소를 같이 찾아 나섰다. 릭샤가 멈춰 서면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내가 길을 묻고 길 안내를 받은 그는 조금씩 길을 찾아 나섰다.
사실 어두운 골목을 향해 들어갈수록 릭샤의 행선지를 의심하며 달리긴 했다. 과일을 먹기 위해 샀던 칼의 위치를 확인하고, 여차하면 뛰어내릴 준비를 하기도 했다. 잠시였지만 그 골목의 개들과 소, 어두운 곳에서 나타는 인도인들 모두가 의심스러웠다.
그의 집념은 결국 숙소를 찾아냈다. 그에게 약속된 릭샤 값을 계산했다. 그의 얼굴에는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생각보다 오래 걸린 시간만큼의 땀이 흐르고 있었다. 다 헤지고 구멍 난 흰 티셔츠는 그의 까만 얼굴과 섞이며 더욱 애처로워 보였고 검은 팔은 더욱 앙상해 보였다. 그와 인사를 하고 등을 돌려 숙소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그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이미 값을 계산했는데 혹시 놓고 내린 것이 있나 릭샤를 살펴보았다. 그의 눈은 나의 망고 3개가 담긴 비닐봉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가 양손을 모으며 망고 하나만 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망고는 오랫동안 걸어 다녀 물도 마시고 싶었지만 마시지 못했던, 그날 나의 첫끼였다. 오랜만에 허기를 느꼈으며 인도에서 과일은 안전한 수분 섭취 방법이다.
잠시 고민했다. 다시 과일을 사러 가는 것은 무리였다.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부탁을 거절했다. 그래도 미안한 마음에 주머니를 뒤져 망고 반의 반 정도 살 수 있는 팁을 전했다. 그렇게 밝고 고마워하는 표정은 처음이었다. 숙소로 들어왔다. 망고를 깎았다. 하나를 먹었고 두 번째 망고를 깎았다. 반쯤 먹었을 때 망고에도 비린 맛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대충 먹고 버렸다.
세 번째 망고를 깟다. 한입 베어 물었지만 더 이상 먹히지 않았다. 쓰레기통에 먹다만 망고가 버려져 있었다. 망고 하나 이상의 욕심은 더 이상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잉여물이었다. 내가 먹다 질려 쓰레기통에 버린 망고 2개는 나보다 그 릭샤꾼에게 더 가치 있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미안한 마음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갖고 있지만, 갖고 있지 않았어야 더 행복했던 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