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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민 May 25. 2023

그 남자 치킨, 그 여자 화분

하루하루 꿋꿋하게 성장하는 기분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 오는 치킨'과 관련된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나의 어릴 적 시기와 동일한 시대상이 아니기도 하고 우리 집은 애당초 치킨 배달을 자주 시켜 먹는 집이었지만, 여러 미디어에서 그런 모습들을 노출했기에 이해가 안 가지진 않았다.


아버지와 연결된 이야기가 치킨이라면 어머니는 화분이었다. 어머니들이 화분을 가꾸는 모습은 친구 집을 가든, 미용실 앞을 지나가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다들 저렇게 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지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 내가 내린 결론은 '나이가 들면 다 저런가 보다' 정도였다.


요즘 나는 출근을 하기 전, 화분에 물을 준다. 비록 내가 어머니는 아니지만 그냥 나이가 들었구나 싶었다.


열 흘정도 지나니 싹을 틔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화분에 물을 주는 행위는 별 볼일 없는 나의 루틴 일 뿐이었다.


화분을 가꾸는 이유를 터득하게 된 건, 활짝 핀 꽃을 보고 난 이후였다. 생각지도 못한 꽃과의 만남은 나에게 재미를 선사해 줬고 화분을 들여다보도록 만들었다.


들여다보니 보였다. 그냥 정체되어 있는 줄만 알았던 바질은 나만 몰랐을 뿐, 하루하루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때의 어른들이 화분을 가꾼 건, 단순히 하루의 지루함이나 단조로움을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날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본인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또는 대리만족일 수도 있고.


요즘 내가 그렇다. 아침마다 물을 주며 보고 있으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꿋꿋하게 잘 자라는 모습에서 나도 잘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까지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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