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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6,102] #물경력 #고민 #갓생

by 이재민
10월 30일, 외투를 안 입으면 누군가가 추위를 걱정해 주는 날씨. 복 받은 건가?(12° - 19°)

매일같이 업무에 치이는 것도 아니고 일을 안 좋아하는 편도 아니지만, 일을 해도 일이 끝나지 않는 날을 맞이할 때면 가끔씩 고민에 빠지곤 한다.


일을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날에는 보통 생각을 하며 일을 하기보단, 일을 쳐내기 바쁘다. 그리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내가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와 같은 고민들이 찾아온다.


사실 일이 많은 건 상관이 없다. 말 그대로 일단 쳐내야만 하는 일도 분명히 존재한다. 나를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일은, 내가 진심으로 흡수하고 싶은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쏟아지는 업무량에 두서없이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열심히 몸을 움직인 덕에 완료는 한다. 결과도 남는다. 다만 과정이 흐릿한 탓에 비슷한 일을 또 한다고 해도 같은 결괏값을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떻게 일을 했는지 나 또한 모를 테니 말이다.


하나의 길(과정)만 만들어뒀어도 두 갈래길로도 만들어보고 세 갈래길로도 만들어보고 그랬을 텐데, 하나의 길조차 없기 때문에 사고와 창의력을 펼칠 만한 공간도 없다. 마찬가지로 이정표 따위도 없기에 길을 잘못 든 지도 모르고, 실수를 해도 다잡을 줄 곳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물경력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르겠다. 생각은 다시 돌고 돌아, '나는 왜 일을 하는가'로 빠진다. 유명해지고 싶은 걸까?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냥 마음이 조급한 걸까? 딱 잘라서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대답은 없다. 그렇다고 딱 잘라서 맞다고 할 수 있는 대답도 없다.


그래도, 아직 몇 만일이 더 남은 나의 삶을 빗대어 바라보면 생각보다는 가벼운 고민일 것이다. 그러니 일단은 하면 될 것다.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은 어두운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흙으로 돌아갈 걸'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시 평안하게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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