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날리, 휴식

#14. 마날리, (3)오후에 갔던 곳

by 이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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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차가운 바람을 밀어내고, 따듯한 하루가 시작됐다. 시장에 들러 군것질 거리와 과일을 사고, 숙소에

도착해 아침 내 입었던 바람막이를 내려놓았다. 숙소 근처 가게에 들어가 늦은 아침과 이른 점심을 해결했다.

천천히 가게에서 나와 반바지와 티셔츠 한벌 그리고 운동화를 신고 계획 없이 사람들이 걷는 길을 따라 걸었다. 중간에 릭샤 꾼들이 많았지만 목적지도 없었고, 그냥 걷기로 했다. 오전에 지났던 숲길을 지나 와이파이가

잡히던 카페를 지났고, 길에서 파는 과일 주스손에 들었다. 눈에 익었던 길이 끝났고 버스가 도착할 때쯤 눈에 담았던 길로 접어 들었는데 마날리 사람들 보다 여행객들이 더 많았고, 여러갈래의 길은 하나로 합쳐져 고민

하지 않고 길을 따라 내려갔다. 갈곳이 정해진 것도 아니었고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었다. 길을 잃어도 좋았

으며 누굴 만나든 부담이 없었다. 히말라야에서 흘러 내려온 물이 물줄기를 이루고 있었으며 그 위에 다리가

있어 사람도, 릭샤도, 개들도 건너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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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들어간 자리는 사람이 들어가 또 다른 풍경을 만들었으며 밉지 않을 만큼 적당히 자세를 잡고 있었다.

적당히 자리 잡은 사람과 숲의 풍경은 나른할 만큼의 시간을 여유 있게 가져다 주었다. 천천히 걷는 만큼

새로운 것들이 나타났다. 다리 아래 집의 덩어리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사이사이

벌어진 틈 사이로 옷가지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사람이 사는 곳인 듯했다. 대충 훑어봐도 물질적으로 여유 있는

장소는 아닌 듯했다. 그 곳에서 물장난을 치고 있는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산길을 따라 올라갔다. 오전에는

나뭇잎 사이사이 들어와 자리 잡던 햇빛은 온 숲을 둘러싸고 있었다. 둘러싼 햇빛이 없는 그늘을 찾아가며

걸었다. 한참 걷고 있을 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각자 옷에 흙을 잔뜩 묻힌 체 포대, 삽, 곡괭이 등을 들고 내려오고 있었다. 해맑은 눈빛으로 인사를 하며 지나갔다. 조금 더 올라가니 그 아이들이 내려온 듯 해 보이는 학교가 있었다. 초록지붕에 필요한 만큼만 만들어진 학교 건물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학교 운동장도 넓게

자리 잡고 있었다. 여느 학교와 다르지 않게 아이들이 떠들고 놀고 있었으며 아이들 웃음 소리와 산새 소리,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모든 건물이 숲에 묻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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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익숙한 한국말 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보이지 않았지만 말 소리를 따라 걸었다. 숲 사이로 보이지 않던 건물이 조금씩 보였다. 가파른 경사 위에 만들어진 카페가 있었다. 한국인 주인이 한국말로 반갑게 맞이했다.

오랜만에 만난 한국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숲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한국인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다. 오랜만에 한글이 있는 메뉴판을 보며 독해가 필요 없는 주문을 했으며, 한국말이 적힌 지도를 보며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확인했다. 망고주스로 갈증을 해결하고 땀을 식히러 테라스로 나갔다. 그 곳에는 주인의 아이들 것으로 보이는 장난감들이 늘어져 있었다. 장난감에서 시선을 옮겨 앞을 바라 보았다. 눈이 꽉 찰 만큼 숲이

펼쳐져 있었다. 아기자기하고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사는 숲이 아닌 인간을 압도하는 자연이 펼쳐져 있었다.

산 꼭대기에 쌓여있는 만년설과 구름은 하늘과 산 끝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저 하늘과 산 꼭대기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다 못해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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