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8 to Taipei] 취향에 대하여

by 이지현

[D-18 to Taipei] 취향에 대하여


초록색이 좋다. 특히나 여름에는. 이번 여행에서 가고 싶은 장소 중에 유독 공원이나 사원이 많은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여행 일정을 위해 서치 하면서 대만은 공원이 참 많은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됐다(특히 타이중이 유독 그런 듯하다). 가고 싶은 공원에 북마크를 해놓고 맵을 다시 보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공원이 또 있다. 행복한 고민에 휩싸여 일단은 모두 저장해 두었다. 내가 타이중에서 꼭 가고 싶은 곳인 한 사원도 식물과 어우러져 흡사 플랜테리어를 잘 한 카페 같아 보인다(실제로 친구에게 보여주었더니 카페냐고 했다). 나는 도심 속에 홀로 초록색으로 피어있는 공원이나 조용한 주택가 사이에 자리 잡은 작고 소박한 사원이 좋다. 바쁜 세상과 사람들을 남겨두고 잠시 나 혼자만의 세계에 와 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꽃보다는 식물을 좋아한다. 꽃은 향기롭고 아름답지만 내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반면 식물은 향도 없고 어찌 보면 투박하지만 보고만 있어도 좋은 대상이다. 어렸을 때는 바다가 더 좋았지만 지금은 산을 더 좋아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산이 주는 엄숙함 그리고 수십 년의 세월을 버텨낸 나무들이 있는 산은 조용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나에 대해 관심이 참 많았던 것 같다. 항상 나는 내가 궁금했다.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어떤 옷이 잘 어울리고 어떤 옷이 안 어울리는지. 내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고 무슨 음식을 싫어하는지. 느리지만 묻고 또 물었다. 그랬더니 처음에는 희미하게 들리던 목소리가 이제는 제법 또렷하게 들린다.


내가 초록색을 좋아한다는 것은 내게 끊임없이 질문해 얻어낸 대답이다. 이 대답을 얻기 위해 여러 곳을 다니며 시간을 쓰고 돈을 썼다. 자신의 취향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에게 공을 들였다는 뜻이다. 그리고 여행은 나도 몰랐던 나의 취향을 발견하게 해주는 좋은 도구다. 가끔은 낯선 곳에서만 나의 진정한 취향을 발견하기도 하니까.


'어떤 것을 좋아하세요?'라는 물음에 막힘없이 대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에 대해서도. 그건 나에 대해 많이 경험하고 많이 묻고 많이 답했다는 뜻이기에. 취향이 또렷한 사람이고자 한다. 모든 사람의 취향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리고 각자의 취향을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본다.


이번에는 나도 몰랐던 어떤 취향을 발견하게 될까.

나의 취향을 수집하기 위해 나는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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