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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범사랑북극곰 Jul 25. 2023

17번째 5일간

81일째부터 85일째까지

81일째사춘기


오늘도 학교에서 연극 연습에 매진! 

연습 중에 친구 하나가 단상 위에서 내려오다가 계단을 보지 못해서 허공으로 날아갔다(?). 

당연히 걱정하면서 다치지 않았는지 달려가 확인했어야 했는데 솔직히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꼼지락 거리다가 늦게 다가갔다. 

그런데 다가가보니 그 친구도 다치지 않았는지 자기 패딩에 얼굴을 묻고 바닥에 엎드린 채 킬킬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발이 시리다며 발로 소원을 빌듯이 비비기 시작했는데... 

파리처럼 비비는 친구의 발에 있는 양말이 구멍이 뻥 뚫려있는 것이 아닌가? 그대로 빵 터졌다. 

그야말로 미친 듯이 뒹굴며 웃어 제꼈다. 

넘어질 때부터 웃기기 시작했는데 양말 구멍을 보니 주체할 수 없이 너무 많이 웃은 거 같다. 

그 상황을 영상으로 담았는데 우울할 때마다 보면 우울감은 개나 줄 수 있을 것 같다. 

친한 친구들에게 우울증 치료제로 팔아도 될 것 같다. 매우 만족스러운 영상이다. ㅋ     




81일째갱년기


새벽부터 KTX로 지방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늦게 귀가!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아무것도 안 보이는 밤의 KTX 속에서 기차가 달리는 소리를 들으면 흡사 야수의 외침처럼 들린다. 

기차의 적막함과 도착까지의 시간이 이런저런 생각을 고민하게 만들길래 일부러 생각을 지워버렸다. 

내일 일은 내일하자! 인생 뭐 있다고 내일 일까지 미리 당겨서 고민할 필요 있겠는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간신히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이제 몸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겠다. 최소한 막내 시집가는 것은 봐야할 것 아닌가?  



                                          

82일째사춘기


아침부터 세상이 새하얗게 눈이 포옹포옹 와있었다. 

차가우면서 포근한 바람이 불어서 기분 좋게 학교에 갔는데, 역시 눈이 온걸 그냥 넘어갈리 없는 반 친구들은 오늘도 격렬한 눈싸움을 ^^ 치열하게 전투를 치룬 후 밥을 먹으로 가는데 방금 눈싸움을 같이 했던 한 친구가 전투를 위해 체육복 바지를 동동 접은 틈으로 눈이 잔뜩 껴들어 가있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이 뭐가 그리 웃겼는지 다른 친구 하나를 붙들고 신나게 웃으면서 밥을 먹으러 갔다. 물론 그렇게 놀고 금방 지쳐서 잠을 청했다. 

학교가 호텔? ㅋ 


연극에 너무 진심인 우리 반... 응~ 그래... 파이팅... 

아마 우리 반이 1등을 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 이유는 없다. 걍 우리 반이 짱! 피곤하다. 

눈싸움을 너무 빡세게 했나?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곧 어머니 생신인데 집안 영 분위기가 그렇다. 

또 숨 막히지만 난 괜찮다. 난 최강이니까~  



  

82일째갱년기


아들 녀석 때문에 속이 상한 아내의 기분이 도통 나아지지를 않는다. 

아내도 정신 차리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이지만 아마 오락가락하는 기분을 자기도 잘 통제하기 어려운가보다. 에휴~ 왜 안 그러겠냐... 이해한다. 

눈치가 뻔한 막내 놈은 자기 방에서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 


다행히 이제 컨디션은 거의 정상에 육박했다. 

SNS나 주위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이번에 감기 때문에 최소 한 달은 고생했다는데, 그나마 며칠 아픈 걸로 마무리되는 듯싶다. 정말 다시 한 번 건강에 유의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건강이 제일이니까! 


참! 오늘 웃기는 일이 하나 있었는데 거래처 사장 중에 나랑 오래된 사이이고 나보다 2-3살 연상의 사장이 한 명 있다. 회사 일 때문에 잠깐 만나서 이야기 나누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니~ 그런데 이사장은 나를 싫어하나봐? 나랑 안지가 벌써 몇 년인데 호형호제 하자는 말을 안 할까?”라는 말에 “제가 사장님을 좋아하기 때문에 호형호제 안 하는 겁니다.”라고 대꾸하고 웃어버렸다. 

물론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호형호제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지만 나는 호형호제를 쉽게 하는 한국 문화가 참 싫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도 취중에 함부로 형, 동생... 

그런데 나중에 보면 사기나 뒤통수치는 것들은 항상 그 형 아니면 동생들이더라고~ 호형호제는 최소 3-4년은 사겨보고 진중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83일째사춘기


친구들과 학교가 끝나고 무제한 떡볶이 집 ‘두끼’에 갔다. 

오늘도 너무 웃겨서 실신할 뻔했다. 엘리베이터에서 사진 찍을 때부터 집에 올 때까지 안 웃은 적이 없을 정도였다. 크림 떡볶이를 크림 한강물로 만든 나와 함께 앉은 친구나 급하게 먹다가 먹은 떡을 도로 토해낸 개구리 캐릭터 페페를 닮은 친구의 만행은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집에 가기 위해 모두 해산하기 전까지 계속 낄낄 거렸는데 혼자 버스를 타고 오다보니 갑자기 왜 그리 웃었나 싶다. 돌았나? ㅋㅋ 세상은 넓고 도른자는 많다! 

그 중에 하나가 나라고 생각하고 오늘 하루를 가볍게 툴툴 털어낸다. 

내일이 드디어 엄마 생신이다. 너무 떨린다. 엄마를 위한 앙상블을 잘 할 수 있을까? 

너무 긴장되는 바람에 친구들에게 오늘 하루만 수십 번을 곱씹으면서 긴장된다고 말했다. 

잘 할 것이다! 잘 해야만 한다! 

내가 사랑하는 엄마에게 최고의 생신 선물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83일째갱년기


막둥이가 “엄마를 위한 앙상블 잘 할 수 있을까?”라며 불안해하는 것 같아서 “잘하든 못하든 엄마는 네가 하는 것 자체를 좋아할 걸?”이라고 답해줬다. 


오늘 마지막으로 심사 중이던 논문이 최종 통과 판정이 나서 올해 KCI 등재지에 3편의 논문을 싣게 되었다. 내년에는 현재 진행 중인 SSCI & SCOPUS 논문 2편, 칼리니 사상 논문 1편만 등재시키고, 집필에 집중할 계획이다. 


오늘 잠깐 TV를 보는데 누군가가 말하는 도중에 영어를 섞어서 대화를 하는 모습이 나왔다. 

아니 왜 잉글리쉬 워드를 꼭 다이알로그에 유즈해야 하지? 스마트 해보이려고? 아니면 임팩트를 위해서?

배운 게 낫씽인 나로서는 당최 미스언더스탠드하네 


캬캬캬 한국말이나 제대로 써라~   



                         

84일째사춘기


“어머니~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하고 세상에 태어나주셔서 감사합니다! 생신 축하드려요~” 학교를 가기 전에 일어나자마자 엄마에게 생신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그리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엄마에게 신나서 전화 했는데 엄마 목소리가 영 좋지 않아서 걱정이 되었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오빠 때문 일거라고 대충 눈치 챘기 때문이다. 

케이크를 가지러 이태원까지 갔는데 가는 길이 너무 힘들어서 살이 아리고 감각까지 무뎌질 정도였다. 

하지만 예쁜 케이크를 생각하면서 행복한 마음을 잃지 않고 찾으러 갔다. 

케이크를 찾고 큰 장미도 한 송이 사서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서둘러서 집에 왔다. 응응... 


그런데 결국 엄마가 몸이 안 좋아서 아무것도 못하고 속상하게 하루가 지나버렸다. 

생일임에도 엄마는 오늘 하루 최악의 하루를 보낸 것 같다. 

엄마한테 너무 미안하고 죄송하고 아쉽기 그지없다. 엄마가 가장 행복한 생일을 보내시도록 해드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 한 것에 대해 자책감이 들었다. 

엄마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은 것은 아빠도 마찬가지였다. 

맨날 툭탁거려도 엄마를 무진장 사랑하는 아빠는 생일에 속상해서 아무것도 못하게 만든 오빠에게 분노를 폭발시켰다. 

오빠가 혹시 아빠에게 맞아 죽을까봐 걱정했지만 다 큰 아들을 때리지는 않았다. 

뭐 원래 아빠는 우리 손 안대니까... 

에휴~ 최악이다. 마음이 너무 좋지 않다.   


           

84일째갱년기


정말 내 맘대로 안 되는 것이 자식이라지만... 

왜 내가 자식을 낳아서 이렇게 마음을 상하고 살아야하는 것인지... 

내 성질대로 두들겨 패 죽일 수도 없고... 

왜 내가 자식한테 이런 무서운 말을 써야하는 것인지 더 짜증나고... 

생일인데 자기가 낳은 자식 때문에 속상해서 가족들에게 받는 작은 축하조차 못 받는 아내를 보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 

일기를 쓰다보면 화가 가라앉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더 화가 나서 안 될 것 같다. 


밖에 나가서 소주라도 한잔 기울이고 와야겠다.




85일째사춘기


내일이 크리스마스다. 

구롬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원래대로라면 크리스마스보다 더 설레는 날이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숨이 턱턱 막히는 집안 분위기 때문에 설렘이고 나발이고 없었다. 휴~ 

오늘 그냥 집에 짜져 있었는데 지옥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내가 숨이나 쉴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현재 나의 상태는 마치 물 밖으로 끌려나온 물고기와 같다. 헐떡거릴 뿐이다. 

내일은 그냥 친구들 연락되면 아무나 약속 잡고 밖으로 나가야겠다. 

내가 1년 중 가장 오래 기다렸던 날을 압박에 시달리다 허무하게 보낼 순 없다. 

크리스마스는 사랑스러운 날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 때문이다. 


아빠가 저녁 때 슬그머니 내 방에 들어오셨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도 좀 툭툭거리지만 이제는 시시콜콜한 대화도 자주하고 중학교 때만큼 아빠랑 안 싸워서 좋다. 

아빠나 나나 서로 고집을 피우다보니 싸우게 될 수밖에 없었는데 요즘은 내가 고집을 안 피우니 싸울 일이 줄 수밖에... 

물론 아빠는 여전히 자기 멋대로다! 고집불통! 

뭐 그렇다고 아빠랑 싸웠을 때도 서로 감정이 상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아빠가 날 무진장 좋아하는 걸 나는 아니까~ 아빠는 많이 상했을 꺼다. ㅋㅋ

참 보면, 아빠랑 나는 둘 다 고리타분하다. 

둘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빠는 진짜 어쩔 땐 너무 고리타분해서 할 말을 잃는다. ㅋ   



           

85일째갱년기


오늘도 집안 분위기는 개판이었다. 

어쩌겠는가... 우리 집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아내가 우울한 걸... 쩝... 


오늘 저녁 때 눈치를 보다가 막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좀 나누었는데... 

하~ 요눔이 중학교 때 자기가 꼬라지 부린 것을 ‘나랑 싸웠다’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어이가 없다. 

사춘기랍시고 질풍노도처럼 자기 혼자 발광해놓고 나랑 다퉜다고 생각하다니 ㅋㅋ 

기가 차서 그냥 아무 말 안했는데... 

관점의 차이가 이렇게 클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다. 

물론 우리 집 아이들은 사춘기 무난하게 잘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일탈을 한 것도 아니고 비행을 저지른 적도 없으며 약간의 시니컬함 만으로 끝났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어이는 없다. 

이제 인생 십 몇 년 밖에 안 산 놈이 나랑 동급인 줄 알다니 

ㅋㅋ 기가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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