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힘은 언제나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좋은 콘텐츠란 무엇일까. 그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조금 현실적이다. "유저가 가장 막막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콘텐츠." 내가 만드는 콘텐츠는 거기서 시작된다.
사람들이 요리를 어려워하는 지점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어떻게 만들까'의 문제 이전에, '왜 안 되지?'에서 막힌다. 마늘을 볶다가 갑자기 타버린다든지, 냉장고 속 채소가 생각보다 빨리 상한다든지,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했는데도 맛이 다르다든지. 수육용 고기로 구이를 해도 될까라는 걱정이 들든지.
그건 단순히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정보는 이미 넘친다. 문제는 그 정보가 내 상황에 맞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레시피 영상 하나만 찾아봐도 "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마늘 3쪽" 이런 정보는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내 집에는 진간장만 있는데 레시피에는 국간장이라고 되어 있고, 마늘이 너무 커서 3쪽을 넣기엔 많을 것 같고, 단맛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설탕을 꼭 넣어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람들은 멈춘다. 정보는 있는데, 내 상황에 맞는 판단 기준이 없다.
나는 유저가 막히는 지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정보를 쌓기보다, '왜 여기서 멈췄을까?', **'어떤 선택지를 몰라서 고민 중일까?'**를 먼저 생각한다.
콘텐츠는 결국 솔루션이어야 한다. 그리고 솔루션이 되려면, 유저가 느끼는 불편·불안·혼란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그래서 나는 레시피를 기획할 때도, 실험을 설계할 때도, 항상 '이건 어떤 사람에게 필요할까?', '이건 어떤 실패에서 출발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이 콘텐츠의 방향을 정해준다.
예를 들어 감자 보관법에 대한 콘텐츠를 만든다면, 단순히 "익지 않은 아보카도는 실온에 보관하세요"라고 끝내지 않는다. 대신 "냉장고에 아보카도를 넣어, 아보카도를 딱딱하게만 드시진 않으시나요?" 같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 경험 속에서 사람들은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고 공감하게 된다.
많은 정보는 단순히 '이렇게 하세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콘텐츠는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같이 설명하는 콘텐츠다. 설령 원리를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본문에 이유를 자연스럽게 녹여 스토리를 만드는 데에 집중하는 편이다. 그 설명 속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응용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어떤 재료를 보관할 때도 단순한 팁이 아니라 " 미생물(곰팡이)은 물을 좋아한다. 수분이나 습기를 잘 제거하지 않으면, 미생물(곰팡이)이 번식하기 쉽다. 그래서 수분과 습기 제거가 중요하다." 이런 설명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그제야 사용자는 다른 재료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이건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사고 구조를 재설계하는 일이다.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건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이다. 하나의 상황에서만 쓸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주고 싶다.
사람들은 가르침보다 이야기에 더 쉽게 마음을 연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한 '정보'와 '이야기'를 함께 담으려 한다.
단순한 실험 결과보다는, "이런 고민이 있었고, 그래서 이렇게 실험했고, 결국 이런 걸 알게 되었다" 이런 흐름 속에 정보가 녹아들게 만든다.
그때 유저는 내가 겪은 시행착오 속에서 자신의 문제를 더 깊이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이건 나한테 필요한 정보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예를 들어 "토마토 보관법"이라는 콘텐츠를 만든다면, "토마토는 실온 보관하세요"라는 결론부터 던지지 않는다. 대신 "냉장고에 넣어둔 토마토가 왜 이렇게 맛없을까 싶어서 실험을 해봤는데..."라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함께 발견해 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콘텐츠가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유저 중심'이라는 말은 너무 쉽게 쓰인다. 하지만 진짜 유저 중심이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요리를 망쳐본 사람, 식재료를 버리며 아까워한 사람, 아무리 따라 해도 이유 없이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한다. 그 실패의 감정까지 짐작해 보고, 그 감정을 덜어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왜 내가 만든 김치찌개는 집에서 먹던 맛이 안 날까?"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는 단순히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보다, "김치찌개 맛의 비밀은 김치의 숙성도에 있다"는 원리를 알려주는 게 더 도움이 된다. 그러면 그 사람은 다음에 김치를 살 때도, 다른 김치 요리를 할 때도 그 원리를 활용할 수 있다.
같은 정보라도 맥락이 있으면 완전히 달라진다.
"마늘은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볶으세요"라는 정보와 "마늘을 태우면 쓴맛이 나서 요리 전체가 망가질 수 있으니,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볶으세요"라는 정보는 전혀 다르다.
후자는 단순히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왜 그 방법이 중요한지, 그 방법을 어겼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까지 알려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방법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실제로 지키게 된다.
이런 맥락을 제공하는 것이 진짜 유저를 위한 콘텐츠다.
사람들은 정보만큼이나 '안심'을 원한다. 막막한 순간에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안도감. 그리고 그 상황을 탈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정확하고 친절한 구조.
그런 콘텐츠가 진짜 유저 중심의 콘텐츠라고 믿는다. 정보는 넘쳐나는 시대다. 그래서 콘텐츠는 더 정확해야 하고, 더 맥락 있어야 하고, 더 다정해야 한다.
내가 만든 콘텐츠를 본 사람이 "이제 좀 알겠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그리고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당황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짜 도움이 되는 콘텐츠다.
그것이 내가 유저를 위한 콘텐츠를 다르게 기획하는 이유다.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막막함을 덜어주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람이 조금 더 자신 있게 부엌에 설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