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Leh) 가는 길

#15. (1) 하늘 길로 가는 레

by 이재구

새벽 4시,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길을 나섰다. 오랜 시간 동안 이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밤새 놀고

차에서 잠들기로 했다. 약속한 시간에 밴이 도착했고, 산책으로 익숙한 길을 지나 마날리를 벗어났다.

자리는 불편했지만 피곤한 몸은 금세 잠이 들었다. 적어도 반나절은 잠에 취할만한 피곤함이었다. 한참 잠이

들었을 때, 차가 멈춰 섰다. 잠결에 들리는 말에 의하면 도로에 문제가 생겨 잠시 서있다 가는 듯했다.

다시 잠을 청했고, 문제가 빨리 해결되기를 바랬다. 살짝 잠에서 깨어보니 날이 밝아 있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듯했다. 하지만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시동이 꺼진 차 안은 쌀쌀했다. 차 안에는 나 밖에 없었지만, 웅성거리는 소리로 짐작하건대 버려진 것 같지는 않았다. 다시 이어폰을 귀에 밀어 넣고 잠을 청했다.

불편한 의자는 잠을 밀어냈고 이어폰을 통해 지나가는 음악을 헤아리다가 구겨져 있던 몸을 피고 밖으로

나갔다. 도로에는 사람들과 차량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각자의 방식대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둘러보니, 나보다 위에 자리 잡은 도로 한 가운데, 트럭의 바퀴 한쪽이 도로 밖에 매달려 있었다.

인도 특유의 화려하고 생기발랄한 트럭 옆에 대조된 표정의 트럭 주인이 서 있었다. 해가 떠오르고 안개가

걷히자 길이 막힌 원인을 찾고자, 사람들이 트럭을 향해 몰려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길 위에는 갈 곳 없는

차들이 쌓이고 있었다.


IMG_2801.jpg


예정과 다른 이벤트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트럭 옆에 가 봤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있는 도로는 땅보다 하늘에 붙어 있었다. 그리고 내가 가야 할 도로는 하늘 끝에 붙어 있었다.

그리고 여태 지나왔던 곳으로 보이는 길은 땅끝 저 아래 붙어 있었다. 땅끝 저 아래에 붙어있는 길에서 개미

만 한 크기로 보이는 군인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힘들게 올라오는 군인들을 한참 바라보고 있다가 길 위를

바라보니 하늘에 붙어있던 도로 너머로 인도 여인들의 실루엣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그녀들의

머리에 얹어진 바구니에는 빵이 넘치도록 담겨 있었다. 그녀들이 할 일없이 서 있는 차량들 사이를 지날수록

바구니에 수북이 쌓여있던 빵도 줄어들었다. 내가 있는 곳 까지 그 여인들이 도착했을 때 바구니에 가득 차 있던 빵은 바구니의 절반까지 줄어 있었다. 그 사이 땅 끝에서 올라오던 군인들이 문제의 트럭에 도착했다.

곧 트럭이 길 위로 올라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누구도 트럭을 꺼내려고 하지 않았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 했지만 그 누구도 목말라하지 않았다. 사람은 많이 몰렸지만 트럭 근처에 가서 훈수만 둘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심지어 트럭 주인도 나와 같은 관중일 뿐이었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난 뒤 트럭은 결국,

가장 목말랐던 군인들의 힘으로 길 위로 온전히 올라왔다. 잠을 자면서 시간을 보내려던 계획은 어그러졌고

뜬눈으로 남은 시간을 버텨야 했다.



이 길을 지날 때 고산병 증상으로 인해 사진이 없습니다. 정신이 혼미할 때 찍은 사진을 지운 것 같기도 하고

사진을 안 찍은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따라서 이 길을 생생하게 전달한 다른 사람의 글을 첨부합니다.


1. http://mandu0928.blog.me/220464277109


2. http://blog.naver.com/cury_/140190996387


매거진의 이전글마날리, 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