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범사랑북극곰 Jul 25. 2023

15번째 5일간

71일째부터 75일째까지

71일째사춘기


무거운 분위기에 적응해 이제 숨 잘 쉬고 지낸다. 

사회 과목 시험을 잘 봐서 자랑하고 싶었는데 자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 그냥 평소대로 찌그려져 지냈다. 그게 나에게 이롭고 미래에 나에게도 이롭다.      




71일째갱년기


마음을 추스르려고 노력 중이다. 

아내가 더 충격이 크니 나라도 얼른 정신 차려야지. 머리가 혼란스럽고 격정이 나를 감싸지만 이겨내야지. 

문제가 생겼으니 해결책을 찾는 평소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야지. 

그런 반복이 이제 지긋지긋하지만...     



              

72일째사춘기


집안 분위기가 조금은 진정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여유가 생겼는지 엄마의 머리카락을 보고 웃었다. 엄마 머리카락이 자아가 생긴 것처럼 붕붕 날아다녔기 때문이다. 정전기 때문인지 뻗친 것인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웃겼다. ㅋㅋㅋㅋ 


축구선수 이강인이 자기 누나 골 넣어주려고 노력하는 영상을 보았는데 그렇게 서로 귀여운 남매가 있을 수 있구나 싶었다. 우리 남매는 어떨지... 


오늘 톡으로 애들이 나 때문에 우리 패거리 평균키가 줄어든다고 해서 자존심에 엄청 큰 스크래치가 갔다. 

그래서 정강이를 슥삭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내가 작은 키가 아닌데 이렇게 비참할 수가 없다. 이제 큰 친구들이랑은 안 놀 것이다. 

왜 아빠의 키를 안 닮은 것이야!!!!     




72일째갱년기


이달 말까지 완성해야할 논문이랑 연구보고서가 상당히 많다. 

그런데 도통 가라앉은 마음에서 의욕이 솟아나지를 않는다. 의욕 없이 글 써봐야 한 줄도 쓰기 어렵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는데... 

그래서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독한 마음을 추스르고 새벽3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아... 근데 역시 나에게 새벽의 고요는 정말 끔찍하다. 새벽이 내게 주는 느낌은 내 주위에 고요한 악마들이 득시글대면서 자기들끼리 작당하는 느낌이다. 

물론 내가 정신병이 있는 것은 아니다~ㅋ 

그냥 새벽의 적막함이 자극하는 나의 정서가 그렇다는 것뿐이다. 


우리나라가 탈락했어도 월드컵은 이어진다. 

내가 개인적으로 언제나 우승후보로 꼽는 독일을 빼고 – 뭐 물론 이미 탈락했지만 – 객관적으로 이번 월드컵 우승은 유럽이라면 잉글랜드, 남미라면 아르헨티나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잉글랜드가 프랑스에게 져서 탈락했다. 2연패에 도전하는 프랑스는 역시 월드컵에서는 다른 팀이다. 

이제 라스트 댄스에 임하는 메시가 뛰는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기원한다.



                                                                           

73일째사춘기


나는 숫자가 겹치는 시간이 신기하다. 

11시11분, 4시44분 뭐 이런 거 말이다. 

갑자기 실험 정신이 발동하면서 12시 12분 12초를 캡쳐했다!!!! 

내일 친구들에게 자랑해야할 것 같다. 

너네는 이런 거 없지? ㅋ 시험공부는 안하고 잘하는 짓이다. 

내일 시험 잘 봐라~ 미래의 나야!  


   



73일째갱년기


어릴 적 오늘이 생각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당황하는 모습, 새벽에 분명히 들린 총소리... 

내가 살아있는 동안 있었던 일이라고 믿기지 않는 쿠데타가 있었던 과거의 오늘... 


언론에서는 정부가 시행하려는 법인세 인하에 대해 논평하고 어려운 경제에 대한 낙수효과론을 토해냈다. 

아~ 정말 지긋지긋하다. 그놈의 낙수효과 타령 신물이 난다. 

코로나 시국에서도 재벌의 현금보유액은 역대 최대치를 매년 갱신했다. 그런데 왜 경제가 이렇게 어렵겠냐? 재벌들이 아무리 감세로 혜택을 봐도 서민들에게 그 효과는 안돌아간다 이 말이다. 

낙수효과는 그냥 허상일 뿐이라고! 


오늘은 오전에 사무실에 갔다가 오후에는 강남작업실에서 하루 종일 글을 썼는데 진도가 너무 안 나간다. 

짜증난다. 



              

74일째사춘기


집안 분위기가 조금 풀려서 오빠와 룰루랄라 했다. 오늘 쇼핑은 사실 갑작스레 이루어진 거라 무계획하게 갔다. 하지만 옷도 사고 서점도 가서 내가 좋아하는 애니 한정판 스티커도 구경하고 즐겁게 보냈다. 오빠와 놀 때 필수코스를 빼먹을 수 있나? 인생네컷도 찍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눈이 오기 시작했다. 너무 신나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오빠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지만 아차! 오빠가 사진을 못 찍는 것을 까먹고 있었다. ㅎㅎ 사진 꼬라지하곤 ㅋㅋ 그래도 오빠가 나름 열심히 찍어준 덕인지 괜찮은 거 몇 장 건졌다. 고맙다. 오빠~ 잘 사용할게 ㅋ 아~ 드디어 내일 시험이 끝난다. 너무 설레서 아파트 뚫고 날아갈 거 같다. 두근두근 세근세근 크흠!     




74일째갱년기


조금 일찍 들어왔더니 애들이 쇼핑을 갔다 막 귀가하고 있었다. 

남매끼리 다정한 모습을 보면 참 흐뭇하다. 

다른 집들은 남매들끼리 막말은 기본이고 주먹다짐까지도 한다는데 서로 살갑고 사이좋게 지내주는 모습이 부모로서 참 고맙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둘이 저렇게 착하기만 해서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둘이 뭔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지 궁금할 때도 있다. 

물론 아내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우리 애들이 착하기만 한 애들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고, 이런저런 고민이나 생각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나와는 그런 류의 대화가 이루어진 적이 없으니... 아내하고만 깊게 대화하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내심 서운하다. 

일 밖에 모르는 무뚝뚝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나는 아이들과 대화 많이 하는 아빠가 되고 싶었는데 마음만큼 준비가 덜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모르겠다. 

요새는 뭔가 상념에 빠지면 자꾸 부정적인 생각으로만 흐른다. 

정말 갱년기인가보다.      



                       

75일째사춘기


시험 끝!!!!! 

시험 끝난 기념으로 애들이랑 엉터리 생고기에 가서 고기를 무한리필로 잔뜩 먹어치웠다. 

고기를 굽다가 기름이 튀어 약국에서 밴드를 사서 붙인 사고가 있었지만 무탈하게 배를 채웠다. 

밴드 붙인 거 아빠가 보기라도 하면 난리가 날 테니 잘 숨겨야겠다. 걱정쟁이 아빠, 너무 걱정이 많다. 

배를 채우고는 바로 찜질방에 가서 진실게임을 하면서 너무 재밌게 놀았다. 

찜질방 여러 방 중에서 나는 특히 얼음방에 들어갈 때가 좋았다. 내가 몸에 열이 많은 거 같다. 목욕탕에서도 애들은 잘 들어가지 못하는 냉탕에 나는 그냥 한 번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나도 안 차가웠다기보다 ‘음~ 그래 차갑네’라고 생각이 들 뿐 뭐 별다른 신체 반응이 없어 그냥 물속으로 털썩 앉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친구들은 못하는데 나만 왜 이럴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난 대단한 것 같다. ㅋ 

별게 다 대단하다 ㅋ 



    

75일째갱년기


오늘은 점심을 비롯해 저녁식사까지 약속으로 가득 찬 날이었는데 하필 올해 들어 제일 추운 날이었다. 

아무리 차로 움직인다지만 뼈마디로 들어오는 찬바람의 기운은 매서웠다. 

시험이 끝났다고 막내는 용돈을 넣어주는 카드를 물 만난 개구리마냥 마구 써댔다. 

그래~ 놀아라! 놀아! 시험을 잘보고 못보고 그 자체로 스트레스였을 테니... 




이전 14화 14번째 5일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