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낯설게 하기'의 힘

스스로 변화의 계기를 만드는 2가지 방법

by 이재상


돌파구가 필요한 순간 = 나를 낯설게 해야 할 순간


살면서 돌파구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같은 루틴을 따르고,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문득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내 삶이 정체되고 있다는 느낌,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느낌들 말입니다. 아니면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고 멈춰버린 나를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더 이상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지 않거나,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싶은데 보이지 않는 벽 앞에 가로막힌 느낌을 받을 때가 그렇습니다.


이런 순간들이 쌓이면 돌파구를 찾게 됩니다. 익숙함에서 벗어나고 싶어 집니다. 하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그래서 그저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해결될 거라고 기대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더 열심히'가 아니라, '완전히 다르게'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방인'이 되어보는 것. 그리고 '아마추어'가 되어보는 것입니다. 새로운 돌파구, 새로운 변화를 위해 나를 낯설게 하는 2가지 방법입니다.



1. 공간의 전환 : 주변의 물리적 환경을 바꿔 '이방인'이 되는 것


우리는 보통 변화가 필요할 때 내면을 들여다보는 성찰(Insight)에 집중합니다. 생각이 변해야 행동이 변한다고 믿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INSEAD의 조직행동학 교수인 허미니아 아이바라(Herminia Ibarra)는 완전히 다른 접근방식을 제안합니다. 행동부터 바꾸라는 것입니다. 그는 '아웃사이트(Outsight)' 개념을 통해 내부 성찰에만 머무르지 않고,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 실제 경험을 통해 얻는 통찰력을 중시합니다. 변화는 생각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으며, 새로운 환경 속에서 행동하고 경험할 때 진정한 전환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행동을 바꾸는 강력한 방법 중의 하나가 주변의 물리적 환경이나 공간을 바꾸는 것입니다. 미아케 쇼 감독, 심은경 주연의 영화 <여행과 나날>(2025)에서 아주 인상적인 '아웃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이'는 슬럼프에 빠진 각본가입니다. 그는 글이 잘 써지지 않자 과감하게 말과 멀어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선물 받은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떠납니다. 펜을 들어야 하는 작가가 펜을 내려놓고 카메라를 들고, 글을 멀리하고 이미지에 집중해 보고, 일부러 낯선 곳에 가서 낯선 사람들과 만나는 이방인이 된 것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공간과 시간에 던져지면 새롭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나날들이 쌓이면 여행을 부르고, 여행은 새로운 나날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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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전환이 꼭 멀리 떠나는 여행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평소 가지 않던 동네를 걸어보는 것, 늘 가던 카페 대신 처음 가보는 서점에 들어가 보는 것, 새로운 모임에 참가하여 평소에는 만날 일이 없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 써보지 않았던 노트나 펜을 써보거나 책상 위를 완전히 다르게 바꿔보는 것, 이 모든 것이 공간의 전환입니다. 물리적 환경을 바꾸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방인의 시각을 갖게 됩니다. 익숙한 것들이 주는 편안함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에 놓이면, 우리의 감각은 더 예민해지고 평소라면 지나쳤을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됩니다.


새로운 공간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기분 전환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그것은 외부 세계와의 실제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얻는 과정입니다.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보내면서 우리는 '나'라는 존재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경험합니다. 환경이 바뀌면 우리의 선택도, 행동도, 생각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됩니다.



2. 역할의 전환 : 미숙한 것에 도전하여 배우는 '아마추어'가 되는 것


물리적 환경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역할의 전환'입니다. 마케팅 전문가 미셸 타이트(Michelle Taite)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전략적 아마추어리즘의 힘>(2025. 10)이라는 아티클을 통해 흥미로운 제안을 합니다. 스스로 정체기를 벗어나려면 본인의 전문성과 전혀 무관한 활동에 도전해 보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특정한 역할에 익숙해집니다. 직장에서는 전문가로, 가정에서는 특정한 가족 구성원으로, 사회에서는 일정한 지위를 가진 사람으로 자신을 규정합니다. 이러한 역할은 안정감을 주지만, 동시에 우리를 그 틀 안에 가두기도 합니다. 전문가로서 일할 때 우리는 이미 형성된 사고의 패턴을 따라갑니다. 효율적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각을 갖기 어렵습니다.


전략적 아마추어리즘은 의도적으로 미숙함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스스로 전문가가 아니라 아마추어가 되는 것, 초보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언어 학습, 악기 연주, 그림 그리기, 춤, 암벽등반 등 새로운 활동에 도전해 보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낯선 경험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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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로서 무언가를 배울 때 우리는 초보자의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질문을 망설이지 않으며,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봅니다. 서툴고 어색한 바로 그 순간이 우리의 뇌를 깨우는 순간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배움의 즐거움을 회복하게 됩니다. 결과가 아닌 과정 자체에 집중하고, 조금씩 나아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전략적으로 아마추어가 되어봄으로써 유연한 사고를 갖게 되면 새로운 사고와 방식에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한 분야에서 초보자가 되어보는 경험은 다른 분야에서도 겸손함과 호기심을 갖게 만듭니다. 또한 미숙함 속에서도 도전하는 용기는 정체된 일상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습니다.



'낯설게 하기'에서 시작되는 작은 변화


하루아침에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더라도 자신 안에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간의 전환이든 역할의 전환이든, 핵심은 '나를 낯설게 하는 것'입니다. 익숙한 나에서 벗어나 낯선 상황 속의 나를 경험해 보는 것입니다. 나를 낯설게 함으로써 우리는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었구나, 이런 생각도 할 수 있었구나 하는 작은 깨달음들이 쌓이면 그것은 삶의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계기가 됩니다.


평소와 다른 길로 출근해 보는 것, 늘 듣던 음악 대신 전혀 다른 장르를 들어보는 것, 혼자서는 절대 가지 않을 것 같은 모임에 참여해 보는 것, 전혀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취미에 도전해 보는 것. 이 모든 작은 실천들이 나를 낯설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그 낯섦 속에서 우리는 변화의 씨앗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나를 낯설게 하는 것의 힘입니다. 익숙함의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용기, 서툴고 어색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새로운 나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 열린 태도. 이것들이 모여 우리는 정체된 일상에서 벗어나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방식을 찾아 나를 낯설게 하는 것에 도전해 보면 좋겠습니다. 작은 낯섦이 큰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안에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믿으면서 말입니다. 저는 올해 피아노를 한 번 배워보려고 합니다. '건반 앞에 앉은 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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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상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