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기획 창 <MZ, 회사를 떠나다> 후기
코로나19가 '일과 직장'에 미친 영향은 가히 변혁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20년부터 시작된 미국발 '대퇴사 (Great Resignation)' 현상은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으며, 'MZ 세대'라는 세대 간 현상과 맞물려서 다양한 이슈들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일과 직장을 바라보는 인식과 관점은 완전히 달라졌고 아마도 팬데믹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회사의 위기, 조직의 위기입니다.
지난 7월 26일 방영된 KBS 시사기획 창 <MZ, 회사를 떠나다>는 회사를 떠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MZ 세대'라는 용어가 오늘 대한민국의 세대 변화를 설명하는 핵심적인 키워드임에는 분명하지만, '퇴사'라는 현상을 단지 'MZ 세대의 문제'라는 것으로 가두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 언급되는 'MZ 세대'는 출생 연도를 초월하여 ‘과거와 다른 직업관을 갖게 된 모든 이들’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을 먼저 강조하고자 합니다.
<MZ, 회사를 떠나다>에서 MZ 세대는 회사에게 3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그들은 단호하게 'No!'라고 이야기합니다.
일할 수 있는 기회, 일하는 환경, 복리후생 등을 포함하여, 지금 회사에서 제공하는 EVP (Employee Value Proposition)이 MZ 세대들에게 의미가 있을까요? '당장 내가 결혼을 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데, 10년, 20년 후에 받게 될 자녀 학자금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묻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 회사는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어요'라고 할 때 과연 그것들이 청년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것인지 다시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것은 비단 기업에게만 요구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를 다녀야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만들어 놓고 정부가 정책적 책임을 다했노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과연,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들이 여전히 유효한가? 여전히 유의미한가? 그들에게도 매력적인가?
조직의 위기입니다. 직장 내 권위주의를 참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참고 견디는 것'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스스로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으로 옮기는 것에 두려움이 없습니다. 개인의 생각과 Life Style은 변화하고 있는데 조직은 그에 맞게 변화하지 못하고 있으니 퇴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직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면 갑갑해집니다. 밖에서는 뭐든 말할 수 있고 해 볼 수 있는데, 안에 들어오면 말하지 못하는 것도 많고, 하지 못하는 것들도 많습니다. 조직은 여전히 직원들을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생각하지만 직원들은 관리받기보다는 존중받고 인정받기를 원합니다. 통제당하기보다는 자율과 선택이 가능하기를 원합니다. 이러한 간극을 어떤 특정한 제도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조직문화가 중요하며, 조직 내 구성원 모두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MZ 세대들은 내가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되기를 원합니다. 회사의 발전이 아니라 나의 발전이 중요하고, 회사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향이 중요하지요. '내가 발전할 수 있는 시간'에서 '발전'의 의미는 스스로 주도적으로 일하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청년들의 인식에 대해 예전과는 많이 다른 세대이기 때문에 잘 모르고, 잘 모르기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나의 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이기적인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기성세대의 눈으로 재단할 수 없는 것이지요. 청년들은 나의 발전이든 회사의 발전이든 의미가 있다면 그것을 '주도'하고 싶은 것입니다. 스스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세대이기 때문에 자신의 입사도, 퇴사도 주도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 어느 세대 보다도 독립적이며 주도적인 세대입니다.
기성세대들에게 '퇴사'는 '두렵고 어려우며 쉽게 선택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MZ 세대들에게 '퇴사'는 '자유이자 해방이며 얼마든지 언제든지 선택 가능한 것'입니다. 이들은 회사에서만 가능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든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청년들은 묻습니다. '회사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는 이 일을 통해 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라고요. 그리고 그 가능성을 찾아 오늘도 떠납니다.
이제 회사가 답해야 합니다.
ⓒ이재상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