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사람은 누구에게나 진지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각자 다른, 자기만의 순간입니다. 특히 예술작품을 대할 때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미술 작품을 볼 때도, 음악을 들을 때에도 진지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런 진지함이 어디로부터 오는가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리고 '호기심'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호기심을 가질 때 진지해진다고 믿습니다. 이 그림에서 이곳의 의미는 뭘까, 작가는 어떤 생각으로 이 그림을 그렸을까, 붓으로 여기를 터치할 때 작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래서 이 그림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등을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면 '나'를 생각합니다. 나는 어떤 마음이 드나, 작가의 질문에 나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등 작품과 나 사이를 오고 가는 호기심은 끝이 없습니다. 호기심이 생기면 진지해집니다.
호기심이 생겨서 진지해지면 행동이 달라집니다. 작품 하나에 눈으로 공을 들이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가만히 앉아서 멍하게 바라보다가, 잠시 일어서 가까이 다가가서 보기도 합니다. 옆으로 가서 보기도 하고, 때로는 눈을 감고 있다가 떴을 때의 느낌이 어떤지 궁금해서 그렇게 보기도 합니다. 진지해지면 머무릅니다.
예술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말을 저는 '주체적으로 받아들인다'로 해석합니다. 이렇게 저렇게, 요모조모 작품을 감상하면서, 작품을 바라보는 '내 눈의 해상도'를 높이면, 나만의 느낌이나 감상이 느껴집니다. 그렇게 자기만의 느낌과 감상으로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나간 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에 있습니다.
ⓒ 이재상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