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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Apr 29. 2023

[D+11] 각자의 시간

가오슝


 대만 사람들은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밖에서 사 먹는다. 


 물론 집에서 요리를 해 먹는 사람도 있겠지만 집 자체에 주방이 없는 경우도 많고, 식문화가 발달되어 밖에서 밥을 사 먹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인지 거리마다 아침식사를 파는 식당, 점심, 저녁을 파는 식당 모두 섞여있다. 


 아침식사를 파는 식당은 새벽부터 장사를 시작해 오후가 되기 전에 보통 문을 닫는다. 아침에 열려있던 가게를 오후에 지나갔더니 닫혀 있는 경우가 많아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했다. 맛이 괜찮아서 점심도 해결하려 했는데 이미 사장님은 하루 영업을 끝내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침을 먹으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아무거나 먹어도 상관없다면 그렇지 않지만 보통 내가 좋아하는 딴삥을 파는 식당은 오전 영업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와 다른 식당 영업시간에 잠시 혼란스러웠다. 소위 손님이 안 와도 '가게 문은 열어놔야 한다'는 마인드의 한국 사장님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어차피 대만사람들은 아침을 꼭 챙겨 먹고 출근을 한다(못 먹으면 회사에 싸가지고 가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아침장사만 해도 벌이가 되긴 하겠구나, 했다.


 손님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한 일이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원하는 시간에 먹지 못한다니. 그러나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봤을 땐 굉장히 합리적인 결정이다. 일찍 시작했으니 일찍 닫는 것, 그뿐이다. 그리고 오후 시간은 자유시간. 점심 장사를 시작하는 가게는 슬슬 문을 열 준비를 한다. 식당끼리 바통터치를 하는 거다. 


 그렇게 대만 식당들은 각자만의 시간이 있다. 빨리 시작했으면 빨리 끝나는 거고, 늦게 시작했으면 늦게 끝나는 것. 어찌 보면 그 당연한 일이 왜 낯설어 보였을까. 아침식당 사장님들은 점심과 저녁을 식당에서 사 먹을 수 있고, 점심 저녁 사장님들은 아침을 사 먹을 수 있다.  자연스러운 상부상조. 그건 각자만의 시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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