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양극단의 존재
좋아서 타오를 때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이지만 식어버리면 철천지 원수 사이가 되어버리는 가깝고도 먼,
그렇다고 서로 무시하고 멀리하고 살기엔 너무 긴밀하게 존재하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해하는 척'이라도 하면서 살아가야만 하는 어렵고도 어려운 두 존재!
'여성'과 '남성'의 이야기를 해보자.
본격적으로 '썰'을 풀기 전에 서두에 미리 확실히 말해둬야 할 것 같은데,
그동안 내가 주장해 왔던 것들은 그래도 나름 축적된 경험과 견고하게 구축해 온 지식 체계에 근간하여 소신을 강하게 반영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항상 자신 있는 말투로 피력해 왔으며, 내가 말한 내용에 대한 나름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으므로 세상 그 어느 누구와의 논쟁도 두렵지 않다.
그러나 본 챕터의 이야기 내용만큼은 당신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읽고 넘어가주기를 요청하는 바이다.
그냥 단물이 빠지면 버리는 껌 하나 씹듯 가볍게 읽어봐 주기만을 바란다는 말이다. 슬렁슬렁 말이다.
한 번쯤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 쓰기는 쓰는데, 글을 쓰기까지 고민이 엄청 많았다.
남성과 여성 사이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도저히 내 말이 옳다고 다른 사람들을 100% 설득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와 남 사이의 이야기는 끝도 없고 답도 없으며 예상도 확신도 할 수 없다.
인류 역사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도 남녀 사이가 발단이었던 것이 거의 대부분이며, 기적 같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도 여와 남이 함께 한 일이 대부분이다.
남녀 사이는 누군가 아는 척을 하거나 바로잡아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냥 바라보고 순응할 수밖에 없다. 길게 말할 것 없이 여성과 남성이 관련된 모든 이야기는 그냥 그 자체로 우주와 같다.
미천한 인간에 불과한 내가 어떻게 우주의 원리를 깨달을 수 있겠는가?
그래도 잡소리의 가장 많은 소재가 남과 여 일진데 이를 빼놓고는 잡설의 맛이 완성될 수 없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관련된 글을 끄적거리게 된 것이다.
다시 강조하건대 이 글은 세상의 여성과 남성이 만드는 우주에 대해 슬그머니 가늠해 보는 빈약하고 짧고 짧은 나의 소견일 뿐이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강력한 반박은 자제해 주기를 부탁한다.
인간, 즉, 여성과 남성의 이야기는 워낙 여기저기서 많이 다루었고 지금도 다루어지고 있다 - 일부는 언짢을지 모르겠지만 제3의 성 이야기는 논외로 하자. 본 주제는 단순히 생물학적 성별 차이에 대한 이야기이지 젠더 이슈가 아니다.
질릴 만큼 자주, 그리고 많이 거론했음에도 계속해서 남녀에 관한 이런저런 의견이 쏟아지는 이유는 그만큼 여와 남의 관계가 복잡 미묘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짧은 지면에 남녀와 관한 모든 복잡 미묘한 관계를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실제 할 수도 없으니 서로에 대한 '이해'라는 측면만 바라보고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일단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여성과 남성은 서로를 이해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저 노력일 뿐 노력의 경중 여하와 관계없이 상호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은 전혀 없다시피 한다.
이와 같은 나의 단정에 대하여 여러 사람에게 반발할 것임을 잘 안다.
각자들의 경험과 사례를 토대로 자신들은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내 주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 소소한 부분은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치부될 것이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내 말은 사실이다.
서로 이해하고 지낸다고 믿는 남녀들도 서로 '이해하는 척'하는 것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다툼을 피하기 위한 양보라는 의미에 이해하는 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근원적으로 여성과 남성은 시선의 방향과 생각의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남성은 여성을, 여성은 남성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이해할 수 없어야 세상이 다이나믹하게 돌아간다는 역설이 더 타당할 지도 모른다.
인류가 등장한 이래로 쭈욱 존재했으며, 존재하고, 존재할 남녀 간의 그 수많은 시답잖은 다툼과 이별을 생각해보라!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한다면 다툼은 없어야 하며, 그로 인한 포기 상태에도 이르지 않아야 한다.
남녀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극명한 차이를 한번 살펴볼까?
여성은 바라보고 싶은 대상에 가장 먼저 시선을 맞추고 세밀하게 그 대상을 관찰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주위를 살핀다. 그에 비해 남성은 주위 환경을 넓게 돌아본 후 비로소 대상에게 관심을 집중하기 시작한다.
남성은 과거 유인원 시기와 수렵채집 시대부터 내려온 원시적 투쟁과 생존 본능에 의해 넓은 시야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안정감을 느낀 다음 자신이 초점을 맞출 대상에 집중하게 된다. 여성은 이러한 남성의 태도가 당최 이해가 될리 없다. 서로가 이렇다 보니 "뭘 그리 두리번거려?" "무슨 딴 생각을 그렇게 해?"라며 데이트 중에 자기에게 집중하지 않는 남성에게 핀잔을 주는 여성들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남성은 자신이 속해있는 공간의 위험성에 방점을 두지만 여성은 자신이 속해있는 공간의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다.
종종 놀이기구를 여성보다 더 못 타는 남성들을 보게 되는데, 그런 경우 그 남성은 겁이 많다고 놀림을 받게 된다. 그런데 그 남성은 유난히 겁이 많은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여성보다 해당 공간에서 느껴지는 위험성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특수 훈련을 받고 초감각을 키운 사람들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일반인보다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는 공간을 싫어하는 경우가 흔하다.
여성은 '너와 나'를 우선하고 남성은 '우리'를 우선한다.
남성은 자기의 연인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면서도 오래된 친구나 동료 역시 그에 버금가게 중요한 관계로 여긴다. 그에 따라 처신을 잘못하여 다른 관계들의 압력에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기 십상이다. 그에 비해 여성은 자기의 연인과의 관계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과감하게 다른 관계는 뒤로 미룰 수 있는 결단력이 있다. 그 때문에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질투도 맘껏 한다.
이러한 나의 주장을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더 대범하고 인간관계가 좋다는 의미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지나치게 '너와 나'에만 집착하는 것도 문제지만 '너와 나'를 다른 관계와 크게 차별을 두지 않고 대하는 것도 문제이다.
남성은 다툴 때 가르치려고 하고, 여성은 이해와 위로를 원한다.
"우리 회사 과장이..." 이렇게 말하는 여성은 해결책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들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네가 행동을 그렇게 하니까..."라고 남성은 상황을 평가하고 대안을 내어주려고 한다.
여성이 주절주절 말하는 것은 그냥 풀어놓고 잊어버리기 위해서이지 뭔가 특별히 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남성은 문제의 원인을 밝혀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익숙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성들끼리 수다는 즐겁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단이지만 남성과의 대화는 자칫 남성의 태도를 여성 쪽에서 훈계로 받아들이기 쉬워 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여성은 양보다 질, 남성은 질보다 양이다.
남녀간에 발견되는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인데, 여성은 본능적으로 가장 뛰어난 남성 하나를 선택하고 싶어 한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 어장관리도 결국 최종 선택을 위한 다원화 전략이다. 그러나 남성은 본능적으로 되도록 많은 여성을 만나고 싶어 한다. 상대 여성의 질은 형편없는 수준만 아니라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특징은 임신이라는 상태를 기준으로 자연계에서 물려받은 본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연계에서 수컷은 되도록 많은 암컷에게 유전자를 퍼트리는 것이, 임신을 통해 일정 기간 고착화되어야 하는 암컷은 단 한 번에 최대한 질 좋은 강력한 유전자를 수용하는 것이 번창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문명화되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개개인의 물리력이 큰 의미가 없어짐에 따라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강력함을 대표하는 상징은 돈이 되었다. 따라서 돈 많은 남성은 질 좋은 남성이 되는 것이고 그러한 남성을 선호하는 여성의 행동은 생물학적으로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논리로 남성이 '이상형은 새로운 여성'이라고 농담같은 진담을 시연하거나 순정적 모습을 취하기 어려운 것도 본능의 전형이다.
남녀 모두 본능에 충실한 것 뿐인데 이를 지나치게 천박한 모습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주지하다시피 인간은 본능에만 충실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사회를 이루고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한없이 본능적 이기심만을 내세울 수는 없다. 따라서 다른 동식물과 달리 본능을 억제할 힘을 가지게 되었고, 본능과 인간성의 균형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중요한 메커니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된장녀나 바람둥이남 자체는 원론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아니지만 마냥 지향해야 할 모습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남녀 사이에 사달이 나기 시작하는 것은 통상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상대에게 이해를 강요하면서부터이다.
사랑한다고 해도 자신의 기준에서 요구하는 것은 집착이고 강요일 뿐이다.
서로에게 이러한 집착과 강요가 생기기 시작하면 관계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사랑이기에 더 많은 것을 함께 하고 싶고 해주기를 바라는 것 뿐이지만 상대가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서면 고통 일 수밖에 없다.
서로에 대한 강요가 이루어질 때는 흔히 "내 주위 사람들한테 물어봤는데..."라는 말과 함께 행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부탁이니 제발 이런 웃기지도 않는 소리로 상대의 입을 막으려고 하지는 말아라!
당신의 주위 사람이야 당연히 당신 입장에서 옹호해 줄 것이 뻔하지 않은가? 상대편의 주위사람들은 상대편의 의견에 100% 동조할 것이다. 하나마나한 소리라는 것이다.
이상 몇 가지 이야기만 가지고도 남성과 여성 사이에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간극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단순히 이해할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럼 서로 이해할 수 없는 관계인 여성과 남성은 어떻게 지내는 것이 서로에게 최선의 방법일까?
여러 방법이 제안될 수 있을 것이고, 모든 남녀관계에 통용될 방법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도 못하면서 남에게 실천하라고 조언하는 몰상식한 짓을 핟지 않은다는 차원에서 현재 내가 실천하고 있는 단 하나의 전략을 제안하고 싶다.
바로 상대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이다!
서로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지도 말고, 그냥 있는 그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특히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하지 않고 수수하게 그 사람의 가진 장단점을 모두 그냥 수용해야 한다.
'나를 위해' 움직일 것을 상대에게 종용하고, 상대의 행동이나 생각에 좋고 싫음을 따지는 것은 사랑을 빙지한 강요일 뿐이다. 사랑은 상대의 날 것 그대로의 그 자체를 받아주는 것이다.
그 사람을 바꾸려는 시도는 나를 위한 것이지 사랑하는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다.
막상 해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이들은 아예 시도조차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효과를 체감하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서 중간에 지쳐버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서로 이해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남과 여라는 존재가 공존하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고통은 감내해야 하는 것이 아닐지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주위에 결혼 연차가 많으신 선배들에게 들어봐도 상대에게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나의 제안과 같은 방식의 삶을 유지하는 분들이 부부관계가 원만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응? 그렇게 심한 고통까지 참아가면서 굳이 그래야 하냐고?
당연히 안 그래도 된다.
평생 자신의 성별과 다른 성별의 존재에 대해 일말의 연애 감정도 갖지 않고 살 자신이 있다면 당연히 고통을 감내할 필요 없다.
뭐 당연한 말을 하는 것인가? 우습게 말이다.
나의 주장이 언제나 그러하듯 선택은 당신의 마음이다.
오래전 어느 모임에서 정말 친하게 지냈던 남자 선배가 몇 년 만에 연락을 한 적이 있다.
너무 친했던 사이였기에 흔쾌히 만남에 응했고 그 자리에서 이혼을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혼의 좌절 때문에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는데 같이 공감하며 욕을 실컷 해주었다.
누군지 모르는 그 배우자가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 일이 있고 반년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초대받아 갔던 어느 모임의 만찬 자리에서 예전에 알게 되었던 속칭 여사친 한 명을 만났다.
이 여사친은 정말 털털하고 좋은 성격 때문에 주위에서 나쁜 소리 한 번을 들은 적 없는 사람이었다.
반가움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나는 깜짝 놀랄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앞서 말했던 남성 선배가 결혼했다가 헤어진 여성이 바로 이 여사친이었던 것이다.
한 치의 보탬도 없는 실제 나의 경험이다.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내가 먼저 나서서 남의 연애사나 부부 관계에는 일체 조언이나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
여성과 남성 사이의 일은 그 당사자들 말고는 정확히 알 수도 판단해 줄 수도 없기 때문에 제3자가 관여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라고 확고하게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남녀 사이는 이렇게 오묘하고 곤란하며 어렵기 그지 없다.
남녀에 관하여 내가 할 이야기는 여기까지이다.
어정쩡한 결론으로 마무리지어 미안하다.
하지만 이 정도 어정쩡함도 그나마 최선이라고 믿는다.
그게 우리 세상에 존재하는 여성과 남성이라는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