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5 to Taipei] 咖啡,啤酒 커피와 맥주
평일 퇴근 후 혼자 중국어 공부를 하려니 영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단순히 책을 읽고 쓰고, 발음을 따라 하는 방식은 재미도 없었다. 공부가 재밌어질 동기가 필요했다.
언어는 도구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필요한 것, 나의 감정 그리고 나의 상태를 남에게 전할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다. 그렇기에 언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배우는 법은 언어가 실제로 도구로 쓰인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언어를 배우든 원어민들과 부딪히며 배우는 게 제일 빠른 방법이라고 믿는다. 낯선 환경에 홀로 던져진 이에게 언어는 내 밥이 되고 내 잠자리가 된다. 그에게 책에 적힌 단어 하나는 그저 단어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떡이 나오고 밥이 나오게 만들어 주는 요술지팡이다.
언어에 대한 이러한 지론을 갖고 있다 보니 책으로만 공부하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영어 공부 할 때 이용했던 어플이 하나 생각났다.
'HelloTalk'.
언어 교환 어플이다. 교환하고자 하는 언어를 설정하고 내 모국어를 설정하면 내가 배우고자 하는 언어를 모국어로 쓰면서 내 모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과 매칭시켜 주는 앱이다. 물론 메시지를 보내는 건 자신이 해야 한다. 일단 가입을 하고 프로필 설정을 마치면 카카오톡 친구 목록처럼 사람들이 주욱 뜨는데, 거기서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친구가 되어 서로의 언어를 배우는 식이다.
모국어를 한국어로 설정하고 배우고자 하는 언어를 Chinese(Traditiona, 번체)로 설정하니 대만이나 홍콩 국적기를 단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참고로 중국인들은 Chinese(Simplified, 간체)를 주로 사용한다.) 자신의 닉네임을 한글로 설정해 놓은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귀여웠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의 프로필을 몇 개 구경하고 있는데, 몇몇 분들에게서 메시지가 오기 시작했다. 한 명 한 명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데 대부분 어느 정도의 한국어 수준을 갖추고 있었다. 어떤 분은 퇴근 후 한국어를 공부하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오 마이갓). 주로 한국 드라마가 그들의 선생님이었고 대부분 1~2년 동안 공부했다고 했다. 한 대만 친구는 현재 한국어를 더 배우고 싶어 서울에 와 한국인들과 함께 직장생활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능력자임에 틀림없다.) 그들의 한국어에 대한 열정과 노력 앞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내 작고 귀여운(?) 중국어로는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한정적이라 답답함도 점점 커져갔다. 어느새 어플 상에서 친구들과 하루하루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위기감을 느꼈다. 헉. 진짜로 공부해야겠다. 친구들이 나보다 한국어도 더 잘하는 것 같다. 완전 멘붕이다.
그래서 어제는 새벽까지 중국어 책을 보다 잠들었다. 평소보다 두 배는 더 본 거 같다. 역시 사람은 피부로 느껴야 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분이다. 그래도 오늘은 새벽까지 책을 본 덕에 친구들에게 아침인사도 건넬 수 있었다. 早安! 짜오안! 좋은 아침!
내일은 또 어떤 메시지를 보내볼까. 아참. 꼭 잊지 말아야 하는 단어 두 개가 있다. 啤酒 맥주, 咖啡 커피.
你喜歡喝啤酒嗎?
니 시환 흐어 피죠우마?
(맥주 마시는 거 좋아해요?)
你喜歡喝咖啡嗎?
니 시환 흐어 카페이마?
(커피 마시는 거 좋아해요?)
친구들은 뭐라 대답할까? 물론 나의 답은 언제나 같다.
很喜歡!
헌 시환!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