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고 정리하기

무욕의 경지? 그 정도는 바라지도 말고, 현실적 수준에서

by 이재무

사람들은 새로운 지식의 습득을 중요시 여긴다.

이것저것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도 소홀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거나 발달된 정보통신기술을 사용하여 많은 양의 정보를 접하고 기회가 되면 여행도 많이 다닌다.


그러한 행동을 한 후에는 그런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며 자신이 이전보다는 좀 나아졌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포만감을 은연중에 즐기곤 한다. 그뿐이랴? 적지 않은 사람들은 즐기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자신의 행동을 주위에 직, 간접적으로 과시한다 - SNS에 숨 쉬는 것만큼 매진하는 사람들을 보라!

아~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결코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주책맞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고, 오히려 어느 정도는 그래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안타까운 사실은, 당신이 이전보다 낫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했던 그러한 행동들이 사실 효과성 측면에서 그리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즉, 양적으로 남의 지식과 정보를 아무리 많이 먹어댄들 그것만으로는 당신 것이 되지 못하고, 깊이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나 경쟁에서 당신에게 이익을 주지 못한다는 말이다.

양적으로만 포만감을 느끼는 것은 그냥 앵무새처럼 남의 지식이나 정보를 따라 하는 것에 불과하다.


당신은 따라쟁이 바보가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

양적으로 정보나 지식의 축적하는 것보다 바로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당신만의 방식으로 정리하고 당신만의 논리로 체계화하는 것이다.

당신의 지식이 일관된 준거에 맞춰져 여러 단계의 체계가 굳건해지는 논리적 체계화는 생각보다 시간과 에너지,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논리 체계를 견고하게 마련하는 것은 당신을 주위에서 현명한 사람이라고 인정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기초적이지만 최고의 전략이다.

또한 어렵게 갖춘 논리 체계인 만큼 그 체계가 갖는 실제 가치가 크던 작던 필요시 쉽게 표출하고 현실에서 써먹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인들은 자신의 논리 체계를 드러내는데 익숙하지 못한데, 참으로 고질적인 병폐 중에 병폐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당신이 자신의 논리 체계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타인은 당신의 머릿속을 알 수가 없다. 왜 힘들게 만든 자신의 논리 체계를 입안에서 썩히느냐 이 말이다.


남의 평가는 전혀 의식하지 말고 일관된 논리 체계를 고수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일관되게 당신만의 논리 체계를 고수하라는 것이, 당신이 아는 모든 내용을 하나의 기준에 맞춰 정렬시키라는 뜻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도 없거니와 할 필요도 없다. 단일 준거라니! 말도 안 된다!

단지 특정 범주에 속하는 지식들은 그 범주의 영역 속에서 체계적으로 일관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와인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나름 일정 수준 이상의 정보와 지식을 습득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나 당신이 공부한 내용은 수십만 개의 레이블 속에서 일부 밖에 되지 않는다. 유명한 소믈리에들도 인정하듯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와인을 전부 맛볼 수도 관련 내용을 전부 기억할 수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프랑스 와인에 대해 찔끔, 이탈리아 와인에 대해 찔끔, 스페인 와인에 대해 찔끔, 가판대 물건 진열하듯 알아봐야 어중간한 상태가 되어 아예 모르니만도 못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차라리 과감히 버릴 것은 버리고 내 기준에서 완전하게 체계화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들만 꼼꼼히 챙겨 논리 체계로 구축하는 것이 확연히 차별화되는 효율적 전략인 것이다.


이어서 당신이 내가 말하는 효율적 전략을 선택하여 프랑스 와인 중에서 부르고뉴 와인에 대해 충분히 체계화 한 상황을 상정해 보자.

이제 당신은 지인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 "프랑스 요리는 보통 풀코스 정식이라 와인이 반드시 필요하고, 전채에는 블라블라~ 고기요리에는 블라블라~ 프랑스 와인은 특히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이 특별히 많아서 블라블라~"라고 설명할 수 있는 용기와 그들에게 효용을 제공할 수 있는 지식이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이때 당신의 이러한 와인 예찬에 '건강 이슈'를 들고 나서며 반박을 하는 또 다른 논리 체계에 맞닥뜨렸다고 치자. 게다가 그 건강 이슈를 들고 나온 사람은 유명한 의사이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당신이 정리한 기존 논리 체계를 부정하고 수정해야 할까?


웃기는 소리!

왜 당신의 논리 체계가 다른 사람의 논리 체계의 도전에 의해 무시되어야 하는가?

상황에 따라 조금 달라지겠지만 와인을 마시는 식사 자리에서 와인의 효능에 대해 말하는데 갑자기 그에 대해 반박하는 논리로 건강 문제를 들고 나온 사람이 이상한 사람인 것이다. 그러니 하등에 그럴 이유가 없다.

그 사람이 유명한 의사인 것은 더더욱 당신의 논리 체계 설파와 완전히 무관하다. 그런 저열한 엘리트 의식에 굴복할 필요 없다! 다시 말하지만 당신도 충분히 훌륭하고 가치 있는 논리 체계를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그 사람의 직업이나 배경 때문에 충분하지 않은 논리 체계를 존중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하나 더! 분절되었지만 나름 확고하게 정립한 나의 논리 체계가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드러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컨대 국방정책에 대해서는 보수적 입장을 표명했는데,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진보적 사고를 드러냈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 것일까?

간단하다. 그냥 내 논리 체계가 상충됨을 인정하고 각 사안에 대해 나는 그렇게 생각할 뿐이라고 자신 있고 당당하게 말하면 된다. 국방정책에 대해 보수성을 보였다고 복지정책에 대한 인식도 보수적이어야 하고 사회에 대한 인식도 보수여야 한다는 규칙이 어디 있는가?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세상에 완전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게다가 요즘 같은 다원화 세상에 형이상학적 논리나 체계에 따른 사상의 일관화가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내가 지금까지 반복적으로 주장해 왔지만 절대로 인간은 하나의 이론이나 사상으로 설명될 수가 없다. 인간이 주축이 되는 문화나 사회도 서로 상충되고 서로 섞이지 못할 수밖에 없다.

그게 모순으로 점철된 인간 존재, 그 자체이다.



모순으로 만들어지고 모순으로 살아가는 존재, 그게 인간이다.


자! 이제 당신만의 논리 체계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충 알았을 것이고, 그러면 그를 위해 해야 할 선행되어야 할 실천 과정은 무엇일까?


그렇다! 바로 기존에 있는 것을 비우는 일이다. 비워야 채울 것 아닌가?

내 서랍이 가득 찼는데 새로운 물건을 서랍에 넣을 수 있을까?

과감히 버릴 것을 버림으로써 뇌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엥? 무슨 소리야! 인간은 평생 자신의 뇌를 5%도 사용하지 않는다던데? 우리 뇌는 무한대로 넣을 수 있는 것 아니야? 그런데 뭘 비워 비우긴, 계속해서 채워야지!"


당신의 이와 같은 주장!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우리 뇌는 당신의 말대로 무한정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제대로 된 사용 방법으로 평생 동안 운용한다면 전 세계의 모든 컴퓨터가 저장하지 못할 만큼의 정보다 저장할 수 있는 것이 한 사람의 뇌이다.

문제는 뇌를 그렇게 사용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일단 엄청난 칼로리를 소화해야 한다. 뇌를 사용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 당신이 사무직이라면 의자에 앉아만 있는데 점심시간쯤 배가 고파지는 상황을 생각해 봐라. 운동한 만큼 배가 고플 것이다. 또한 뇌의 활성화를 위한 산소도 많이 공급되어야 할 것이고 그에 따라 뇌에 공급되는 산소 이외의 다른 활동으로 산소를 낭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숨이 막힐 지경이겠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막대한 정보를 머릿속에 넣기 위한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즉, 여러분들이 죽도록 싫어하는 공부를 해야 한단 말이다. 그것도 평생말이다.

요약하자면 당신이 가진 뇌의 개발 잠재력은 무한한데 지금보다 용량이나 활용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따르는 현실적 제약이 많고 과정이 번거로우며 현재 뇌의 활용 수준만으로도 생활에 그다지 큰 불편이 없기 때문에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당신은 현재 당신이 지금까지 개발해 놓은 용량 범위에서 뇌의 100%를 사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개발할 수 있는 여지는 무한하지만 개발하지 않는 한 현재 용량대로 살다가 죽게 된다.


당신은 이미 뇌를 100% 사용하고 있다. 뇌의 가능성 중에서 10%만 활용하느냐, 20%만 활용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앞서 말한 대로 현재 용량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버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되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오래된 옷이나 기타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듯이 머릿속을 비우는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 당신의 뇌는 이미 그러한 메커니즘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기억력이 감퇴되는 것이다. 뇌가 현재 용량에서 효율적 작동을 위해 불필요하거나 가벼운 일은 고의적으로 기억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나이를 먹었다는 것은 그만큼 뇌에 기억되는 시시콜콜한 일들도 많아짐을 의미하는 것이다.

웃기는 것은 나이를 먹을수록 예전 같지 않은 기억력을 한탄하며 치매를 두려워하는데, 최소한 치매를 두려워할 정도로 자각이 있는 사람은 절대 치매가 아니다. 경험적으로 말하는데 진짜 치매 환자는 자기가 치매에 걸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미 그러한 범주를 넘어서 고장이 났기 때문이다.


아무리 잡소리를 늘어놓는 공간이라지만 부가적인 말이 너무 많았다.

그렇다면 정리를 위한 머릿속의 비움은 어떻게 실행해야 할까?

놀랍게도 이미 당신은 머릿속을 비우는 경험을 상당히 해보았다.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를 갔거나 정말 친한 친구들과 신나게 놀게 되었을 때, 당신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던가? 당연히 당시의 쾌감에만 충실했을 것이다. 어떤 복잡하고 어려운 생각도 그 당시에는 생각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이런 방식으로 비우는 머릿속은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하면 그 효과가 사라져 버린다. 지속적이고 완전한 비움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특별한 계기로 비움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 비우기의 효과를 최대화하려면 일상에서 비우는 습관을 키워야만 한다.


일상에서 머릿속 비우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5-10분 정도 가만히 있어야 한다.

뭔가 생각이 들려고 하면 강제적으로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당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아무 생각 않고 있는 것은 매우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무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생각이라고 보면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힘든 행동이 될 것이다.

그럴 땐 예쁜 그림 하나를 계속 바라보되 '그림이네'라는 생각 이외에 아무것도 안 하도록 유도해 본다. 이게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그런 매개체 없이 아무 생각하지 않기가 가능해진다.


중요한 점은!

아무 생각하지 않기로 생각을 비운 다음, 즉시적으로 다른 행동을 이어가야 진짜 머리 비우기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머릿속 비우기가 끝나자마자 자기대화를 실시하여 고민이나 걱정, 기타 결정에 관한 생각들을 다루고 즉시적으로 떠오르는 직관으로 기존에 있던 것들을 일거에 판단 내려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는 다시 그 생각을 반복하지 하도록 내려진 판단을 실천하는 행동으로 연계해야 한다.


혹시 너무 짧은 생각으로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착각할 수 있는데, 흔히 주위에서 장고를 하라고 권하는 것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뿐이지 장고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 오히려 조상들은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명언을 만들어냈다. 또 이에 "나는 장고해서 좋은 결과 얻은 경험이 있는데?"라고 반문하는 사람에게는 "나는 장고 안 해도 좋은 결과 얻은 경험이 있는데?"라고 돌려주고 싶다.

차분하고 정말 냉정하게 기억을 더듬어봐라.

여러분이 장고를 했다는 사례는 이미 직관적으로 어느 쪽으로 기울어진 생각에 명분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을 보낸 것이지 결정 자체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응? 아니라고? 알았다! 그런 당신은 그냥 그렇게 살아라! 내가 말했잖는가? 나는 신이 아니라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당신에게 그냥 주절거릴 뿐 선택의 몫은 오롯이 당신의 몫이다.


무엇인가로 가득찬 이 서랍은 닫히지도 않는다. 이것이 유용해보이는가?




앞서 잠깐 흥분한 것을 사과하며, 나의 주장을 배격하지 않는 '당신'에게만 마무리의 말을 전한다.

당신의 복잡한 머리를 최대한 비워나간다며 살아간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과 분명히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특히 머리 비우기는 죽도록 인생이 지겹고 답답할 때 즉효가 나타날 것이다.

왜냐? 내가 말한 프로세스대로 움직인다면 보다 정밀한 자기대화가 가능해지고 그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린 뒤 즉각적으로 행동으로 옮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쾌감을 얻을 수 있는 성과에 매우 빠르게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변화가 무언가 당신에게 성과로 다가오기까지 시간도 좀 걸릴 것이고, 다양한 불편함과 문제를 대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당신은 잃은 것보다 당신을 지지하고 당신에게 진심으로 우호적인 사람, 삶을 고단하게 살지 않는 여유, 자신감, 스트레스 적은 일상 등등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정도 투자는 할만하지 않을까?


나를 믿고 당장 머릿속과 마음을 비워봐라!

그래도 싫음 말고~


V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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