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날리, 휴식

#13. 마날리, (2)마날리 아침의 시작

by 이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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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 씻고 여름옷에 바람막이를 걸쳤다. 그리고 약간 서늘한 날씨를 느끼며 문을 나선다. 피곤과 날씨가 섞여 살짝 몸살기가 생겼지만 몸살기로 비롯한 나릇함의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보통은

뒷짐을 지고 걷지만 살짝 부는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회색 시멘트 길을 쭉 걷다 보면 오토바이가 지나 다니고 버스가 다니긴 하는지 의문스러운 버스 정류장이 위치한 길이 나온다. 걷기 좋은 도로인지라

슬리퍼만 신고 나와도 걷기에 나쁘지 않았다. 커다란 나무가 차양막 역할을 해서 햇빛이 대부분 없었지만

햇빛이 아쉬운 순간에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자리했다. 귀에 꽂은 이어폰사이로 들려오는 새 소리가 기분이 좋아 이어폰을 빼고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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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작은 매표소가 하나 나온다. 지금도 이곳이 유료인지 무료인지 헷갈리는데 난 그냥 들어갔었다. 작은 매표소와 작은 틈으로 만들어진 돌담 사이를 들어서면, 영화나 판타지 소설에서나 볼 수 있던 커다란 숲이 나타난다. 그 숲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도 있고 소보다 큰 바위도 있었다. 그리고 진짜 소도

있었다. 숲에 사는 소들은 다른 도시에서 봤던 소들과 다르게 정겨운 황소처럼 생겼는데 조신하게 풀을 뜯고

사진을 찍을 때까지 자세도 잡아 주던 착한 소들이었다. 서늘한 기운과 어울리는 차가운 이슬, 이끼, 바람이

들어선 공간이었지만 차가운 숲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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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끝날 때쯤, 처음에 버스에서 내려서 만났던 길이 나타난다. 출발했던 숙소와 다르게 이미 하루가 시작된

모양이다. 햇빛은 따듯하게 들어서 옷깃을 여미던 손을 내려 버릇처럼 뒷짐을 지고 걸었다. 서늘한 기운을 끌고 내려와서인지 따듯한 커피가 그리워진다. 길에서 벗어나 'LAVAZZA'간판을 달고 있는 커피집에 들어갔다.

커피의 맛이나 한국에서 눈에 익은 상호에 끌려 들어 갔다기보다 와이파이가 가장 잘 잡히는 가게였다.

그리고 2층에서 내려다 보는 마날리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바쁘게 시작하는

마날리의 아침을 보다가 주인과 눈인사를 하고, 커피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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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에 앉아서 밀린 엽서를 썼고 밀린 메일을 확인했으며 마날리에 어울리는 새로운 노래를 다운받았다.

그러다 보면 커피가 나온다. 노래가 다 다운받아질 때 까지 자리에 앉아 있다가 보면 새로운 여행자들이 가게로 들어온다. 다들 와이파이를 찾아서 들어왔는지 와이파이 속도가 금방 느려렸다. 와이파이 속도가 느려진

가게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다. 가게 주인에게 짧은 영어로 인사를 하고 마시다 남은 커피를 들고 2층에서

내려왔다. 좌판에 물건들이 놓이기 시작했다. 조금 늦게 일어난 가게들은 서둘러 셔터문을 열었지만 급해

보이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시끄럽게 뛰어 다녔고 릭샤꾼들은 새로운 손님을 받느라 분주했다. 마날리에서

아침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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