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히 밝아오는 그 기분 나쁨이란
동어반복이지만 나는 새벽이 정말 싫다.
어떤 이들은 새벽의 밝아오는 여명이 희망적이고 뭔가 새롭게 출발하는 것처럼 기대가 돼서 좋다고 하는데, 나에게 새벽은 아침도 아니고 밤도 아닌 어중간하고 스멀스멀 불쾌감을 주는 시간대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감흥은 고사하고 일말의 우호적 감정이 없다.
아마도 내가 밤늦게 일할 때 가장 효율성이 높은 야밤형 인간이기에 더 그런지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간에 늦은 밤 혹은 아주 이른 새벽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에 잠깐 잠이 들어 평생을 괴롭혀온 불면증 때문에 4-5시쯤 눈을 뜨게 되는데 정말 고역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족한 잠 때문에 찌뿌둥한 몸이 새벽을 거부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주 가끔 잠을 푹 자고 일어난 경우에도 새벽 공기를 마시면 기분이 나쁜 것을 보니 불면증 때문은 아닌 것 같다.
기억을 더듬어봐도 새벽에 나빴던 기억이 특별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 새벽 4-5시에 기분 나쁜 기억을 가지려면 그 시간까지 밖에 있거나 누군가와 함께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데 사람들과 교류가 많지 않은 나에게 그런 전제도 적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굳이 이유를 따져보니 앞서 말한 어중간한 시간대라는 것이 나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 같기도 하다.
완전하게 해가 떠서 내게 활력을 주는 것도 아니고, 완전하게 컴컴해서 내게 안정을 주는 것도 아닌 그런 어중간한 시간대...
그런데 그렇다면 밤이 되기 전 석양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의 시간대도 싫어해야하는데 희한하게 그 시간대는 아침이나 낮보다 더 좋아한다.
말이 길었지만 결국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냥 내 개인적인 선호인 듯 싶다.
새벽에 일어나면 준비도 안된 상황인데 뭔가 하루를 시작해야한다는 스트레스와 함께 온갖 생각이 쏟아져내린다. 언제 일어난들 겪지 않아도 되는 과정이겠냐만은 새벽 시간대 일어났을 때 특히 이 현상이 강하다.
의욕보다 부담과 짜증이 가득하다. 당연히 식욕도 생기지 않는다. 그 좋아하는 술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각종 의욕이 생기지 않다보니 새벽에는 기도밖에 할 것이 없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종교에 의지하지 않는다.
즉, 새벽에는 할 것이 없다.
글을 쓰고 있지 않냐고? 하도 이 무지막지한 무위감에 기분이 더러워 조금이라도 빼내려고 선택한 것이 오늘 글쓰기이다. 이런 물컹거리고 탁한 기분으로 글을 쓰는 것은 쓰는 나에게 그리 좋은 일이 아니다.
내 치부를 벌거벗고 내놓는 기분이 드니까 말이다.
왠지 죽기 직전의 기분이 이 새벽에 느껴지는 왠지 차갑고 조용하며 영겁의 침묵이 기다릴 것만 같은 기분과 같을 것 같다. 불길한 예감이 틀린 적 없는 나로서는 아마 이 정도가 맞을 확률이 매우 높다.
누구든 맞이해야할 찰나가 숨이 끊어지는 순간이라지만 그 상황을 상상하는 것은 유쾌할리가 없지 않겠는가?
또 그런 생각이 드니 기분은 더 나빠진다. 더러운 감정의 악순환이다. 대안도 없이 투덜거리는 내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한심하고 더 기분이 나빠진다.
새벽은 늘 이렇다. 희망적이고 유쾌한 감정이 나에게 다가온 적이 없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매일 같이 이 새벽의 불쾌감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나보다 위대한 자연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것이 새벽이기 때문에 항상 내가 불쾌감을 이겨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냥 오늘도 이렇게 텁텁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