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는 술 없이 하는 것이 즐겁다.
확실히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말이 많아지는 것을 느낀다.
원래부터 그리 말이 적은 편도 아니었는데다가 강단에 서서 이야기하는 일을 오래한 영향때문인지 확실히 최근에 말하는 양이 많아진 것을 느낀다.
그럼에도 남성들과 비공식적 일로 만나면 가정이나 건강, 직장, 사회 등 조금은 무거울 수 있는 주제로 대화를 시작한 뒤 길게 가봐야 20-30분이면 끝난다 - 당연한 말이겠지만 공식적인 일로 인해 하게 되는 대화는 1-2시간도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남성들의 이야기는 진지해지다보면 자칫 다툼으로 이어지는 일도 흔하기 때문에 서로 굉장히 신경써서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남성들과의 대화는 피곤하고 그 자체로 부담이 되기도 한다. 남성들의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이다 - 물론 성직자들과 신성이 가미된 이야기를 하는 자리는 좀 다르지만 지루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보통 남성들의 이야기 자리가 마련될 때 크게 두 가지가 고려된다.
하나는 술과 함께 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술의 가격이 저렴하고 구하기 쉬워 아주 오래전부터 술에 익숙한 문화이다. 그만큼 흔한 일상이다보니 술로 인한 실수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고 낯설은 두려움을 제거하는데 아주 유용하다.
실제 술이 조금 들어가면 어색함도 사라지고 긴장했던 이야기 근육도 풀어지기 때문에 편안한 대화로 이어가기 쉽다. 그러나 또 다들 알다시피 긴장감을 풀어주는 술이 오히려 더 큰 다툼이 생길 여지로 작용하는 경우가 다분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남자들끼리 이야기 자리에 술은 양날의 검인 것이다.
또 다른 아무래도 남성들은 만남의 자리에 여성이 있는 것을 선호한다.
좀 주책맞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젊었을 때 뿐 아니라 나이먹고서도 남성들의 주된 관심사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유부남들이 바람 피울 타이밍만을 호시탐탐 노린다는 말이 아니다.
그만큼 여성의 존재는 남성들에게 언제나 호기심의 대상이고 각별하다는 의미이다 - 물론 여성들이 남성들에 대해 생각하는 바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말 완전히 남성들만의 입장이며, 남성들 모두가 여성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알아주기를 바란다.
뭐 어찌되었던 간에 남자들끼리 모일 때, 같은 자리에 여성들이 동석하고 안하고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고, 대화의 주제 역시 달라진다. 극도의 친절이 오고가면서 기분은 더 좋아지고 말과 웃음도 많아진다.
그러나 역시 여성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오해가 발생하기도 하고, 종종 진짜 불편한 문제가 발생하여 엄청난 파괴력을 나타내기도 한다.
동석하는 여성의 존재도 양날의 검인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모처럼 남자들끼리 아주 소량의 술만 마시며 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1명을 제외하고는 낯선 분들과의 자리였는데, 남자들 네 사람이 정말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신나게 수다를 떨었고, 집안 일 때문에 내가 먼저 일어나게 되었을 때 다들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것이 여실히 확인될 만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당연히 다들 술에 취할 일은 없었고, 각자 살아가며 하는 일이 다르고 개성이 너무 달랐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야기 소재가 끊이지를 않아 부단히 지적 호기심이 자극되었다.
만난 곳이 대포집 분위기의 음식점이라 바깥에서 볼 때는 엄청난 술을 마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남자 넷이 마신 술은 소주 반병이 전부이고, 대신 맛있는 고갈비의 칼칼한 맛과 신선하고 재미있는 수다가 술의 짜릿함을 대신하였다.
수다를 술없이 해야 즐겁다는 사실을 이번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리에 여성이 없더라도 얼마든지 친절하고 배려가 넘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 알게 되었다.
이런 자리를 종종 만들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한 것은 당연하다. 최근 무료함의 연속이었던 일상에 즐거움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
남자들끼리 수다도 즐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