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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범사랑북극곰 Jul 25. 2023

9번째 5일간

41일째부터 45일째까지

41일째사춘기


빼빼로데이 전날, 왠지 엄숙하다. ㅋㅋ 

작년에는 애들 줄 빼빼로를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올해는 그냥 안 주고 나한테 주는 애들 꺼만 받을 생각이다. 과연 몇 명이나 나에게 줄까? 

사실 많이 받아봤자 잘 먹지도 않아서 거의 대부분 버리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지만... 매년 빼빼로 만드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넘어가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늘 속아 넘어갔었는데... 

뭐~ 솔직히 속아줄만 하잖아? 재미있으니까~ ㅋ 

하지만 이번에는 대기업의 마케팅에 놀아나지 않을 것이다. 

음... 다만 사실 내가 이번 년도에 인싸처럼 지내지를 않아서 누가 내게 초콜릿을 줄지는 의문이다. 

에이~ 그래도 친한 애들은 주겠지~ 나는 줄 생각도 안하면서 받을 생각만 하는 ㅋㅋ     




41일째갱년기


혼란스럽고, 짜증나고, 답답하고, 제멋대로고, 불안하고, 역겹고, 하루 종일 기분이 더러워지기 때문에 TV에서 뉴스를 안 본지는 오래되었다. 

하지만 포털을 뒤적거릴 때 어쩔 수 없이 잠깐이나마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 

뭐~ 여러 뉴스들에 대한 논평이나 비판 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뭐라고... 그리고 세상에 절대적으로 옳고 그른 것은 없으니까... 

그렇더라도 뉴스를 봐서 그런지 온종일 불편하다. 이럴 땐 자는 게 답이다!  



     

42일째사춘기


빼빼로데이!!! 

학교에 도착하니 바로 반 친구가 한개 던져주었다. 후후~ 

일단 아싸는 탈출! 그런데 사람이 먹을 것을 휙~ 던져주는 법이 있나? 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후에 하는 말과 행동을 보니 나쁜 맘은 없는 것 같아보여서 좋은 뜻으로 받아드리기로 했다. 

어제 다짐한대로 친한 애들이 주는 것만 받아야겠다. 따로 빼빼로를 사지 않아서 내게 빼빼로를 준 친구에게는 내가 다른 친구에게서 받은 빼빼로를 주는 방식으로 위기를 탈출했다. 

유감이야~ 애들아! 하지만 난 너희들에게 늘 진심이었어 ㅋㅋㅋㅋ 

최종적으로 정리해보니 빼빼로의 양은 좀되었다. 나름 인기인! 이건 잘 묵혀뒀다가 사용해야할 것 같다. 

다들 요새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무언가를 주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ㅋ 


갑자기 가래떡이 먹고 싶었지만 내게는 선물 받은 빼빼로 뿐... 혹시 길 가던 중에 따끈한 가래떡이 비닐에 잘 포장되어 내 품에 쏘옥 들어 와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일이 생길 리 없으니 꿈같은 상상은 개나 줘버렸다. 상상이 멈추자 그냥 빨리 집에 가고 싶어졌다. 집에 가도 특별히 할 일은 없지만... 

아빠가 날 이쁘다며 괴롭히겠지만(?)... 그래도 집이 최고인 것 같다. 

엄마도 있고, 오빠도 있고, 아빠도 있으니까... ㅋㅋ 아빠 꼴찌! 


참! 아빠가 일기 잘 쓰고 있느냐고 물어봐서 그렇다고 했더니 아빠는 일기에 사진이나 그림을 함께 넣어서 그림일기처럼 쓰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헉~ 나는 그런 거 하면 안 되는 줄 알았더니 ㅠㅠ 

그래서 나도 오늘부터 내가 그린 그림을 일기에 붙여놓으려고 한다. 재미있을 것 같다. 히히       



  

42일째갱년기


집에 온 막내가 라면을 끓여먹으려는지 계속해서 딸그락거린다. 

사업계획서를 꼼꼼히 봐야할 것이 있어서 집에 가져와서 보고 있었는데 딸그락거리는 소리에 당최 집중하기 어려워서 “너 대체 뭐하냐!”라고 물었는데 “나? 뽑기 해먹으려고”라고 답했다. 

다시 “뽑기? 애도 아니고 국자 태워먹으면 어쩌려고 그런 걸 해!”라고 묻자, “다 있어~ 아... 아빠 땜에 뽑기 타잖아~ 절로 가!”라며 신경질을 부린다. 

어라!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더 말하면 내가 삐질 거 같아서 자리를 피하고 귀에 이어폰을 꼽고 열심히 사업계획서를 검토하였다. 

응? 30분 정도 후에 갑자기 아내의 웃음소리와 함께 노크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곧 막내가 들어오는데 손에는 바게트빵에 초콜릿을 잔뜩 발라놓은 초초초초초대형 빼빼로가!!!!! ㅋㅋㅋㅋ 

이 짓을 하려고 아까부터 그 난리였구먼 ㅎㅎ 아~ 너무 재미있고 너무 좋아서 한참을 웃었다. 

빼빼로는 두 입 먹고 부엌에 내놓았다. 우선 빵이라 너무 양이 많고, 초콜릿 원액을 발라놔서 달기보다 쓰다! 


ㅋ 뭐 여하튼 나보다 더 큰 빼빼로 받은 사람 나와 봐라! ㅋㅋㅋ   



      

43일째사춘기


오늘은 아빠, 엄마가 낮에 성당에 갔다. 

엄빠 데이트하라고 나는 빠지고 외출해서 구입한 따뜻한 고구마라떼와 허니브레드를 집에 돌아와서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 분명 엄청난 칼로리는 ‘맛있지’ 않겠지만 두 음식의 조합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그것! 바로 행복했다는 것! 행복했음 된 거지 뭐... 맛있으면 0kcal라고 하잖아? 

그럼 그럼 백번 천번 옳은 말이다......는 무슨 개뿔! 맛있던 안 맛있던 칼로리는 그냥 지옥이얏! 

사실 먹으면 운동해야하는데 운동 자체는 좋지만 운동을 할 때도 나는 좋아하는 운동만 하는 편식쟁이다. 

흠~ 아빠가 맨날 나 편식하고 잘 안 먹는다고 구박하는데 운동도 편식한다고 하면 또 잔소리 10시간 하겠지? 

ㅋㅋ 결론! 허니브레드 위 캐러멜 시럽과 하얀 생크림은 거부하는 순간 대역죄인이 된다! 일단 오늘은 대역죄인이 되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시는... 안 먹으려고...는 개뿔! 먹을 거다! 그것도 아주 맛있게... ㅋㅋ



    

43일째갱년기


아니~ 이놈의 마누라가 재미를 붙였는지 나를 붙들고 절두산 성지를 가자는 것 아닌가? 

날도 흐리고 별로 가고 싶지도 않아서 완곡하게 거부했지만 갑자기 눈빛이 돌변한 아내를 이길 수는 없었다. 

복날 개처럼 끌려갔다. 

막내딸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군이 아니라 아귀였다. 엄마를 보호하고 다녀와야지 왜 안 가냐며 지가 더 열을 냈다. 괜히 말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 

대신 절두산 성지 미사는 들어가지 않고 성지 주위에서 구경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아내가 미사에 들어간 지 10여분이 지나자 정말 폭포같은 비가 쏟아졌다. 

컹! 비오는 절두산 성지의 풍경 자체는 너무 예뻤지만 경치만 즐기고 싶지 내가 그 속에서 비에 쫄딱 젖고 싶지는 않다고! 


집에 오는 길에 라디오에서 얼핏 ‘…요즘 중고생을 부추겨…’라는 내용이 들려왔다. 

흠... 요새 청소년들이 부추긴다고 자기 생각을 버리고 쉽게 따르나? 요새 청소년들 자아가 얼마나 강한데... 가만히 보면 나도 어른이지만 어른들은 청소년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시대가 많이 흘렀고 지적 수준도 높아졌는데도 왜 그런 현상은 여전한 것일까? 

이러한 어른들의 태도가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44일째사춘기


화창하고 기온도 적장하고 기분 좋게 만드는 날이었다. 분명 그랬다! 

단, 엄마가 내 방에 들어와 누워 있다가 갑자기 나에게 장을 보자고 끌고 나가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물론 엄마를 따라 장을 보러 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과자도 잔뜩 확보할 수 있고 이익이 더 많기 때문에 싫어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오늘 창으로 들어오는 따갑지 않은 햇살을 침대에서 맞으며 그냥 빈둥거리고 싶었을 뿐이다! 

기왕 장에 간 거 엄마의 통장에 바람이 스칠 정도로 만들려고 작정했지만 “어차피 네 아빠 돈이니까 알아서 해~”라는 엄마 말에 김이 새서 관뒀다. 불(속성)효녀가 될 순 없잖아? 

뭐~ 선선한 바람을 좀 맞으니 기분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엄마가 옆에 있어 더 좋았던 것 일거고~ 엄마랑 장을 자주 보러 나왔었지만 오늘 유독 기분이 좋았던 것은 기분 탓일 것이다. ㅋ 오~ 라임 괜찮았다!    



44일째갱년기


내일로 시작되는 다음 주는 계약해야 할 것도 있고, 정말 중요한 일이 2개나 더 있다. 

제발 모두 내가 뜻한 바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확실히 이젠 나이를 먹는지 예전처럼 강한 결의가 잘 되지 않고, 역경을 이겨내는 돌파력 같은 것들도 많이 약해졌다. 운동이나 명상 같은 것으로는 채울 수 없는 무심한 세월의 체벌이라 속수무책 ㅋ 

그냥 운이 좋기를 바랄 뿐이다.     


                    

45일째사춘기


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극 덕에 친구들의 얼굴을 더 자주 보는 것 같다 ㅎㅎ 

어쩜 이렇게 행복할 수가 *^^* 

연극에서 내 역할은 연출이지만 솔직히 난 연극의 진행에서 마음을 뗀지 꽤 오래 되었다. 

왜냐하면 원래 하려고 했던 주제나 대본이 진행될 때 내가 얼마나 열정을 불살랐던가? 그런데 중간에 의견 충돌 때문에 주제와 대본을 모두 새롭게 바꿔버리면서 나는 모든 의욕이 날아 가버렸다. 

그것을 바로잡겠다고 노력해봤자 잘못하면 친구들하고 싸울 것 같고, 나 말고 둘이나 더 있는 연출과 작가만 고생할 것 같아 다 내려놓은 것이다. 

처음 기획에 난 분명히 모든 에너지를 집중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그냥 지금처럼 친구들 옆에서 소소하게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뭐 그렇다고 친구들이 내게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오늘도 회의하던 도중 진지하게 임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많이 대견스러웠지만 한 친구가 갑자기 자기 얼굴을 웃긴 얼굴로 만들었다. 대견함은 우주로 날아 가버리고 웃음만 남았다. ㅋㅋㅋ 

웃음을 참긴 그른 것 같다. ㅋㅋㅋㅋ 


연극 이야기를 방금 전에 아빠랑 조금 했는데 아빠는 내가 왕따 당하는 게 아니냐며 걱정을 부들부들 했다. 

아휴~ 내가 미쳐! 뭔 왕따야 왕따는... 내 주먹이 얼마나 센데... 

그래서 걱정 안하게 차분하게 사정을 설명해줬다. 아빠가 말은 알겠다고 하는데 안 믿는 눈치다. 맘대로 햐~ 

하여튼 걱정 많은 아빠~ ㅋ 

나중에 나 유학이라도 가면 어쩌려고? 하긴 바로 옆까지 따라올 사람이긴 하다. ㅋㅋ




45일째갱년기


모처럼 막내와 오랜 대화~ 연극을 하고 있다고 했다. 연극을 한다는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자기는 연출인데 그저 그렇게 활동할 뿐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덜컥 걱정이 되었다. 그 짧은 시간동안 온갖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공식적인 활동이니 뺄 수는 없고 아무것도 안하는 연출을 맡겨놓고 교실 구석탱이 같은데 혼자 외롭게 앉아 있는 게 아닌지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고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왜? 너 혹시 애들한테 왕따 당해?”라고 서둘러 물어보자 막내는 나를 아주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뭔 소리야~ 뭔 왕따야! 왕따는...”라고 짜증을 부리더니 전후 사정을 말해주었다. 

원래 하려고 했던 주제나 대본이 막내는 마음에 들었고, 열심히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애들끼리 분쟁이 일어나서 주제와 대본을 완전히 바꿔버렸고 그로 인해 모든 의욕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이었다. 

막내가 끝까지 싸워서라도 그를 바로잡지 않은 이유는 좋자고 행하는 연극인데 자기가 고집을 피우면 서로 다 불편할 것 같아서 그랬다고 말해주었다. 

휴~ 그래서 “진짜 왕따 뭐 그런 거 아니지? 아빠 믿어도 되지?” 했더니 대꾸도 같잖다는 듯 극혐의 눈초리를 내게 보냈다. 

하하! 일단 마음을 진정시킨 나는 이런 말을 해주었다. 

“네가 너의 의욕을 희생시키고 다수의 평화를 지킨 행동은 일단 잘한 일이라고 볼 수 있어. 그런데 네가 이타적으로 행한 행동이 꼭 좋은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네게 화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어. 아빠는 네가 정말 원하는 일이라면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는 일이 있더라도 쟁취해야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 지금의 사회는 과거보다 다원적이고 개성이 강한 개인주의적 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전략적으로 네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보통은 이렇게 진지한 이야기하면 잘 안 듣는데 오늘은 눈을 또랑또랑하게 뜨고 내 이야기를 신중하게 듣는 것 같았다. 어리게만 생각했던 막내딸과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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