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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범사랑북극곰 Jul 25. 2023

11번째 5일간

51일째부터 60일째까지

51일째사춘기


온 가족이 파주시에 위치한 카페를 갔는데 정말 너무너무 예뻤다. 음료도 다 맛있고 무엇보다 분위기가 ‘맛도리’ 했다. 맛도리 라는 말은 재미있다. 근데 찾아보니 일본말에서 응용된 말이라고 한다. 

흠... 자제해야 할 것 같다. 


카페에서 음료를 다 마신 후에는 전시를 보러 갔다. 카페에서 멀지 않은 곳의 전시관이었는데,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독특한 전시관이었다. 특히 넓은 정원을 가진 개인 전시관인 것 같았는데 매우 만족스럽게 전시를 관람했다. 

전시회에 내가 관심을 가진 전시 작품은 일단 종이 재질이 특이했고, 모두 개성이 철철 넘쳐서 시선을 계속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 촬영이 가능해 열심히 사진을 찍었고 그 중에서 최애 샷도 건질 수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예전처럼 나 자신을 촬영하는 것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참 익숙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사진을 찍기 아깝나? ㅋㅋ 

뭐~ 나를 예전만큼 예쁘게 찍지 못하는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내가 나를 꼭 찍을 필요도 없고, 셀카만 아니면 여전히 나의 사진 찍는 솜씨는 칭찬을 받으니까 ㅋㅋ 

오늘 하루 너무 좋았다. 정말 좋았다. 

내가 이런 느낌을 좋아하는 걸 알고 시간을 만들어준 아빠한테 고맙기도 하다. 

가족들이 다 같이 이런 시간을 갖는 게 얼마만인지...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행복에 취해 보낸 하루였다. 항상 이렇게 좋은 일만 계속되었으면...     




51일째갱년기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어 아내랑 의논하여 파주시의 유명한 카페를 일찍부터 찾았다. 

일요일 이른 시간이라 한산한 편이었지만 이르다고 생각한 생각과 달리 적지 않은 인원이 이미 자리하고 있었다. 나도 검색해보고 찾아간 곳이지만 요새 트렌드인지 창고형 대형 카페였는데 막내랑 아내는 좋다는데,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다. 하하! 

나는 우아한 인테리어에 조용하고 편안한 의자에 오랫동안 앉아서 커피나 차를 즐길 수 있는 살롱 형태의 카페를 선호한다. 외모와 안 어울리지만...  

뭐 어찌되었던 딸내미가 마음에 들었는지 여기저기 신나하는 모습을 보니 오늘 시도는 성공인 듯하다. ㅎㅎ 하긴 요새 이런저런 일로 온 가족이 모두 수용자들처럼 집에 묶여만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카페에서 나와 전시관을 찾았는데, 모던하고 정원이 넓게 갖춰진 전시관은 정말 멋지고 부러웠다. 

나도 한 때 이런 갤러리를 가져보고 싶었는데... 

아내한테 슬쩍 이야기하니 “가지면 되지”라고 말해주는데 솔직히 가능할까 싶다. 씁쓸하게 캬캬! 

내 꿈을 버린 것이 아니라 그냥 나이를 먹으니 이루거나 이뤄지지 않을 것에 대한 막연한 예언 능력 같은 게 생겨서 그렇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과 아닌 것을 명확히 구분할 역량이 갖춰졌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날도 좋고~ 기분도 좋고~ 소확행이라는 말이 그야말로 들어맞는 날이었다.     

                             




52일째사춘기


어제 든 생각을 고쳐먹고, 다시 예전의 습관을 찾아 셀카에 도전했다.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내가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했나보다. 옛 감각들이 다시 돌아오는 느낌이라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난 여전히 셀카도 달인이다. ㅎ 


이제 곧 시험공부를 다시 시작할 것인데, 하루에 3-4시간만 잘 것을 예상하고 있다. 불쌍한 미래의 나, 하지만 뭐 어쩌겠니? 네가 안 한걸 지금 몰아서 하는 것뿐인 걸... 

내일의 너에게 라고 외치며 떠넘겼던 과거의 내 잘못인 게 명백해서 그냥 군말하지 않고 열심히 하기로 했다. 안할 수도 없다. ㅋ 후~ 

이번에는 시험 준비 열심히 해야지! 그래서 당분간 아마 일기를 못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러면 아빠가 또 화내겠지?    





52일째갱년기


오늘 하루는 아침 조찬회로 시작했다. 

일 때문에 엮여야하는 높은 분들 때문에 어쩔 수 없어 참석했지만 나는 이놈의 조찬회 왜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 

나 같은 심야형 인간은 모든 일을 밤늦게 해야 효율이 좋은데 보통 그러다보면 취침이 3시 전후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조찬회를 7시부터 하면 나는... 

그리고 내가 국을 찾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쌀쌀해져가는 늦가을 조찬은 국물 있는 한식으로 하면 안 되나? 

계란 후라이를 주지, 수란은 좋아도 안하는데 맨날 나오고, 베이컨은 왜 또 소프트야!!!! 

오늘 음식 정한 사람은 소화가 잘 안 되나보네? 그럴 거면 뭐 하러 양식으로 정한거람? 오늘 조찬회가 열린 남산의 모 호텔의 조찬은 유명한 만큼 상당히 맛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맛없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닌가 싶다. 뭔가 배알이 틀리니 모든 것이 고깝게 보였나보다. 흠흠~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조찬회로 시작한 하루는 나름 뿌듯하고 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맛에 하는 건가? 그래도 난 조찬회가 싫다!             



                 

53일째사춘기


시험이 2주 정도 남았다. 

지금까지 이렇게 길게 시험공부를 한 적이 있나 싶다. 하긴 현재 실력으로 보면 영어 하나만도 2주 꽉 채워하기엔 모자랄 것이다 ㅋㅋㅋㅋ 

아~ 내가 많이 안하긴 안했나보다. 알지만 후회하면 뭐하겠나? 앞으로 열심히 해야지! 

만약 누군가가 내 일기를 본다면 나를 비웃겠지? 그렇게 공부도 안 해놓고 갑자기 한다고? 비웃던지 말든지~ 나는 나만의 인생 스타일이 있는 거다! 난 바쁘다!     




53일째갱년기


왜 이리 피곤한가! 했더니 우리나라 경기도 아닌데 축구를 보는 바람에 ㅎㅎ 

월드컵 예선에서 대이변이 일어났다. 축구의 변방 사우디아라비아가 축제의 신 메시가 버티고 있는 아르헨티나를 꺾은 것이다! 

와~ 이번 월드컵이 같은 기후와 시간대의 카타르에서 열려서 그런 것인지 기적이 일어났다. 메시는 이번에도 무관의 제왕으로 끝날 것인지... 

메시를 보다보면 소속팀만큼 월드컵대표팀이 못 받쳐주는 느낌이 강하던데 우리나라 손흥민 선수는 대체... 흥민이 생각을 하니 갑자기 우울해지네. 쩝! 부상까지 입었는데 ㅠㅠ 우리나라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막내가 뭔 생각이 들었는지 시험 준비를 열심히 해보겠다고 벌써부터 설쳐댄다. 

며칠 해놓고 유세를 얼마나 부리려고 그러나? 하하 그러면 되는 거다! 

열심히 하고 결과는 그에 맞게 받으면 되는 거지~ 뭐! 

이번 시험 우리 딸내미의 선전도 기대해본다. 하하하!




54일째사춘기


간간히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열심히 공부했다. 쉬는 시간마다 뭘 할지 고민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아는가? 나는 알게 되었다. 나의 선택은 웹툰을 보는 것이다. 한 치의 고민도 없다. 

그런데 웹툰을 보다보니 웹툰에 지나치게 열중하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얼른 공부하는 자세를 잡고 열중해야겠다. 이번 일기도 잠깐 쉬는 시간에 웹툰 보는 대신 쓴 거다. 

다시 공부 시작!     




54일째갱년기


출장으로 충남 일대를 돌다 늦게 귀가했다. 조금 피곤하다. 

이제 나이를 먹는지 운전하는 것이 예전만큼 거뜬하지가 않다. 

새로 준비하다가 멈춘 사업의 근거지에 다녀왔는데 엄청나게 많은 가마우지 떼가 날아다니는 모습에 경악했다. 먹성 좋고 사나운 가마우지는 내 사업에 좋지 않은 징후이다. 기분 같아서는 총을 난사해 잡아 죽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아니다~ 아니다~ 하면서도 스트레스가 심한 모양이다. 잠도 통 못 들고 우울감이 순간순간 치솟는다.

갱년기에 스트레스까지 쌓이니... 건강 해치지 않게 잘 이겨내야 할 텐데... 

나 없으면 아내와 아이들은... 아휴~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 

이겨내자! 이겨낼 수 있다!      



    

55일째사춘기


학교에서 갑자기 뒷목이 당겨서 스트레칭을 했다. 그런데 문득 내가 스트레칭을 할 때 과연 얼굴이 구겨지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연구해보기로 했다. 바로 영상을 찍어 확인했다.

오~ 다행이도 그렇게 구겨지지는 않는 것 같았다. 주위 친구들에게 보여줬는데 다들 안 구겨지는 것 같다고 말해줘서 안심했다. 

학교에서 딴 생각을 너무 심하게 하는 것 같아 학교 밖으로 애들이랑 같이 두끼를 갔다. 

두끼는 여전히 맛있었는데 거기서 ㄹㅈㄷ가 탄생한다. 바로 숙주칵테일이다. 

사이다를 마시려고 담아놓았던 컵에 젓가락으로 들고 있던 숙주가 톡 떨어져서 컵으로 쏘옥 들어간 거다. 

전설의 숙주칵테일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너무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집에서 아빠한테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게 뭐가 웃기냐며 어리둥절해한다. 

나이를 먹으면 잘 안 웃게 되나?    




55일째갱년기


얼른 날이 추워졌으면 좋겠다. 

가을이면 어김없이 내 감정을 흔드는 가을타기가 오늘도 내 마음을 하루 종일 우울하게 만들었다. 

기분을 전환하고자 내가 열심히 봉사하고 있는 독립운동가 기념단체에서 개최하는 시상식에 다녀왔다. 

고등학생 수상자들이 꽤 많았는데 참 재주가 좋은 아이들이 세상에는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시상식이 끝난 후 장소였던 서대문에서 광화문을 지나 집까지 일부러 걸어왔다. 

기분이 가라앉을 땐 역시 운동이 최고... 였는데... 오늘은 해소가 안 된다. 이유도 없다. 아... 이거야 원... 이 글을 자기 전 쓰고 있는데 막내가 웃긴 이야기해준다고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줬다. 

우울감 때문에 막내 이야기가 하나도 귀에 안 들어오고, 집중이 안 되니 당연히 웃기지도 않았다. 

약간 뻘쭘해하며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막내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우울감에 우리나라 월드컵 축구도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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