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원소주, 라이징 스타일까? 대기업의 횡포일까?

누군가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

by 이재민

박재범 소주라고도 불리는 원소주가 3월 31일부로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원소주는 이번에도 1분 만에 품절이 됐다. 그 숫자는 무려 2,000병이다. 1차와 2차 팝업 스토에서의 품절 대란을 온라인에서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여론에서도 이점을 꽤나 중요시 생각하나 보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뉴스들을 보다 보면 '원소주, 어떻게 MZ세대 마음을 훔쳤나'라는 식의 헤드라인이 참 많이 보인다. 막상 들어가서 읽어보면 술의 가치나 마케팅과 관련된 내용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박재범이 만든 요즘 핫한 술', '다양한 굿즈, 팝업 행사' 등등의 내용이 주가 된다. 이러한 부분은 참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기사도 있다.)



원소주 기본 스펙

그림2.png

원소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식품 유형상 '소주(증류주)'에 속한다. 그중에서도 전통주에 포함되며, 또 그 안에서도 '증류식 소주'라 부를 수 있는 술이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주라 부를 수 있는 조건은 크게 3가지가 있는데, 원소주를 전통주로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지역 농산물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 주세법상 증류주도 증류식 소주와 일반 증류주 · 리큐르로 분류할 수 있다. 그중 증류식 소주는 쉽게 말해 전분질이 있는 곡물만을 사용해서 빚은 술을 뜻하며, 원소주는 쌀 만으로 빚은 증류주이기 때문에 증류식 소주라 부를 수 있다.


증류를 하는 방식도 상압식과 감압식으로 나눌 수 있다. 상압식은 1 기압의 상태에서 발효 원액을 가열하여 에탄올 기체를 발생시키고 냉각시키는 방식이다. 반대로 감압식은 1 기압보다 낮은 상태에서 증류하는 것을 말한다. 차이점으로는 기압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압이 내려가면 끓는 점도 낮아지는데, 낮은 불에서 증류를 하게 되면 높은 도수에서 생기는 화합물이 생기지도 않고, 탄내도 많이 생성되지 않는다. 현재 나와있는 원소주는 감압식 증류를 거치며 맛이 부드럽고 깔끔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단, 감압식 증류로 만든 소주는 단조로운 맛을 갖고 있어서 누군가에겐 밋밋하게 느껴질 수 도 있다.




원소주, 라이징 스타일까? 대기업의 횡포일까?


증류주에는 필히 숙성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물과 따로 노는 맛없는 술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렇다 보니 기술이 엄청나게 좋아도 쉽게 만들 수 없는 술이 증류주다. 처음 증류를 하고 숙성을 하는 기간 동안에는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소 1년 간 숙성을 진행한다고 하면 적어도 1년 간 소주로는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원소주 덕에 일반인들도 전통 소주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전통주는커녕 술과 아무런 접점이 없는 내 친구들 SNS만 보더라도 원소주가 득실거리니 말이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원소주 덕에 전통 소주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생겨 시장이 활성화될 것 같은 기대감도 살짝 든다.


그런데 만약, 막대한 자본력을 내세워 가격경쟁에서 상당한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면 그때도 모두가 좋아하는 시장이 될 수 있을까? 오히려 새로운 독과점 시장이 나타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좋고 나쁘고를 따지기보다는 그냥 이런 생각도, 저런 생각도 든다는 것이다.




기준이 될 수도 있다니까요?

그림1.png tvN 강식당

강식당에서 돈가스 가격을 책정하던 당시에 이수근이 뱉은 한 마디가 있다.


"우리가 기준이 될 수도 있다니까요?"


원소주를 보니 문득 이수근이 방송 속에서 했던 대사가 하나 생각났고, 동시에 '아, 원소주가 기준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건 원소주보다 디자인이 별로네', '이건 원소주보다 가격이 비싸네' 등등, 앞으로 전통주 시장에서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소비자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나 당연하듯이 원소주를 기준으로 삼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나의 작은 바람이다.


'전통주니깐 조금 참고 즐겨주세요'라는 식의 생각은 아니다. 아닌 건 아닌 거니깐. 다만 원소주의 맛과 스토리 · 가격 · 생산자 등은 오롯이 원소주 것이다. 비교는 할 수 있을지 언정 무언가의 한 가지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주류 시장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군이 발전 없는 미래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틀린 것과 다른 것이 서로 다른 것처럼, 적어도 틀린 것이 아니라면 함께 응원하고 성장할 수 있는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개인적으로 소망할 뿐이다.



사진 출처 : 술담화│원소주│tvN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