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다 갔다.
이게 말이 되나? 이렇게 앞으로 달력을 11번만 더 넘기면 2027년이 온다는 게. 동계 올림픽도, 설날도, 월드컵도, 아시안게임도, 추석도, 크리스마스도.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있을 수많은 사적·공적의 일들까지, 아직 겪지도 않았는데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갈 목록에 이미 입력된 기분이다.
실제로는 시기적으로 아직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에 그 과정도, 결과도 알 수 없다. 다만 ‘시간’의 속도가 꽤 빠르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알겠다. 특히 그것이 '지나간 시간'이라면 더욱더 말이다. 현재라는 시공간에서 ‘과거’는 붙잡을 틈도 없이 그 어떤 것보다도 빠르게 멀어지는 법이니까.
'과거'는 어차피 멀어질 녀석이니 그냥 흘러 보내는 것이 맞을까? 아니다. 이 말이 맞다면 현재라는 지금을 그저 낭비한다는 것과도 같다. '현재'는 눈을 한 번 감았다 뜨기도 전에 '과거'가 된다. 지금 이 문장을 쓰는 이 순간조차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것처럼.
물론 낭비가 목적이라면 낭비를 해도 된다. 다만 난 최대한 낭비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 증거로는 매 연말&연초에 세운 목표들이 있다.
목표를 세우고 기록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다만, 이번에 난 만다라트라는 것을 활용해 봤다. 만다라트는 1개의 핵심 목표를 '8개 영역 → 64개 실행'으로 쪼개서, 생각을 확장하고 행동으로 번역하게 만드는 9 ×9 형식의 사고·기획 도구다.
목표를 세우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에 실행까지 더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난 잘 실행하고 있을까? 1월이 다 지나간 지금, 1월 회고 제철을 맞아 26년의 진행상황을 들여다보려 한다.
주체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요즘 들어 없는 것 같아서, 또한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브랜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년부터 기획했던 가상의 브랜드다. AI 직원과 함께 회의도 하며 브랜드 스토리를 설정하고 발행할 콘텐츠 주제도 준비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이상으로 뭘 하지 않았다.
분명 나로부터 시작된 아이템이긴 하나 이상하게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조금 더 확실한 Why와 If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럴듯한 구색이 아닌 나의 마음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것들로 말이다.
일본어를 배우려고 한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외국어 하나 정돈 배우고 싶은데, 영어는 진작에 포기였고, 고등학생 때 히라가나를 외웠던 경험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서다. 요즘에는 번역기도 너무 좋고, 심지어 동시통역도 되는 시대지만, 사람과 사람 간의 대화에는 이러한 기술로는 구현하지 못할 '마음'이 깃들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어를 알고 있을 때 경험할 수 있는 것과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 생각하기에 외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두 번째는 여행을 가서 프리 토킹을 하고 싶어서다. 나는 비행기가 무섭다. 그래서 앞으로 여행을 간다 하면 높은 확률로 '일본'이 될 것 같은데, 그때 내 나라인 것 마냥 자유롭게 대화를 하며 여행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
그래서 책을 샀다. 인강도 들었다. 그리고 다행인 점 한 가지와 안타까운 점 한 가지가 생겼다. 다행인 건 작심삼일을 넘겼다는 거다. 안타까운 건 그게 사일천하였다는 거다.
'왜 나흘을 넘기지 못했을까' 생각해 보면 이 역시도 '왜 할까?'라는 부분이 또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습관이 형성되지 않았거나 의지가 박약했거나라는 이유도 떠오른다.
다시 말해 '일본어 배우기'는 김연아 선수의 명언 중 하나인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가 절실히 필요한 목표라 할 수 있다. 정말로 배우고 싶은 뜻이 있다면.
나의 본업을 키워드로 나타내자면 F&B와 콘텐츠가 있다. 다시 말해 F&B와 콘텐츠라는 것에 경험과 지식, 가치관을 살 찌우게 된다면 커리어 전문성을 확장시킨다고 볼 수 있다.
요리사들이 집에서는 요리 안 한다는 이야기와 같다고 봐도 될련진 모르겠지만, 업무에 당장 필요한 것 외에는 아무리 내 업과 관련되어 있다고 한들 손에 잡히지 않는다. 경제나 인문학에 관련된 매체의 경험들은 잘만 쌓으면서 말이다.
여기서 재정은 '돈 모으는 일'을 말한다. 작년에는 '2천만원을 현금으로 모으기'로 목표를 정했었고, 달성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잘 세운 목표는 아닌 것 같다. 2천만원은 모았지만 그 외 나머지 돈은 어딜 갔는지 알 수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가계부를 꼼꼼하게 잘 적는 편도 아니다. 평소에 거래 내역이 나의 가계부지라는 생각으로 산다. 그래서 차라리 돈을 사용처에 따라 비중을 정해 나누고, 나눈 비중대로 소비를 하는 것을 올해 목표로 정했다.
그렇게 나눈 사용처는 모임 회비, 연금 펀드, 청약, 적금, 주식, 생활비 등인데, 사실상 생활비를 제외하곤 나에겐 거의 고정비에 가까운 것들이다. 그래서 여기에 '계획한 생활비 다 쓰지 않기'라는 목표를 하나 더 추가했다. 정해진 생활비를 초과하여 다른 카테고리의 돈을 가져오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내가 설정한 카테고리들이 꼭 지불해야 하는 빚 같은 존재는 아니기에 마음만 먹으면 당겨올 수 있는 돈이라, 경각심을 갖고자 추가한 목표라 할 수 있다.
물론 항상 생활비는 쪼달리는 편이지만, 노력하고 있다. 계획을 맞추기 위해.
여기선 미리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이 목표는 내가 올해에는 차를 사겠다는 마음을 갖고 쓴 목표다. 그래서 운전하기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지금의 나는 차를 안 살 생각이므로 무시해도 좋다.
'몸 / 마음 / 라이프 개발' 항목은 내가 1월에 가장 잘 지킨 항목이라 볼 수 있다. 완벽한 주 4회는 아니지만, 그래도 주 3~4회 꾸준히 아침 5시에 일어나 출근하기 전에 헬스장에 가고 있고, 드럼도 주 1회 레슨과 함께 주 3~4회 꾸준히 개인 연습을 나가고 있다.
아직은 한 달 차라 드라마틱한 변화를 느낄 순 없지만, 확실히 신체활동에서 오는 성취감과 몸의 변화는 해상도 높은 화질처럼 뚜렷해서 좋다.
시작도 못한 일도 있고, 중간에 멈춘 일도 있지만, 그래도 나의 1월에 점수를 매기자면 80점은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이 목표들을 계속해서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잘 살아가고 있다는 증표로 본다. 하루하루를 무심히 흘려보내지 않고, 계속해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1월 회고를 하면서 이번에도 확실하게 느낀 건 난 뾰족한 이유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란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일에 의미를 두기 보단 '생각 없는 반복'과 조합으로 실행력과 내면의 단단함을 적절히 가져갈 것과 더불어 더 나은 2월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번외 소감: 요즘 AI 없이 글을 쓴 적이 없고, 그러다 보니 머리가 굳어지는 것 같아 오랜만에 AI 없이 글을 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