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기준'을 만들며 살아간다는 것

기준이 주는 자유

by 이재민

"왜 이 회사를 선택하셨나요?"


면접에서 가장 흔한 질문 중 하나다.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사실 이 회사가 나의 선택지에 들어온 이유는 단순했다. F&B 분야를 다루는 회사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놀란다. 연봉도, 복리후생도, 업무 환경도 아닌 '무엇을 다루는 회사인가'가 나의 첫 번째 기준이라는 것에. 하지만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콘텐츠 기획자라는 직업만 놓고 보면, 사실 무엇을 다루든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문구든, 뷰티든, 패션이든 기획 스킬만 있다면 조금은 적응하기가 수월할 것일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F&B인가를 따진다. 단순히 기획한다는 행위 이전에, 무엇을 기획하느냐가 내 삶에서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가지만 파다 보면 나는 조금 더 나 스스로의 본질과 나다움을 찾아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선택을 단순하게 만드는 힘


내가 기준을 만드는 이유는 단순하다. 혼란을 줄이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에서 필요한 일이라면 당연히 다 한다. 하지만 외부 협업이나 개인 프로젝트의 경우, 그 브랜드나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내가 추구하는 것과 맞는지를 먼저 본다. 맞지 않으면 정중히 거절한다.


사람들은 가끔 내가 기회를 너무 많이 놓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 기준 덕분에 정말 의미 있는 기회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깊이를 만드는 일관성


콘텐츠를 기획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기획안에 가능한 한 이런 요소들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사용자의 실제 문제 해결: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

검증 가능한 근거: 가능할 때는 데이터와 실험을 통한 설명

스토리의 힘: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야기

상황별 맞춤 솔루션: 각자의 환경에 맞는 다양한 방법 제시


물론 모든 콘텐츠에 이 모든 요소가 다 들어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방향성이 있기 때문에 내 콘텐츠는 일관된 색깔을 갖는다. 트렌드가 바뀌어도, 플랫폼이 달라져도, 협업 브랜드가 바뀌어도 사람들은 "아, 이건 그 사람이 만든 거구나"라고 알아본다.




전문성이 쌓이는 방식


같은 분야를 계속 파다 보니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났다.


F&B 업계의 사람들이 나를 먼저 찾아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식재료가 나오면 "이걸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어본다. 브랜드들은 "우리 제품의 진짜 가치를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요?"라고 상담을 요청한다.


이것은 단순히 콘텐츠 기획 스킬이 늘어서가 아니다. F&B라는 한 분야를 깊이 파면서 쌓인 맥락과 이해가 만들어낸 전문성이다.


만약 내가 이번엔 뷰티, 다음엔 패션, 그다음엔 테크 분야를 넘나들며 일했다면 이런 깊이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브랜딩이 아닌 본질 찾기


사람들은 가끔 내가 개인 브랜딩을 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브랜딩을 의식하며 기준을 만든 적이 없다.


오히려 반대다. 내가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일에서 의미를 느끼는지를 명확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관된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다.


F&B 분야만 고집하는 것도, 실용적인 정보를 중시하는 것도, 사용자 관점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모두 '나다움'에서 나온 기준들이다.




진화하는 기준들


내 기준들도 처음부터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막연히 "좋은 콘텐츠를 만들자"였다면, 지금은 "사용자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콘텐츠"로 구체화됐다. "전문적인 정보"에서 "검증 가능한 근거"로, "도움이 되는 내용"에서 "개인화된 접근"으로 점점 명확해졌다.


중요한 것은 기준 자체가 아니라, 기준을 만들고 지키려는 태도다. 환경이 바뀌면 기준도 함께 진화한다. 하지만 기준의 방향성, 즉 '사람들이 더 나은 식생활을 누리도록 돕겠다'는 핵심은 변하지 않는다.




기준이 만드는 자유


"기준이 너무 엄격하면 제약이 많지 않나요?"


가끔 받는 질문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매번 모든 선택지를 처음부터 검토할 필요가 없다. 내 기준에 맞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그 덕분에 정말 중요한 기획과 실험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 있다.


무엇보다 기준이 있으면 후회가 줄어든다. 설령 결과가 기대와 다르더라도 "내 기준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했다"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질을 향해 가는 길


지금도 나는 새로운 기준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AI와 협업할 때의 기준, 독자 피드백을 반영하는 기준, 브랜드와 협업하는 기준까지.


하지만 모든 기준의 중심에는 한 가지 질문이 있다: "이것이 정말 사람들의 식생활에 도움이 되고, 나 자신에게도 의미가 있을까?"


이 질문이 있기 때문에 나는 F&B 분야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 질문이 있기 때문에 트렌드를 쫓기보다는 본질을 파고든다.


기준을 만든다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명확함이 쌓여서, 결국 나만의 일관된 삶의 방식을 만들어간다.


수많은 선택의 순간마다 "무엇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나는 오늘도 조금 더 나다운 사람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