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들어오기도 전에 놓치고 말았습니다.
D-26,135일
지하철 개찰구가 보이는 거리에서 잠시 동안 나는 어느 한 할머니와 나란히 걷게 되었고, 그 순간 곧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안내 음성이 나왔다. 내가 타야 하는 지하철은 아니기 때문에 난 기존의 속도를 유지하며 평범하게 걸아갔다.
그러던 그때 옆에서 말 한마디가 들려왔다. "아이고 놓쳤네" 다름 아닌 내 옆에서 걷고 계시던 할머니의 목소리였다. 나에겐 곧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안내 음성이 걸음이 느린, 그리고 뛸 수 없는 할머니에겐 지하철을 놓쳤다는 메시지로 전달된 것이다. 뱉은 건 단 한 마디였지만 왠지 모를 여러 감정과 아쉬움이 느껴졌다.
평범한 속도로 걷고 있던 나는 평범한 속도로 걷고 계신 할머니를 어느새 앞질러 갔고, 나는 평범한 속도의 걸음으로 반대편 지하철이 도착하기 전 플랫폼에 도착했지만 할머니는 그러지 못했다.
늙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보다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그러한 상황을 마주하다 보니 마냥 유쾌하지는 않았다. 물론 할머니께서 부당한 일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노인의 걸음을 보조할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동시에 나의 노후는 어떻게 될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과연 나이가 들면서 무엇을 잃게 되고, 당연했던 현상들에서 언제 어떻게 이탈을 하게 될지 두려움이 몰려오기도 했다.
결론을 내려서가 아닌 생각을 끊음으로써 걱정을 멈추긴 했지만, 아무쪼록 벌써부터 걱정되는 나의 노후이긴 하다.
후회는 다양한 것에서 비롯된다. 적절한 시기에 선택하지 못한 행동 또한 후회로 변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왜 항상 선택을 미루기만 할까? 아무래도 시간은 한정적이라는 것을 망각한 채 쌓아온 시간의 위대함에만 초점을 맞추는 탓에 선택을 놓치게 되는 것 같다.
쌓아온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겠지만, 선택에도 항상 타이밍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며 주체적으로 살아야겠다.
오늘은 디데이 26,135일이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