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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범사랑북극곰 Jul 25. 2023

7번째 5일간

31일째부터 35일째까지

31일째사춘기


운동을 빡세게 했다. 

너무 빡세게 해서 집에 오자마자 골골댈 거라고 예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막상 집에 와도 몸은 괜찮았고 밥도 와구와구~ 먹을 수 있었다. 

오래간만에 빡센 운동이어서 몸이 개운하고 컨디션도 좋다. 


참! 이태원에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마 전에 우리 가족도 가서 즐겼던 곳인데... 마음이 안 좋다. 

나와 모르는 사람이라도 불행한 일을 겪었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 


이제 어느 정도 일기 쓰는 일에 적응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일기라고 해봐야 그냥 끄적거리는 정도의 낙서지만, 평소에 주기적으로 하는 루틴 같은 것도 없고, 자꾸 까먹어서 오래 못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한 달을 꼬박 썼다. 

뿌듯하고 또 뿌듯하다. 성과가 있는 행동을 한 것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또 얼마나 기분이 좋은 일인지 다시금 깨닫는다. 

그래도 공부는 안할 것이다. 아빠가 알면 또 방방 뛰겠지? ㅋ     




31일째갱년기


이태원 참사의 여파가 나에게도 미쳐 아직도 정신이 없다. 

어떤 이는 왜 네 일도 아닌 걸 갖고 그러냐는 사람도 있었는데... 

아니 그럼 불우이웃 돕기는 왜 하고, 길에 사람이 쓰러지면 왜 돕느냐? 

그게 함께 사회를 사는 사람의 기본 마음이지... 참내~ 


게다가 인터넷 댓글을 보니 유래도 모르는 서양 귀신놀이 즐기러 갔다가 죽은 사람들이 뭐가 불쌍하냐는 글도 있던데... 와! 이게 정말 사람일까? 축생일까? 

그럼 할로윈이 아니 벚꽃놀이 축제 갔다가 죽은 사람은 불쌍한 것인가? 아닌가? 

아니 애초에 놀러 간 사람은 자의로 놀러간 거니까 행정적 미비 속에서 그렇게 깔려죽어도 되나? 

죽었을 때 동정 받으려면 평생 일만하다 직장에서 죽어야 되는 건가? 


참사도 기가 막히지만 참사 이후에 보이는 사회적 작태가 더 한심하다. 이런 막장들과 함께 살아하고 있는 사회 속에서 가족을 지키고 아이들을 키워야한다니 마음이 씁쓸하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다시 기원한다. 



             

32일째사춘기


오늘도 어제에 이어 운동을 엄청 빡세게 했다. 

‘아래로 당기기’라는 산(헬)스장의 맹수를 아는가!?!? 앉은 상태에서 내 몸을 아래로 당겨 위로 올라가는 맹수다!!!! 이 맹수와 50번의 전투를 하고 나니 날개뼈 쪽과 어깨 근육들이 지옥으로 탈출하는 기분이었다. 

너무 무리한 것 같다. 

아빠가 늘 나에게 말했던 ‘운동은 늘 과하지 않게 적당히!’를 어겨버렸다. 

하지만 이렇게 하니 '내가 운동을 정말 했군아'라는 생각이 들어서 몸은 아프지만 뿌듯하다. 

분명 세상의 헬창들은 내 감정에 동의해줄 것이다. 난 굳건히 믿는다!!! 

게다가 무리했다고 느껴졌던 몸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풀리기 시작했고 아무 이상이 없어졌다! 

후후! 나름 내 근력에게 존경심을 느껴진다. ㅋ 


아~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반지가 왔다!!!!!! 

너무 예뻐서 보자마자 카메라 연사가 자동반사 되었다. 

글자도 박혀서 적혀있는 걸 보고 ‘음~ 좋은 삶이였구나!’ 세상이 아름다워 보일 정도이다. 

내 황홀함이 일기에 충분히 적힐까? 적히지 않았더라도 안 알랴듐! ㅋㅋㅋ 

나는 성격 나쁜 아빠의 딸 ㅋㅋ     




32일째갱년기


뭔 바람이 들었는지 막내가 운동을 시작했다며 스스로 대견해했다. 

푸하하! 대체 며칠이나 가려고~ 

어찌되었던 간에 뭐 운동하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 열심히 하라고 말해줬다. 

근데 걱정되는 것은 혹시 무리하지 않을까 하는 것! 

나도 젊은 시절 웨이트 트레이닝을 처음 시작했을 때, 가볍게 움직이는 몸을 보고 신나게 써 재낀 적이 있었으니까...  물론 당연하게도 1주일 만에 다이! 

세상에 갑작스럽게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운동을 통해 배웠다. 우리 딸내미도 부디 그런 교훈을 몸으로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욘석이 오늘 저녁 기분이 좋길래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예전에 시킨 반지가 왔다고 자랑을 한다. 

오래전 모 보석 브랜드에서 내놓았던 반지처럼 링 세 개가 겹쳐져 있는 모습의 반지였다. 

아내와 함께 보고 유행은 정말 돌고 도는 것 같다고 감탄하였다. 

딸내미에게 공부 열심히 하면 해당 브랜드의 진품 반지를 사주겠다고 꼬였더니 자기는 지금 갖고 있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들은 척도 안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해당 제품이 200만 원 정도 하던데... 

아니! 그렇게 비싼 명품을 포기할 정도로 공부가 싫단 말이냐!!!!!    




33일째사춘기 


내 근력들에게 존경심을 느낀 것이 조금 민망하게도 근육통이 오고 있다. 

아직 살짝 온 정도여서 아파서 못 움직이거나 그러지는 않아 다행이긴 한데 어제처럼 존경을 보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부끄러움~


요새 새로 꽂인 게 있는데 니트랑 비니이다. 예쁜 걸 봐뒀는데 갖고 싶다. 

날씨가 스르륵 추워지는 분위기에 맞춰 나도 옷장을 한번 싹 갈고 싶다. 

니트는 아무 니트여도 좋지만 적당히 컸으면 좋겠고, 비니는 검정색이 있으니까 반드시 하얀 색이어야 한다! 

반드시!!!!! 

근데 하얀 비니는 사고 나서 관리를 잘못하면 때가 타서 오히려 너무 지저분해질 수 있다. 

이럴 땐 역시 엄마의 손을 빌리는 것이 답! 

엄마에게 오더를 하고 차후 과정을 믿고 차분하게 기다려야겠다. ㅋ     




33일째갱년기


매주 수요일이 바쁜 내 업무 사이클 덕분에 오늘도 녹초가 될 만큼 바빴다. 

서울이었음에도 이동거리만 100km 가까이 되고, 만난 사람만 10명이 넘으며, 6시간을 업무이야기로 꼬박 떠든 듯하다. 너무 피곤해서 9시쯤 귀가하여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는 일찍 누웠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잠깐 딸내미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왠지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는 게 운동 부작용이 찾아온 것 같았다. 물론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서 운동 때문에 근육통 왔으면 미련 떨지 말고 빨리 진통제 하나 먹으라고 충고해주었다. 

지나치게 약을 남용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몸이 아픈데 약을 믿지 못하는 것도 현명한 행동은 분명히 아니라고 본다. 

언제나 적당히! 문제가 생기면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바른 행동이다. 

물론 적당히 일하지 않고 녹초가 된 내가 할 말은 아니다만... 에구구~      

                            




34일째사춘기


오늘 일기를 빌어 존경하느니 뭐니 자만심에 가득 찼던 엊그제와 어제의 나에게 편지를 띄운다. 


‘To 어제의 나에게! 친구야~ 이제 너는 못 움직일 정도로 절라 아플 예정이다. 마음의 준비를 해라. 스트레칭은 이미 때 늦은 짓이다. 지금 친구에게 보내는 이 편지를 쓰는 것조차 어렵다. 너무 아프다. 대체 왜 그랬니? 이미 지나버린 너에게 부질없는 말이지만 운동 전에는 꼭 스트레칭을 하렴! 이놈아! 세상에서 가장 인자한 표정을 짓고 꼭 네가 날 살려주길 바란다. 내일의 너가...’ 


컨디션이 안 좋으니 일기에 별 짓을 다한다. 

어제보다 훨씬 아프다. 몸을 못 움직이겠다. 너무 아프다. 

팔을 조금만 움직여도 내 몸 근육들의 사이를 헤집고 들어와 돌멩이를 구겨 넣는 느낌이다. 너무 아프다. 

너무 아프지만 자업자득이라 세상 탓을 할 수 없는 게 더 아쉽다. 

특히 아빠가 알면 날 놀리고 화내고 난리칠 게 뻔하다. 

에휴~ 나도 참 아빠 말 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땐 좀 들을걸...     




34일째갱년기


말은 안하는데 막둥이 놈이 탈이 난거 같다. 

이놈아! 얼굴만 봐도 안다. 똥오줌 갈아가며 목마 태워서 지금까지 금지옥엽 업어 키운 게 아빠다. 

하지만 아는 체는 하지 않았다. 또 자기가 한 일은 생각지 않고 나한테 불퉁거릴게 뻔하니까... 

이 녀석이 이런 아빠의 마음을 알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리고 그게 인생일 것이다. 

나도 아버지,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었던 것 같으니까... 


오늘 낮에 일이 있어 이태원에 들리게 되었다. 

약속을 마친 후 참사가 있었던 곳을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애도하고 슬퍼하는 마음을 표시하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참 암담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기원한다.         



                                   

♥35일째. 사춘기


자고 일어났을 땐 괜찮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응~ 아니야! 

팔은 안 움직이는 게 좋을 정도로 아프다. 

오늘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 늘 그랬지만 오늘 특히 더 많이 졸렸다. 아무래도 운동이 정말로 과했던 것 같다. ㅋㅋㅋ 앞으론 그러지 말아야지 해놓고 아마 근육통이 괜찮아지면 또 산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ㅋㅋㅋㅋㅋ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그게 인간의 삶이 아닌가? ㅋ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이상한 게 아니다. 이렇게 내가 휴먼이자 닝겐임을 증명한 셈이다. 


하루 종일 졸리고 피곤했는데 하루 종일 생각도 많이 한 거 같다. 이게 다 근육통 때문이다. 

인터넷을 보니 이태원에서 있었던 사고 때문에 시끌시끌이다. 

댓글을 보니 대부분 마음 아파하고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화를 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건 왜 복잡한 이태원에 갔느냐, 서양문화를 왜 즐기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이태원은 한가할 때만 가야되나? 

크리스마스도 예수님 생일인데 예수님이 한국 사람인가? 

죽은 사람과 그 가족만 슬프고 마음 아플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싸우기 바쁘다.     




35일째갱년기


오늘 오전에 올해 두 번째로 게재한 논문이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논총으로 발간되어 택배로 도착했다. 아주 작은 발자욱이지만 세상에 학문적으로 공헌하고 있음에 기쁨과 자부심을 느낀다. 

애들에게도 자랑했지만 당연스럽게도(?) ‘수고하셨습니다’ 한 마디로 끝! 

그래~ 내가 너희들한테 뭘 바라겠니... 하하 


오전에 뿌듯했던 기분은 오후들어 박살이 났다. 뭐 그렇게 큰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사람인지라 일말의 가능성을 믿고 있었던 일이 결국 무산되었다. 내가 주도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냉정하게 바라보려고 했으나 하도 중간에 있는 사람이 자신 있어 해서 지켜봤는데... 

다시 느낀 것이지만, 역시 세상에 믿을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 

다들 말만 번드르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을 탓하고 싶진 않다. 그게 인간의 본성이니까~ 

그냥 내가 하고 내가 책임지는 것이 마음 편하겠다는 뜻이다. 

산적한 문제들을 차가운 마음으로 처리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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