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릭샤

#7. 릭샤, (3)릭샤를 찾아

by 이재구

축제의 갠지스강은 복잡했다. 사람도 많았으며, 누워있던 소들도 일어나 햇빛 이후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축제는 더욱 달아 올랐으며, 강에 띄운 촛불의 수는 점점 늘어 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숙소로 돌아 가기

위해 몸을 돌려, 축제의 흥에 가득 찬 사람들과 반대의 길로 걸어가고 있었다. 허기진 저녁을 위해 과일을

사야 했으며, 오토릭샤보다는 조금 덜 걸을 수 있는 자전거 릭샤꾼을 찾아야 했다. 오던 길에 보았던 시장을

향해 돌아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가기 위해 골목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길치가 아님에도 수천년 동안 만들어진 도시는 길의 방향을 잃게 만들었다. 몇 시간 전, 릭샤에서 내린 나는 갠지스로

향하는 군중에 섞여 걸어가고 있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호객꾼은 많았지만 지친 몸에 알아듣기 힘든

인도의 영어는 흥미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인도에서 들리는 한국말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신림동

포도몰 근처에서 왔다는 인도의 호객꾼은 나에게 갠지스로 가는 지름길을 알려준다 했고, 능숙한 한국말로

신림의 지리를 설명해가며 자신의 말에 신뢰감을 주었다. 바라나시에서 들은 한국의 익숙한 상표들과 지하철 역명은 그 당시 한국에 그리워있던 나에게 충분한 마음의 믿음을 가져다 주었고, 갠지스가 사실 1 급수

상수원이라 말하더라도 다 믿을 기세였다. 멍청하게도 그가 끌고 가는 데로 끌려가던 나는 낯선 길에서

체크하던 중간중간의 지점도 확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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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돌고 돌아 도시 깊숙이 자리 잡은 그의 기념품 가게로 끌려왔다. 그가 부른 가격의 1/3에 흥정이

성공했다. 심지어 물이 빠지지 않는 인도의 옷이라니, 나는 성공한 소비자라는 뿌듯함에 가득 차 있었고

계산을 위해 얼마 남지 않은 현금을 찾고 있었다. 해외 여행자의 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때는 한국말이

들리거나, 한글이 보이는 순간이다. 주머니에서 꺼내던 현금을 급하게 집어 넣었다. 뒤에서 한국인 여학생

둘이 그의 가게에서 산 옷을 집어 던지며 들어왔다. 군데군데 옷의 물이 빠져 얼룩덜룩했다. 심지어 나보다

저렴하게 구매한 옷들 이었다. 여학생들은 옆 가게가 더 싸다는 정보를 신나서 가르쳐 줬으며 아까만 해도

반가웠던 신림동 포도몰에서 온 인도인 친구는 인도 기념품 가게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그의 가게에서 나와

여차저차 해서 갠지스 강까지 도착했으나, 돌아가는 길을 모르는 것이 큰 문제였다. 처음 돌아올 때 릭샤값,

기념품 가게에서 결국산 스카프를 제외한 현금이 남아있었다. 골목을 돌고 돌아도 출구는 보이지 않았고 해는 완전히 떨어져 수천년 역사의 도시는 미로가 되었다. 큰 길이 있는 것같이 사람들이 모여있어 가보면 또 다른

미로가 시작되는 곳이었다.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였으며 운동화 말고 슬리퍼로 걸어 다니던 발바닥은

지쳤었다. 인도의 가정에서는 늦은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고 서둘러 저녁을 먹은 집에서는 아이들이 씻고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갈증이 났지만 물이 있어도 마실수는 없었다. 저 멀리 갠지스를 향하는 사람들의 노랫말은 지친 나에게 최면이 되어 알싸한 향과 함께 정신까지 혼미하게 만들었다. 릭샤고 뭐고 큰 길만 찾았으면 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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