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한다고? 최선을 다 안 하는 사람도 있나?
우리들이 일상에서 흔히 하는 말 중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말이 있다.
글 모두부터 너무 격렬한 표현이지만 정말 어이가 없고 같잖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일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최선을 다하겠다니?
특히 종국에 결과도 만들어내지 못해놓고 최선을 다했느니 어쩌니 하는 사람들은 진짜 경멸한다.
대체 무엇을 처음하려고 할 때 최선을 전제하지 않고 행하는 경우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그럼 당신은 무슨 실천이나 행동을 영위하기 위해 그냥 대충대충 하는 것을 상정하고 임한다는 말인가?
누구든 무엇인가를 처음 시도할 때는 모든 열정과 힘을 다 쏟아붓겠다고 다짐하고 움직이는 것이 당연하다.
만약 처음부터 최선을 전제하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위선자이고 특정 사회나 조직에 불필요한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이처럼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은 지극히 당연하고 마땅히 해야 할 기초에 불과한데 그런 말로 공치사하는 모습을 보이니 어찌 꼴 같잖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사람들과 무엇인가를 도모할 때 가장 먼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하는 사람은 절대 신뢰하지 않는다. 필수불가결한 행동을 해놓고 마치 큰 선물을 주듯 과시하는 사람을 믿을 수 있고 필요한 사람이라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선이라는 말은 실수를 범한 사람의 자기변명 수단으로 대부분 활용된다.
예전에 내가 어떤 팀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일이다.
8명의 팀 구성원이 전부 대학교수와 박사로 이루어진 팀이었는데 팀 멤버 중 하나가 약속한 시간을 항상 어겨서 보고서의 중간 취합이 늦어지는 일이 빈번했다.
참다못한 내가 "약속 시간을 지켜주기를 바란다. 당신 때문에 매우 불편하다."라고 말했는데, 그는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는데 너무한다."라고 항변하였다.
기가 찼다.
본인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입힌 피해를 상쇄시킬 만큼 위대한 일인가?
내가 그 사람이 최선을 다한다는 말을 듣고 이해해야 할 신성적 명분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자기가 여건과 능력이 안될 것 같았다면 자기에게 부여된 일을 포기했어야 옳은 일이 아닌가?
저 말을 듣고 바로 팀을 구성한 담당자에게 해당 인물을 팀에서 배제하지 않으면 내가 빠지겠다고 선언했다.
놀라운 것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믿고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사람을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옳은 요청을 하는 나를 당혹스러워하면서 설득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이 담당자라는 사람도 '최선'이라는 최면에 잔뜩 취해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절대 용납할 수 없었던 나는 일말의 여지도 남기지 않고 나와 그 사람 중 택일을 요구했고, 다른 팀원들의 의견까지 규합해 결국 해당 인물을 제외시키기에 이르렀다.
이후 일 진행은 빠르게 이루어져 오히려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최종 보고서는 제출되었고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도 만족했다.
본 사례에서 입증되듯이,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자신의 실패를 방어해 주는 옹졸한 이유조차 되지 못한다 - 차라리 머리 숙여 사과하는 것이 훨씬 낫다.
최선을 다했다는 당신의 말이 모든 당신의 과오와 실패를 덮어줄 것이라는 착각은 절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최선의 노력은 최고의 결과로 반드시 귀결되는 것이 아닐뿐더러 결과가 없는 최선은 더더욱이 의미가 없다. 이는 마치 스포츠 선수들이 평소에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 운동을 한 뒤, 정작 올림픽에 나가지 않는 것과 같이 비유될 수 있다.
즉, 내가 평소에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하고 연습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더라도 정작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올림픽에 나가지 않으면 그동안 했던 최선은 인정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 정신승리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 빈번하게 사용되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사회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겸손이라는 태도를 연관 지어 사용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들 중 금메달이 유력한 선수들이 자신의 겸손함을 표시하는 수단으로 자기를 낮춰 최선을 다하겠다고 자신의 의지를 갈음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표현 방식은 낮출 이유가 없는데 굳이 낮춘 것이고, 겸손은 가진 자의 미덕이라는 측면에서 부적절하다고 본다.
일단 올림픽에 나갈 정도면 이미 말한 대로 너무나 당연스럽게도 충분히 최선을 다한 상태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때 응당해야 할 말은 "최고의 결과는 제 것입니다."라는 확신에 찬 말이어야 한다.
정말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면 말이다.
또한 겸손은 가진 자의 미덕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사람은 최고의 결과를 얻었으니 자신에 대해 겸손할 자격도 있고,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사용해도 아무 문제없다.
그러나 입상도 못한 사람은 반성을 하는 것이 먼저고 겸손을 운운할 자격도 없다.
성과를 못 냈는데 무슨 겸손이 필요하고 무슨 최선을 논하는가?
그런데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하는 것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 이면에는 이미 잘 안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음이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담당해야 할 책임에 대한 명백한 회피이자 무능력을 자인하는 것이고, 최선을 다했다는 회피용 변명을 대놓고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간주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하겠는 말이 자기에게 스스로 말하는 다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기 다짐 역시 앞에서 말했던 공치사와 같은 불필요한 행동으로 치부할 수 있다.
우선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은 자기 혼자만의 활동이나 결심일 때 하는 말이지 타인과 조금이라도 연관되어 있다면 함부로 내뱉어서는 안 되는 말이다.
함께 최선을 다하는 것과 같이 당연한 행동을 별도의 자기 다짐까지 필요할 정도로 의지가 박약하고 무능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같이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최선을 다하면 후회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고 자위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과연 후회가 없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로 사람들은 서로 위로를 주고받던데 TV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인터뷰해놓고 정작 메달권에 진입 못한 선수들이 후회와 한탄으로 울음을 터트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게다가 결과가 없다 보니 다음에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과정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온다는 보장도 없고, 재차 실패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결과가 있어야만 전술한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게 된다.
나에게 너무 결과만 따지는 것 아니냐고 신경질적으로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까봐 선제적으로 답변한다.
내 다리가 가려운데 남의 다리 긁는 소리 하지 말고,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이상론에서 제발 좀 빠져나와라!
그럼 고등학교 3년 내내 정말 열심히 공부에 최선을 다한 사람이 안타깝게도 대학에 못 들어갔다면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은 것인가? 정말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 있게 말해봐라.
당신의 자식 일이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겠나? 장담하지만 누구도 괜찮다는 말 못 할 것이다.
자기 일이 아니니까 위로 차원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고 하는 것이지 자기 일이라면 쉽게 그렇게 말 못 하는 것이다.
결국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 - 최고의 결과가 중요한 것이다.
꽈배기처럼 뒤틀린 내 심사에 대해 욕해도 좋다.
실제로 그리 둥근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비난받아도 크게 반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성격에 괴팍한 것을 떠나 내 이야기의 논리가 완전히 틀렸다고 당신의 모든 것을 걸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아마 못할 것이다. 내 말에 공감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테니까 말이다.
정리하자면, 매사 최선을 다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당연히 하는 것이다! 당연히!
그러므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 따위로 사람들에게 공치사하지 말아라!
당신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안심시킨 상대는 당신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자기가 배신당할지도 모른 채 허망한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면 당신은 누군가를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기만은 경우에 따라 살인보다 더 끔찍한 범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원천적으로 하지 말자!
세상만사,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최선을 다하지 않고도 최고의 결과를 얻는 것'이다.
마땅히 해야 할 최선도 다하지 않았음에도 최고의 결과를 얻었다니 얼마나 수지타산이 좋은 일인가?
당연히 지향해야 할 목표이다.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결과를 얻는 것'도 차선책 정도는 된다.
따라서 당신이 무엇인가 책임을 지고 이행해야 할 때, 당신의 성과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가 아니라 "최고의 성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언행일치라는 인간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진리는 유치원 아이들도 알고 있다.
당신이 공언한 바와 같이 최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더 뛰고 뛰어라! 노력하고 노력해라!
그리고 그러한 지향에 따라 성과를 만들어냈을 때, 당당히 말해라.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결과"라고 말이다. 그리고 "수고 한 나에게 격려해 주시고 칭찬해 주십시오. 저 이런 칭찬받아도 되는 사람입니다."라고 세상에 외쳐라!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낸 당신은 그럴 칭찬을 받아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