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3 to Taipei] 집밥

by 이지현


[D-23 to Taipei] 집밥


오빠는 음식을 잘한다. 새언니는 설거지를 잘한다. 그러다 보니 둘은 서로 잘하는 것을 맡아서 한다. 오빠가 결혼을 하기 전에는 요리를 하는 줄도 몰랐다. '왜 나는 오빠가 요리를 잘하는 걸 몰랐지?' 하고 물으니 '한 적이 없으니까.' 한다. 여기저기서 어깨너머로 배운 레시피로 뚝딱뚝딱 음식을 만들어내는 오빠에게 별명을 붙어주었다. 일명 '요망한 손'(두 번째 별명은 이모다).


점심때쯤 오빠 집에 도착했다. 이미 오이무침과 파절이는 준비가 끝나있었다. 월급날이라 오이를 샀다는 새언니의 말에 따라 웃었다. 요새 오이가 금값이다. 오이 플렉스 했네, 하니 언니도 웃는다. 침이 고여 버무려 놓은 오이 하나를 집어먹었다. 새콤달콤한 양념맛과 함께 입안에서 시원한 오이향이 퍼진다. 오늘 파절이는 조금 특이하다. 양배추를 같이 썰어 넣었다. 오빠가 고기를 굽는다. 동시에 된장찌개를 끓인다.


오빠의 손을 거치면 대부분 맛있다. 볼 때마다 신기해서 요리하는 오빠 옆에 서서 묻곤 한다. '어떻게 이렇게 잘해?' 오빠는 무심히 대답한다. '그냥 대충 하면 돼.'


오빠가 요리하는 걸 보고 있으면 움직임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는 걸 알게 된다. 최대한 힘을 빼고 단계 단계를 밟아 나간다. 그런 오빠를 보고 있자니, 최선이 최고의 결과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최선은 흐름에 맡길 때 나오는 것일 수도 있겠다.


향긋한 딥그린색의 깻잎을 손위에 얹고 그 위에 쌈무 한 장 올리고, 잘 구워진 삼겹살을 막장에 찍어 올린다. 양배추 파절이를 흐르지 않게 잘 올리고 쌈을 오므려 입에 넣는다. 몇 번 씹다가 오이무침을 하나 집는다. 목이 막힐 땐 된장찌개를 떠먹는다. 조금 짜면 고슬고슬한 흰밥을 크게 한 술 뜬다.



대만에 가서 가장 그리울 음식이 무엇이냐 하면, 오빠가 한 집밥이라 하겠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날 잊지 않고 불러주는 새언니의 따뜻한 마음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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