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로퀴투르(Homo Loquitur)

세상 사는데 뭔 요령이 이리 많이 필요하지?

by 이재무
호모 로퀴투르(Homo Loquitur)


학술적으로 인정될지 모르겠으나 포털을 쳐봐도 나오지 않은 것을 보니 내가 최초로 사용하는 용어인가 보다.

호모 로퀴투르는 이번 글을 쓰기 위해 차용한 개념으로, '서로 말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상호 의사소통을 하는 개체들은 지구상 동식물 중에서 많이 찾을 수 있지만 인간만큼 여러 의미를 부여하여 말을 하는 존재는 없다.

즉, 서로 말하는 것 자체가 인간을 규정할 수 있는 매우 특징적인 행동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살아간다는 것 역시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특히 누군가와 말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 여러 이유로 말을 할 수 없는 사람들도 수화나 글쓰기를 통해 말을 대신할 만큼 인간이 사회 속에서 누군가와 말을 할 수 없다면 인간은 생존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

말은 민족을 구분해 주는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 고조선, 고구려, 신라, 백제, 고려, 조선, 대한민국이 모두 존재한 시간대가 다르고 다른 체제를 구축하고 살았음에도 우리 민족사에 편입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같은 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인간에게 있어 말로 부여될 수 있는 상징적 의미는 수도 없이 많은데, 그 의미만큼 말하는 형식이나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형식적으로 보자면 쌍방향 말하기와 한쪽만의 일방적인 말하기로 나눌 수 있고, 말을 많이 하거나 적게 하는 차이로 구분될 수도 있다. 이것들이 서로 조합되어 세분화될 수도 있다.


그런데 말하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외형적인 것들이 아니다.

말이 가진 수단성이 얼마나 발휘되느냐가 더 중요하고, 그러한 수단성에 기인하여 누군가와 의사소통 혹은 감정 표현을 위해 말을 할 때 몇 가지 전략적 요령이 필요한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요령 없이 말하다가는 오랫동안 장황하게 설명해야 할 가능성도 있으며, 내 이야기를 상대가 곡해하거나 필요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된다.

뻔한 이야기이겠지만 이런 경우 내가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은 허사가 된다. 덩달아 그 말이라는 수단으로 이루고자 했던 최종 목표의 달성까지 어그러질 수 있다.


말하기는 분명히 요령이 필요하다. 수다마저도 재미있으려면 요령이 필요하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지금부터 누군가와 말할 때 필요한 요령에 대해 당신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다만 미리 주지하고 가야 할 것 같은데, 당신에게 알려주는 아래의 요령들은 안타깝지만 100% 성공을 보장하는 세칭 '무적의 치트키'가 절대 아니다.

내가 선험 해본 결과, 그리고 그동안 내가 조언해 주고 그를 따라 해 봤던 결과를 확인해 보니 성과를 거두는데 상당히 높은 비율로 성공했다는 것이지 당신이 무조건 따라 한다고 기대한 것을 모두 이루는 절대적 기적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이 말이다.

아울러 당신도 주지하다시피 누군가와 말을 잘하는 법에 대해서는 이미 세간에 엄청나게 많은 정보들이 존재한다. 책이나 유튜브, 각종 SNS 지천에 널려있다. 그것들은 각자 경험적 근거를 대고 있기 때문에 다들 어느 정도 타당한 방법이라고 충분히 인정된다.

그러니 내가 말하는 것들도 그러한 정보들 중 하나라고 생각해라.

전장에 나간 장수가 10개의 무기를 갖고 있을 때와 100개의 무기를 갖고 있을 때 전혀 다른 방식의 전투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승리에 대한 기대치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냥 딱 그 정도로만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말은 의미를 함축하여 직접적이고 간결하게 하는 것이 좋다.

쉽게 말하면,

최대한 말을 아끼는 상태에서 반드시 필요한 말만 핵심적으로 해야 한다는 뜻인데, 혹여 실수를 할까 봐 말을 줄이라는 것이 아니다.

너무 많은 말을 하려면 빠른 어조가 필요하고, 상대에 따라서는 그런 말의 속도를 불편해할 수 있다. 또한 많은 말은 무조건 상대에게 싫증을 느끼게 만든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은 이기적이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자기중심적으로 유도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 말이 많아지면 정작 중요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상대의 집중력이 바닥나는 상황에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말을 많이 할 경우,

욕이나 꾸중 형태의 말이 아니라면 - 비즈니스와 관련된 이야기라면 특히 그러한데 -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자기가 대접받는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즉, 나보다 상대가 말을 '정중하게' 많이 하면 내가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인간은 묘한 존재라 자기가 대접받는 것을 싫어하지 않지만 명확한 근거 없는 대접에 대응해 즉시적으로 경계하는 동물적 야성을 발휘한다.

그렇기 때문에 말하기는 적당한 템포 유지가 중요하고, 상대가 호기심을 이어가면서 나에게 말할 기회를 많이 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필요한 말을 핵심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


말은 간결하고 함축적으로!


약간의 과장이나 허세는 훌륭한 말하기 수단이다.

먼저 분명하게 선을 긋고 가는데, 여기서 말하는 과장이나 허세는 나중이라도 상대가 알았을 때 충분히 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이 이해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반대로 상대방이 과정이나 허세의 실체를 알고 조금이라도 불쾌해하거나 흔들림이 있다면 악의적 거짓말이고 사기 범죄에 불과하다. 이러한 행동은 말하기에 있어 반드시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말하기 요령은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말하기 속에서 용납될 수 있는 수준의 뻥튀기는 상대에게 기대치를 부여한다.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은 당신에 대한 호감도 상승과 같은 맥락에 있기에 기본적으로는 좋은 현상이지만 기대치를 높이는 것이 자승자박으로 돌아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더욱이 요새처럼 정보를 누구나 쉽게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시대에서 지나친 기대치 높이기는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선을 지키는 것과 함께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자신의 커리어 사실에 근거한 그럴싸한 스토리텔링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준비가 덜 되었을 때는 부풀리는 시도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

충분한 준비가 되었어도 막상 말하는 도중 실수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심지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무턱대고 해대는 말은 논리가 부족한 그냥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충분하 자격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부풀리기는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조금의 부풀리기도 기만으로 단정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 가지 더,

최근 마케팅 수단으로 자신의 단점을 오히려 자신 있게 부각해 장점처럼 보이게 하는 테크닉이 활용되던데 개인적으로는 잠깐의 효과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그러한 방법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에게 내 단점을 알려주는 것은 잠깐의 신선한 임팩트가 꺼지고 나면 오히려 오랫동안 부정적 기억으로 강하게 남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상대의 속사정은 묻지 않는 것이 좋다.

준비가 안되었다는 이유가 가장 큰 원인일 테지만 사람들은 각자가 가진 소심함의 수준으로 인해 말할 때 할 수 있는 실수에 대해 두려움을 많이 갖는다.

이러한 두려움은 당신이 가진 역량을 힘껏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고 당연히 원래 기대했던 것보다 좋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단언하고 말하는데 말하기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

말 잘한다는 이들도 다 실수한다.

말 잘하는 이들이 당신과 다른 점은 본인이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면 즉시 사과하고 정정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빨리 잊어라. 실수를 한 것, 사과를 한 것, 이런 것들을 다시 염두에 두었다가는 머릿속이 뒤죽박죽 되어 제대로 된 말을 이어할 수 없다. 이것이 가장 흔히 행하는 실패의 인과이다.

또 예상이 부정적일 때 더욱 실수를 두려워하게 되는데 예상은 예상일 뿐이다.

이런저런 실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시도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성공할 확률은 0%이지만 도전하는 순간 확률은 최소한 0.1%던 0.01%던 생겨나게 된다.

그런 미미한 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있냐 와 없냐의 차이는 엄청난 차이이다! 살았느냐, 죽었느냐의 차이와 마찬가지이다.


시도하지 않으면 우연조차 찾아오지 않는다.


누군가와 말할 때 상대의 속사정을 묻거나 알려고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그런 대화 방식이 결국 정서적 측면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당신은 상대의 감정선에 매몰되어 당신의 이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반대로 상대가 당신의 정서에 동화되면서 말하기를 이어가기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말을 하려고 했던 근본 취지에만 집중하면 된다. 상대가 부모 상을 당했는지, 건강이 안 좋은지, 가정환경이 불편한지, 혼자 사는지 등은 그러한 경우가 말하기의 대상이 아닌 이상 아무 필요도 없는 쓸데없는 감정들만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흔히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함을 지워낸다는 이유로 사적인 이야기를 서로 들춰내며 이야기를 진전시키려고 시도한다.

그런데 당신도 잘 생각해 봐라.

막상 말하기를 그렇게 시작한 경우, 감정선이 이어져 원래 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거나 그 잔상이 남아 원래 하려고 했던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았을 것이다.

게다가 사적 이야기를 암만 해봐야 어색함이 그리 크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말하려고 하는 것의 내용이 주저함을 만든 것이기 때문에 빨리 그 말을 하는 것이 어색함을 없애고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요즘 MZ세대들은 자기 개성이 강하고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잘 표명하기 때문에 상당히 유리할 수 있다. 체면을 따지고 나서는 것을 꺼려하며 낯을 가리는 한국의 사회적 문화에 익숙한 사람보다 효율적으로 말하기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MZ세대의 과감함은 공간이나 조건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영역에 국한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문제이다. 자신의 이익이 침해될 여지가 분명히 있어 보임에도 사람들의 현실 관계 속에서는 오히려 더 움츠려드는 모습이 확인되기도 한다.

물론 내가 만나본 MZ세대들만 그랬을 수도 있고, 내가 모든 MZ세대를 평가할 자격이 없기 때문에 너무 단언적인 말은 속단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세대가 많이 변했다고 인정되는 지금도 말하기와 관련된 한계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말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있다.




누군가와 말을 하려고 할 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생각이 많다고 좋은 말이 나오고 좋은 행동이 나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되도록 빨리 머리를 정리하고 원래 하려고 했던 말을 간결하게 함축하여 철저하게 나에게 유리할 수 있는 전략을 활용해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말하기라고 할 수 있다.


안될 것 같다고? 이미 해봤는데 안된다고? 그렇다면 연습해라! 그럼 다 된다.

10번 해서 안되면 100번 하고, 100번 해서 안되면 1000번 해라. 일단 해보고 이야기해라!

장담하는데 저 정도 시간 공들이면 안 될 수가 없다.

머리 좋다는 개나 침팬지, 앵무새들도 연습시키면 다 할 수 있는데 사람인 당신이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Let's do it! Good luck!


원숭이에게 져야 되겠는가?


V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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