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려보내야 이해할 수 있는 인도의 시간
여행은 사람과 시기마다 다르다. 관광은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것을 보는 것이 덕목이며, 쇼핑이 목적이라면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구매가 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목적이 없었다. 물론 처음부터 목적 없이 떠난 것은 아니었다. 무료한 여름 방학에 뭐라도 하며 소비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인도에 도착한 이후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을 있는 그대로 흘려보내는 것이 목적이 되었다.
나의 인도 여행은 시간을 흘려보내며 시작됐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마무리되었다. 물론 첫날에는 의욕에 넘쳐 하나라도 더 보고자 델리 시내를 이곳 저곳 돌아다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무의미한 열정이었다. 시간을 계산하고 거리를 계산했으며 동선에 따른 예산을 계산했으나, 모든 계산의 첫 단추인 시간을 계산하는 일이 인도에서는 무의미하고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예를 들어 기념품 가게나 노점상과 같은, 당장 주인이 답을 해야하는 곳이 아니라면, 30분은 기본적으로 흘려보내며 시작된다. 여행자가 가장 처음 접하는 인도의 시간은 식당이다. 식당에 앉게 되면 주문부터 식사까지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주문까지 30분 그리고 음식이 나오기 까지 30분 등 밥을 먹고 식당을 나가기 까지 최소 1시간 반은 시간을 흘려보내게 된다. 물론 인도의 맥도날드는 한국에서와 같이 빠르다.
이 낯설고 느린 시간은 콜라 맛 까지 지루하고 낯설게 느껴졌다. 낯선 세계에서의 여행은 내가 왜 왔는지, 왜 인도 였는지 인도까지 와서 돈만 버리는 것은 아닌지 후회만 하도록 만든다. 물론 시간의 문제뿐 아니라 복합적인 감정이 겹쳐서 드는 생각 이었지만, 열심히 살아야 하는 세계에서 살던 나에게는 확실히 낯선 어떤 것의 세계였다.
낯선 것의 세계가 조금 익숙해질 무렵이면 흘러가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 시간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순간부터 인도 여행이 시작됐다. 해가 뜨면 아침이 시작되고, 바닥이 뜨거워지면 점심 이었으며 석양이 질 무렵이 되면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그리고 길거리에 누워있던 개들이 짖기 시작하면 인도의 밤이 시작됐다.
숫자가 아닌 주변 환경이 시간을 느끼게 해줬으며 보이지 않던 아침해가 반갑게 느껴지고 뜨거운 시장 바닥의 복닥거림이 점심을 느끼게 해줬으며, 석양의 다양한 색이 저녁의 아름다움을 알려줬다. 인도의 시간은 딱히 주워야 할 것 같지도 않고 담아야 할 것 같지도 않으며 담아지지도 않는다. 3년 전의 인도가 전해준 시간의 흐름은 낯설지만 인도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물론 인도의 여름 더위는 시간을 알차게 소비하고 싶어도 흘려보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