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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민 Feb 13. 2022

돈 많고 책 좋아하는 친구 부모님 집에 온 느낌

선릉역 7번 출구, 도보 2분 거리 '최인아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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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릉역 7번 출구, 도보 2분 거리 '최인아 책방'

선릉역 7번 출구에서 나온 후 쭉 직진으로 걷다 보면 '최인아 책방' 위치를 가리키는 안내판이 먼저 마중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최인아 책방은 현재 선릉점과 역삼 GFC점이 있으며 선릉점은 월~일 모두 12시부터 19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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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집도 아닌,
돈 많고 책 좋아하는 친구 부모님 집에 온 느낌

책을 파는 상업적인 공간이기보다는 친구 부모님 댁에 온듯한 느낌을 준다. 그것도 돈 많고 책을 좋아하는 친구 부모님의 집 말이다. 친구 집도 아닌 친구 부모님의 집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어색함편안함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대게 친구 집에는 어색함이 없다. 처음 가는 친구 집일지라도 내 집 같다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먹고 싸고 자고 가 가능하다. 반대로 부모님과 함께 사는 친구 집 혹은 친구 부모님의 집에 방문하면 어색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우리는 기존에 경험했던 것이 아닌 새로운 상황을 맞이할 때 어색함을 느끼게 된다. 매일 보던 친구가 아닌 새로운 친구를 만날 때나 원래 일을 하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할 때 같은 상황에서 말이다.


최인아 책방이 딱 그랬다. 인기 많은 책을 모아둔 공간은 있었지만 그 흔한 '베스트셀러' 단어 하나 보이지 않았다. 특정 책을 홍보하는 작은 포스터조차 없었다. 따듯함을 간직한 조명과 인테리어. 차분하고 느리게 흘러가는 음악. 삐뚤삐뚤 쌓여 있는 책들. 이 모든 것들은 내가 평소 책을 파는 공간에서 느낄 수 없었던 것이었기에 어색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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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같은 편안함

그렇다면 편안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여기에 대한 답은 큐레이션, 다른 말로 하자면 공감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최인아 책방은 '불안한 이십 대 시절, 용기와 인사이트를 준 책', '스트레스·무기력·번 아웃이라 느낄 때'처럼 누구나 한 번쯤은 마주할 법한 일상적인 상황으로 책을 분류하며 추천해주고 있다.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를 보면 나도 모르게 왠지 이 책들은 다 읽어봐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일단은 사본다. 나만 뒤쳐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산 책은 나와 큰 관련이 없는 책일 확률이 높으며 자연스레 책과 멀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기도 한다. 


반면에 인기 상품 추천이 아닌 상황과 함께 책을 추천해주는 방식은 내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목적성을 제시해준다. 물론, 책이 모든 갈증을 해소시켜줄 순 없지만 적어도 내가 원하는 결의 내용이 담겨 있을 테니 책에 좀 더 애정이 가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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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벗어나기

어색함만 있는 공간이었다면 '여기 독특하네'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공감을 겸비한 편안함까지 갖춰진 덕에 '앞으로 무슨 책을 읽을까?', '어떤 책을 읽으면 좋지?'라는 고민이 있을 때마다 오고 싶은 공간이 됐다.


무엇보다 베스트셀러라는 알고리즘에서 벗어나기 좋은 곳이라 생각하는데,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시대에 책 또한 나의 취향에 맞게끔 선택하고 읽어보고 싶은 분들에겐 더욱더 추천한다.


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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