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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민 Nov 03. 2023

고기로 만든 놀이동산

11/3 - 5: 글로벌 바베큐 페스티벌 in 홍성 


저번주에는 출장으로 충청도에 들렸다. 난 평소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습관으로 본의 아니게 여러 정보를 습득하는 편인데, 이번 충청도 출장에서는 가로등에 걸린 현수막을 통해 '글로벌 바베큐 페스티벌 in 홍성'이란 행사가 조만간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수막에는 백종원님의 얼굴이 있었다. 그리고 평소에 충청도 사랑이 남달랐던 백종원님을 떠올려보면 이번에도 더본 코리아가 함께 하는 행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요즘 들어 고기에 관심이 많아졌고, 백종원이란 사람이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준비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기 때문에 현수막을 보자마자 '가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행사 기간은 11월 3일부터 5일까지, 장소는 홍성. 가는 방법을 알아보니 홍성역이 있었다. 영등포역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내가 만약 가게 된다면 영등포까지 걸리는 1시간 까지 더해 편도로 3시간, 왕복으로는 6시간이 걸리는 여정이 되는 셈이었다.


개인적으로 어딜 갈 땐 교통편을 보고 원활하게 갈 수 있는지 없는지는 보는 편이지만, 거리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 왕복 5시간 거리의 회사도 출퇴근하며 다녔기에 거리에 대해서 만큼은 어느 정도 내성이 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주말에는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일찍 감치 경우의 수로도 두지 않았다. 삼일 중 이틀의 주말을 빼고 보니 금요일 단 하루만 남았다. 하지만 이 마저도 요즘 들어 넘치는 업무량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이번 주 수요일까지는 승부를 보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렇게 난 이번주 월요일부터 야근의 포문을 열었고, 수요일까지의 연속된 초과근무를 통해 금요일을 얻을 수 있었다.



애매한 시간대에 가는 것보단 일찍 다녀오는 게 낫겠다 싶어 영등포에서 홍성으로 가는 오전 7시 36분 기차를 애매했다. 피곤하긴 했지만 오랜만에 늦은 새벽의 달을 보니 설레기도 했다.


홍성역에 내리니 셔틀버스 승강장을 안내하는 팻말과 현수막이 보였다. 사실 별 다른 조사를 안 하고 무작정 떠나온지라 셔틀버스를 운영하는지도 몰랐는데 감동이었다.


도착을 하니 아직 몇몇 부스는 오픈 준비를 하는 시간이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행사장 안에는 유튜버 문츠, 정육왕, 취요남이 운영하는 부스도 있었는데 이곳들은 시작도 전부터 웨이팅 행열이었다.


유튜버 바큐존을 지나 좀 더 들어가 보면 메인 바베큐존이 나온다. 이곳은 정말 사람보다 고기가 더 많은 곳이었다. 왼쪽에는 닭고기, 정면에는 소시지, 오른쪽에는 돼지고기. 풍차로 구워내는 뒷다리살 바베큐의 현장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전체적인 후기를 말하자면 총 6가지의 좋은 점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1. 셔틀버스 운행

앞서 말했듯이 행사장까지 바래다주는 셔틀버스가 있다. 돈은 받지 않고 무료로 운행한다. 덕분에 추가 비용 없이 편리하고 편안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더불어서 축제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아 좋았다.


개인적인 거겠지만, 내가 경험한 다른 페스티벌에서는 보통 '여기서부터 행사장이야, 이 선 넘어오면 바로 시작이야!'의 형태로 다소 급격한 상황 전환이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축제에 처음부터 어울리지 못하고 붕 떠있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반대로 글로벌 바베큐 페스티벌은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장소에는 덩그러니 팻말만 있는 게 아니라 부스와 의자도 있었다. 덕분에 일반 소비자임에도 대접받는 느낌이 들었고, 그때부터 친해지는 시간을 갖게 되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그렇게 버스를 기다리고, 버스로 이동하면서 천천히 페스티벌에 적응하는 시간을 갖게 되어 내리자마자 어색함 없이 바로 몰입하며 축제 현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2.  탁 트인 넓은 공간

사람이 많긴 했지만 지역축제다운 적당한 밀집도를 갖고 있었다. 포화상태가 아닌 안전한 상태로 행사를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처음부터 넓게 조성된 공간과 적절하게 선정한 부스 개수 덕이지 않을까 싶다. 유튜버 바베큐존은 사람이 몰릴걸 예상했는지 일반 부스보다 크기가 컸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을 복잡하지 않게 수용할 수 있었다.



3. 사고 대응 준비 철저

사람이 많고 불이 있기 때문에 사고가 나기 딱 좋은 공간이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도 많은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행사장 안에는 119차와 119 대원분들이 상주하고 계셨다.



4. 투명하고 합리적인 가격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예민한 건 아무래도 가격 부분 일 것이다. 백종원님도 그 부분을 당연히 알고 계시고, 평소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축제 음식 가격 논란에 대해 많이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축제에서도 더본 코리아가 열었던 다른 축제처럼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됐고 무척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논란은 없을 것 같다.



앞다리살 1KG와 삼겹살 1KG를 합쳐서 15,000원에 사 왔으니, 합리적인 것을 넘어 저렴한 것도 존재했다. 대형 할인마트를 다녀온 느낌이랄까.



5. 시선 주목 비주얼

돼지고기가 걸려 있는 풍차를 보니 마치 놀이공원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풍차가 1대였으면 재밌네 정도로 끝나고 말았을 텐데, 여러 대가 돌아가고 있으니 '와 대박이다, 이건 진짜 먹어봐야 된다' 생각으로까지 가버리게 됐다. 규모의 경제가 이렇게도 발현되나 싶었다.



6. 활기찬 분위기

유튜버 초청은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았다. 홍성은 아무래도 시골이다 보니 활기나 재미라는 게 느껴지진 않는다. 홍성에서 열리는 지역축제를 떠올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선입견 아닌 선입견을 유튜버 분들이 호기롭게 깨트렸다. 그중에서도 특히 정육왕 부스가 감명 깊었다. 어쩜 그렇게 큰 소리로 오디오 한 번을 안 비우던지. 덕분에 적적하지 않은 기분으로 있다 왔다.




내가 어릴 적에는 매 주말마다 동네 산 주변에서는 축제가 열렸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렇게 야외에서 시끌벅적 사람 냄새 풍기며 여는 지역 축제가 없는 편인데, 옛날의 좋았던 경험을 다시 한번 살리게 된 것 같아 역시나 개인적으론 좋게 페스티벌을 경험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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